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순수 국내 기술로 고기능 강화막 상용화에 돌입했다. 글로벌 2~3개 기업만이 독점하고 있는 초박막 멤브레인 소재를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해 양산체제를 갖추고 본격 생산에 나섰다.

“고기능 의류에서 철강, 발전설비의 고성능 에어필터, 이차전지 분리막, 수처리 이온교환막 등 사용처는 다양하다. 최근 미세먼지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차의 핵심부품인 분리막에도 우리 제품이 곧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최초 PTFE 멤브레인 소재를 개발한 김성철 코멤텍 대표의 말이다.
 
▲ 김성철 코멤텍 대표이사.
PTFE 소재는 기술개발이 까다로운 수지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2~3개 글로벌 기업만이 상용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용어가 어렵지만 기능성 의류에 사용돼 일반인에 익숙한 ‘고어텍스’가 PTFE 소재다. 초박막 멤브레인 소재로 매우 촘촘하다. 이 때문에 미세한 불순물까지 걸러내야 하는 곳은 모두 수요처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PTFE 소재를 100% 수입에 의존했다. 그렇다보니 가격도 높게 형성돼 있다. 김 대표는 “제품 출시를 위한 준비(생산시설)는 마쳤고 가격경쟁력도 충분하다. 기존 수입제품에 비해 30% 이상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회사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계약도 하나 둘 결실을 맺고 있다. 김 대표는 “산업용 집진기를 제작하는 독일 KEMPER사에 제품을 공급 중이고 벤츠, BMW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독일 schreiner사와 공동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는 철강, 발전사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조만간 한국전력, 현대제철, 포스코 등에 제품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현장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고 귀띔했다.
 
코멤텍의 지난해 매출액은 14억원 가량이다. 올해는 7배 이상 늘어난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반응이 호의적이고 수주에 근접한 접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품이 처음부터 인정받은 건 아니다. 제품화가 가능한 PTFE 소재를 개발한 것은 2013년이다. 다양한 산업분야에 사용될 수 있는 첨단소재를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개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듀폰, 고어 등 글로벌 기업만이 지닌 기술을 이제 막 태동한 한국의 벤처기업이 성공했다고 제품을 사줄리는 만무했다. 판로확보가 막히니 경영이 어려워지고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중삼중고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김 대표는 지난해 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1기 입주기업에 신청했다. 혁신센터 멘토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수소연료전지차 분리막 개발에 나서기로 하고 과감히 본사를 옮겼다.
 
▲ 전남 영광군 대마산단에 소재한 코멤텍 생산시설 전경.
이후부터 일사천리 일이 풀렸다. 혁신센터와 현대차로부터 각종 연구비 지원과 경영, 관리, 생산 관련 멘토링을 통해 사업화에 자신이 붙었다. 벤처기업으로서 기술개발보다 힘든 시장 신뢰성을 현대차와의 협업을 통해 극복했다.
 
신뢰성이 확보되니 투자도 이어졌다. 코멤텍은 현대기술투자 수소펀드 10억원을 비롯해 지난해만 약 4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한국과학기술지주(15억원), 시노펙스(10억원),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5억원) 등이 잇달아 투자를 결정했다.
 
김 대표는 “혁신센터에 입주하면서 기회의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센터 내 구축된 고가의 장비를 이용해 제품성능을 향상시키고 현대차와 협업으로 응용제품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라며 “제품개발에서 투자유치까지 벤처기업에 가장 어려운 과제가 지난 1년 간 모두 해결됐다”고 전했다.
 
현대차와는 수소차의 핵심부품인 분리막 개발에 나서고 있다. 수소차 부품 국산화는 100% 달성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유일하게 외국산이 사용되는 부품이 분리막이다.
 
분리막은 수소차 전기생성장치인 스택(Stack)의 핵심부품 막전극접합체(MEA)의 구성품으로 전극 사이 수소이온을 전달하고 수소와 공기의 직접 혼합을 방지하는 격막 역할의 전해질막이다. 타연료 완성차와 달리 수소차만이 지닌 전기생성장치의 핵심부품 중 하나로 차량 품질을 좌우한다.
 
고어사와 동일한 PTFE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양산시설까지 갖춰 수소차 분리막에 적용할 길은 열었지만 테스트를 완벽하게 통과하지는 못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의 관계자는 “동일한 기능의 소재라도 실제 운행되는 수소차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성능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라며 “수소차의 성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부품인만큼 좀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멤텍은 정부 연구개발과제로 성능 향상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에기평이 발주한 분리막 개발 과제에 시노펙스와 공동으로 참여해 과제를 따냈다. 3년간 46억원을 투입해 외국산 제품대비 동일 이상의 성능은 확보하면서 50% 가량 제조원가 절감을 목표하고 있다.
 
최근 코멤텍은 제품 양산시설 준공식 행사를 개최했다. 전남 영광군 대마산단 내 6,000 대지 위에 클린룸 설비를 갖춘 전공정자동화 제조시설을 완공하고 초기 시험생산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 고기능 소재인 ‘PTFE’ 수지를 생산하는 자동화설비.
 양산체제를 확보한 코멤텍은 올해 수주강화에 적극 나서는 한편 수소차 분리막 국산화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대표는 “발전, 철강산업 현장의 에어필터와 자동차 헤드라이트용 공급협의가 수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판로확보로 경영 안정화를 꾀하면서 수소차 분리막 성능향상에 집중해 반드시 국산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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