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국장] 설익은 음식은 단지 맛만 없는 것이 아니다. 기분도 상하고 더러 탈까지 난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1일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세부이행계획이 뭇매를 맞고 있다. 알맹이가 없어 맹탕인데다 부처간 협의조차 이끌지 못한 주먹구구식 발표라는 비난이 높다. 더군다나 전날 대책발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가 다시 번복해 오락가락 정부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결론적으로 시일이 좀 더 걸리더라도 연기했어야 했다. 지난달 3일 특별대책에 이은 세부이행계획 발표였으나 크게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서 맴돌았다. 총 5조원을 투입한다고 했지만 친환경차 보급(3조원),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7,600억원) 등은 이미 발표됐거나 예정된 정책사안이다.

그나마 경유차 조기 폐차에 1,800억원을 지원하는 신규 대책안이 마련됐으나 오히려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후 경유차 교체 시 세금감면 혜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는 향후 6개월 이내 10년 이상된 경유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구매할 경우 차량당 개별소비세 100만원을 감면키로 했다.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감면까지 합산하면 최대 143만원을 아낄 수 있다.

문제는 신차 구입조건이 제시되지 않아 폐차 후 경유차를 새로 구입해도 개소세를 지원받을 수 있어 오히려 경유차 판매가 늘 수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경유가격이 저렴하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서다. 경유차를 줄이고자 정책을 시행하는데 경유차 구매를 촉진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2005년식 이전 유로3 경유차 1대를 폐차하면 최근 출시된 경유차 8대를 줄일 수 있는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있다고 밝혔지만 폴크스바겐 경유차 사태에서 보듯 배기가스 배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LPG차 사용제한을 완화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발표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에는 야당에서도 경유값 인상과 LPG차 사용제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발표해 시장 인식과 맥을 같이한 바 있다.

정부는 또 다른 미세먼지 주범인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저감방안 발표를 몇일 뒤로 미뤘다. 전력계통 안전성을 평가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인데 이렇게 상황을 설명하면 되는 일이다.

발표된 세부이행계획은 부처별 의견조율이 필요한 사안이고 좀 더 세밀한 분석작업을 요하는 정책이다. 약속된 발표 시한을 넘겨 한 소리 듣더라도 좀 더 고민했어야 했다. 설익은 채 터트려 괜한 걱정만 끼칠 바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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