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재강 기자] 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에너지·환경·교육분야 기능 조정 방안’과 관련해 가스업계에 어떤 변화가 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가스도매시장 개방을 통해 시장 경쟁 구도를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업계의 찬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2025년부터 가스 도입·도매시장을 단계적으로 민간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독과점으로 지적되던 가스도매시장의 시장 자유화를 의미한다.

■ 정부, ‘수입단가 인하 통한 시장 경쟁력 강화’ 역설
도매시장의 자유화는 국제가스시장의 수급상황과 관련이 깊다. 최근 가스시장은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공급자 중심 시장에서는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도입 물량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지만 현재 전통적인 공급자 외에도 신규 공급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공급자로부터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기존의 가격보다 저렴하게 가스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견해다.

단기 스팟 물량의 경우 방식에 따라 장기계약보다 싼 가격에 물량 도입이 가능해 장기계약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 셈이다.

여기에 자가소비용으로 수입하는 기업들의 수입 가격이 가스공사보다 저렴하게(?) 들여오는 점도 도매시장의 자유화를 부채질 하고 있다.

현재 발전·산업용 수요자의 자가소비용에 한해서만 직수입이 가능하다. 포스코를 시작으로 SK E&S, GS에너지 중부발전 등 4개사에서 직수입을 시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관계자는 “현재 국내의 가스도매시장은 경쟁부재로 인해 도입단가 절감 요인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수입단가를 낮출 수 있는 요인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자유화 방안은 △직수입자가 가스공사의 배관·저장시설을 보다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직수입자간 교환 △가스공사와의 판매·교환 등 활성화 △가스공사 시설이용 요금체계 합리화 등이다. 이를 통해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가스도매시장 민간개방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올해 하반기 민간직수입 활성화를 위한 배관시설이용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 중 가스도입·도매시장 민간개방 추진 로드맵을 수립·발표한다.

 

▲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 한정된 시장 놓고 ‘쟁탈전’
시장자유화가 오히려 가스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어 당분간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사이에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정부의 의도대로 자유화가 시행되면 업계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이번 정책에 가장 민감한 입장을 보이는 곳은 가스공사다.

가스공사는 현재 우리나라 가스수요의 94%를 가스공사가 독점적으로 수입·공급하고 있다. 만약 도매시장 개방으로 시장이 전환될 경우 민간기업과의 경쟁은 불 보듯 뻔하다.

향후 민간기업의 참여로 인해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개방이 본격화되면 소매 공급권 등을 놓고 업계 간 경쟁이 가속화 될 전망이다. 장기계약 물량 외에도 다양한 루트로 공급물량의 다양화가 요구된다.

이 경우 가스공사의 도매시장 점유율은 독주체제에서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물론 그동안의 노하우를 통해 도매시장에서 가스공사의 우위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점유율만큼 이를 만회할 방안도 필요한 게 가스공사의 고민거리다.

국내 가스관련 사업의 경우 포화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국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는 이란 등 중동을 비롯해 신흥시장 중심으로 신규 LNG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각국의 정치상황 등의 변수로 인해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그동안 독점적인 지위가 가스공사의 경쟁력에 독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협상 주도권에 대한 아쉬움이 그렇다. 가스공사의 경우 단일 바이어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연간 3,000만톤의 내외 물량을 수입함에도 비교적 타 국가에 비해 비싼 수입단가가 문제시 돼 왔다.

물론 아시아프리미엄이라 불리는 불합리한 가격 정책도 있었다. 아시아프리미엄이란 북미 등에 비해 한국, 일본 등 주 수입국의 MMBtu당 가스수입단가가 평균 3배 이상 비싼 상황을 칭하는 말이다.

최대 바이어로서  가격 협상에 유리하게 끌고 가야 하지만 이런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도매시장의 독점적인 지위로 인해 공격적인 협상의 필요성이 부족한 것에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의 관계자는 “물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장기계약 비중이 높다”라며 “최근 낮은 가격에 도입이 가능한 물량도 있지만 장기계약에 우선 묶여 있어 계획 외의 도입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번 정부의 가스도매 시장자유화는 이미 수년전부터 나왔던 얘기고 일정부분에서 자유화의 취지는 수긍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안정적인 에너지원의 확보차원이라는 공사의 역할이 있는 만큼 민간이 모든 부분을 감당하기는 현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이번 정부의 방안에 대해 민간기업은 반기는 분위기다. 자유화를 통해 보다 값싸게 수입한다면 구매자와 최종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스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밝힌 자유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자가발전용으로 가스를 수입하고 있는 한 기업의 관계자는 “다양한 도매 공급자로 인해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는 최종 소매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가스를 공급받는 기업이나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스를 소비할 수 있는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도매시장자유화를 천명한 만큼 가스공사와 민간기업이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어떻게 확보할지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 보령LNG터미널 조감도(SK E&S와 GS에너지가 50:50 합작투자한 국내 2번째 민간 LNG터미널로 현재 1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다.).

 

■ 해외 자산 매각, 부채율 낮추는 효과 ‘글쎄’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의 부실 투자 해결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인만큼 가스공사의 일부 해외자원 프로젝트 매각은 기정사실화 될 전망이다. 현재 가스공사가 참여 중인 해외 자원 프로젝트는 전세계 12개국 22개로 탐사 5개, 개발·생산 10개, LNG 7개 등이다.

가스공사는 이 중에서 내부 검토를 통해 부실 자산을 여부를 면밀히 검토 후 매각 등 방안을 결정하겠단 입장이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의 관계자는 “국제 유가의 하락으로 인해 일부 참여 중인 해외 자원 프로젝트의 채산성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지속되는 저유가로 인한 현상”이라며 “자산 매각과 관련해 아직 말할 수 있는 것이 없고 해외 프로젝트 자산의 재평가 등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가스공사의 총 부채는 32조원, 부채율은 320%로 높은 상태다. 석유공사 부채율 453%, 광물자원공사 6,905% 대비 부채율은 적지만 경영효율화를 달성해야하는 만큼 부채율은 낮춰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해외 자원 프로젝트 매각 등으로 부채율이 얼마나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매각하더라도 시장에서 제값을 받고 팔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자칫 헐값으로 매각한다면 공사의 재무개선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업계의 관계자는 “무리한 해외 자산 매각으로 반드시 가져가야 할 프로젝트를 포기한다면 이는 오히려 공사의 부실을 키울 수 있다”라며 “해외 프로젝트는 장기간의 안목을 갖고 사업성과를 봐야하며 공사는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통해 해외 자원 프로젝트의 매각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에너지 공공기관의 상장과 관련해 한국가스기술공사 지분 20~30% 상장이 추진된다. 이와 관련 이석순 가스기술공사 사장은 “지분 일부 상장을 통해 새로운 추진 동력을 찾겠다”고 밝히며 민간에 지분 일부 이전을 기정사실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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