[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미세먼지 문제가 대두되면서 수소차가 집중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내놓고 전기차와 수소연료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오는 2020년 수소차 1만대, 수소충전소 100개소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목표는 지난 연말 환경부가 발표한 수소차 보급계획과 비교해 수소차 1,000대, 수소충전소 20개소가 각각 늘어난 숫자다. 불과 5개월만에 보급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길에서도 수소차가 집중 조명됐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대통령은 마지막 일정으로 남동부 지역 그르노블시(市)를 찾았다. 1974년 유학을 위해 잠시 머물러 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곳이지만 그르노블은 수소충전 기술이 뛰어난 세계적인 가스제조·엔지니어링 기업 에어리퀴드(Air Liquide)의 기술연구소가 소재한 곳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힘 실어준 수소차
박 대통령은 프랑스 순방 첫 행사에서부터 수소차에 힘을 실었다. 2일(현지시각) 한·프랑스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프랑스의 수소 기업과 현대자동차가 협력하면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언급한 수소기업은 에어리퀴드로 글로벌 가스제조사다. 특히 전 세계에 수소 생산시설 46개를 운영하고 있는 세계 최대 수소 생산 업체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현대차와 협력을 강조한 것은 에어리퀴드를 염두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에어리퀴드가 세계적 수소 액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의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기술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차량 기술과 인프라 기술의 협력을 기대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프랑스 순방에는 수소차가 가장 큰 이슈였다고 할 만하다. 포럼에서의 수소차 언급은 4일(현지시각) 프랑스의 남서부 지역 그르노블로 이어졌다.
 
그르노블을 방문한 것은 과거 박 대통령이 유학을 위해 머물었던 인연이 가장 큰 동인이 되었겠지만 프랑스 정부에서도 적극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한·프랑스 경제협력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물을 기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르노블은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에어리퀴드의 R&D 총괄 기능을 담당하는 기술연구소가 위치한 곳으로 관련기술, 특히 수소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지다. 실제 에어리퀴드는 브느와 뽀띠에(Benoit Potier) 회장이 직접 박 대통령 응접에 나선 것은 물론 현대차와 함께 다양한 수소기술을 시연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그르노블을 방문해 에어리퀴드(Air Liquide)가 구축한 수소충전기를 이용, 현대차 투싼ix 수소차에 직접 충전을 하고 있다.
 
에어리퀴드는 초저온 냉각설비와 패키지형 수소차 충전시설을 방문한 일행에 소개했다. 또 현대차와 협력해 수소차의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수소차에 직접 수소를 충전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최초로 운행되고 있는 수소차 투싼ix 택시를 시승하는 등 수소차 보급을 위한 여론형성에 힘을 실어줬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와 에어리퀴드는 수소충전소 구축과 비즈니스모델 개발 등에 협력키로 하고 양사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도로 위 ‘공기청정기’ 수소차…미세먼지 해결사

최근 미세먼지는 국내에서 가장 골칫거리가 되버렸다. 각종 조사에서 수도권 대기상태가 ‘위험’수준으로 분류되고 미세먼지에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한 국가로 전락하면서 미세먼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3일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내 놓은 바 있으며 이 가운데 수소차 관련 대책이 포함됐다.
 
정부는 2020년까지 한시적으로 전기·수소차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할인하고 차량 식별이 쉽도록 전용번호판을 도입키로 했다. 또 전기·수소 화물차 개발과 보급 촉진을 위해 기존 노후 화물차를 전기·수소차로 교체할 경우 톤급 상향제한 철폐와 전기·수소 화물차의 신규허가 허용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수소차와 충전인프라를 늘리겠다고 언급해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말 환경부는 2020년까지 수소차 9,000대, 충전소 80개소를 확보하는 내용의 수소차 보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계획이 5개월 만에 수정됐다. 이번 대책에서는 수소차 1만대, 충전소 100개소가 반영돼 각각 1,000대, 20개소가 늘었다. 정부가 수소차의 친환경성을 인정한 결과다.
 
▲ 미세먼지가 수소차 내부를 거쳐 정화되는 과정.
 
박 대통령이 방문한 그르노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수소차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 시연을 펼친 것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수소차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현대자동차는 4일 에어리퀴드 기술연구소에서 수소차의 특별한 능력을 선보였다. 유해가스 배출이 없어 친환경차로만 주목받는 수소차의 이미지를 한단계 넘어선 시연이었다.
 
현대차는 수소차 투싼ix에 미세먼지가 가득찬 풍선과 속이 빈 풍선을 각각 앞뒤로 연결했다. 시동이 걸리면서 차량 앞쪽 공기흡입구와 연결된 풍선은 부피가 작아지고 배기구와 연결된 풍선은 반대로 점점 팽창했다. 미세먼지가 흡입구를 통해 차량내부로 들어간 후 다시 배출구로 빠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다. 미세먼지가 차량내부를 통과한 후 꺼내 보인 공기필터는 검게 변색됐다. 시연 전 흰색이었던 필터가 매연을 씌운 듯 까맣게 변한 것이다.
 
현대차의 관계자는 “수소차의 공기필터는 대기 중 미세먼지를 99.9% 정화할 수 있다”라며 “황산화물(SOx)를 포함한 화학물질도 상당 부분 정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소차는 운행 시 공기를 차량내부로 유입해 전기생성장치인 연료전지 스택에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스택에 보내지는 것은 산소뿐이다. 나머지는 공기필터에서 걸러진다.
 
혹여 공기필터를 통과한 미세먼지가 있더라도 걱정이 없다. 차량 내 가습과정에서 추가로 저감되고 수소차 핵심부품인 기체확산층(스택을 구성하는 셀에 공기를 골고루 분산시키는 역할)을 통과하면서도 다시한 번 걸러지기 때문이다. 수소차는 자체 유해가스 배출 걱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로 위 타연료 차량이 뿜어내는 배기가스까지 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수소차 1대가 1km를 달릴 경우 최대 20mg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디젤 승용차가 1km 주행 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10mg인 점을 고려하면 수소차 1대가 디젤차 2대의 배출가스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것으로 이 정도면 미세먼지 해결사로 손색이 없다. 도로 위 달리는 ‘공기 청정기’인 셈이다.
 
▲ 현대차는 수소차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직접 시연했다. 풍선 속의 미세먼지가 차량 공기흡입구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는 장면을 박근혜 대통령과 방문 일행이 보고 있다.

현대차, 에어리퀴드 손 잡고 인프라 확대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나섰다. 이 때문에 자동차사업을 시작한 이래 줄곧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위치에서 처음으로 ‘선도자(first mover)’의 지위를 얻게 됐다.
 
현대차는 수소차 기대가 남다르다. 글로벌 타 완성차업체가 관련기술을 먼저 보유하고도 미래 상용시기를 저울질하며 머뭇거릴 때 과감한 투자를 이어왔다. 양산체제를 가장 먼저 구축한 것도 이같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수소차 기술과 관련해 현대차는 타 완성차업체와 기술적 제휴없이 독자노선을 걷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기상 현대차 환경기술센터장은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것은 명목은 좋지만 허구성이 있다”라며 “예를 들어 한 기업의 기술이 다른 기업보다 우위에 있는 경우 우위에 있는 기업으로 종속될 우려가 높다”고 기술협력에 대해 경계를 나타낸 바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현대차는 기업간 제휴보다 주요국 정부나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왔다.
 
현대차는 2011년 EU 수소차 시범운행 단독 사업자로 참여한 이후 유럽의 수소차·충전소 보급을 총괄하는 기관인 ‘FCH-JU’의 수소차량 시범운행 사업자로 2013년 재선정된 바 있다.
 
수소차 보급에 적극적인 미국과도 협력관계를 맺었다. 현대차는 2004년부터 미국 에너지부(DOE)가 주관하는 수소차 실증사업에 참여해 오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CaFCP) 주관으로 개최한 수소차 로드투어에 참가해 미국 대륙 동서횡단에 나선 바 있다. 최근에는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미국 에너지부 차관보와 수소차 확산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에서는 달랐다.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프랑스에 방문한 정진행 사장은 에어리퀴드와 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해 주목된다. 수소차와 관련해 현대차가 외국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현대자동차는 에어리퀴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수소차시장 활성하에 공동협력키로 했다. (사진 왼쪽부터) 브느와 뽀띠에 에어리퀴드 회장, 피에르-에티엔느 에어리퀴드 미래기술사업 총괄사장, 이기상 현대자동차 환경기술센터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물론 차량기술이 아닌 충전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이라고는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관계에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소차는 충전인프라 보급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서 자동차기업인 현대차가 이와 유사한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에어리퀴드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수소차시장 활성화 △청정 신재생에너지로서의 수소 활용도 제고 △수소충전소 관련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에 공동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현대차가 양해각서를 체결한 에어리퀴드는 수소충전기술이 뛰어난 회사다. 전세계 250여개소의 수소충전소 가운데 75개소를 에어리퀴드가 구축했다. 3개 중 1개는 이 회사의 손길을 거친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수소충전소 구축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자체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생산 기술은 물론 각종 개질기술, 저장기술을 갖췄다. 특히 패키지형 수소충전소 구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최초로 시작된 전기택시사업에 투입된 수소차(현대 투싼ix35)의 충전 역시 에어리퀴드가 개발한 도심형 수소충전 패키지 모델이 담당하고 있다.
 
▲ 에어리퀴드는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소식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배치하는 등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에어리퀴드 기술연구소 홈페이지 캡처장면. 

수소차 관심 증폭…정책으로 연결돼야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소차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산업계를 대표하는 산업부, 미래부 장관이 잇따라 수소차 연구개발 산실인 현대차 마북연구소를 방문했다. 또한 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미세먼지 대책에서의 수소차 확대 보급계획과 프랑스 현지 수소차 미세먼지 절감효과 시연, 수소차와 수소충전기술을 대표하는 현대차, 에어리퀴드의 공동협력까지 수소차 이슈가 연일 이어지는 분위기다.
 
때마침 현대차는 부산에서 개최되고 있는 부산모터쇼에 참가해 2018년까지 수소차 전용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권문식 현대기아차 부회장(연구개발본부장)은 자동차산업의 미래 기술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주행거리 800km 수준의 새로운 수소차 전용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관련업계도 수소차 확산 분위기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수소산업협회는 협회 내 ‘수소충전소 산업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고 6개 워킹그룹 위원장을 선출한 바 있다. 수소차 충전인프라 구축 확산에 업계가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수소차를 포함한 이같은 관련 산업 활성화 움직임이 정책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소충전소 산업위에 소속된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가 미세먼지 이슈로 반짝 조명받고 흐지부지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수소차는 물론 충전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기술 내재화, 제도 선진화, 보급예산 마련 등 구체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