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조달청으로부터 임대받아 사용 중인 군산비축기지 전경.

[투데이에너지 조규정 기자] 에너지안보를 위한 광산물 비축사업 운영에 대해 업계와 정부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비축업무를 광물취급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한국광물자원공사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조달청과 통합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주형환)는 지난달 29일 한국기술센터에서 ‘제14차 에너지위원회’를 개최하고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을 최종 확정·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광물비축 및 광물산업 지원기능은 구조조정이 일단락된 후 유관기관과 통합된다. 비축사업이란 정부가 시장가격 안정 시 특정 원자재를 직접 구매해 비축해 뒀다가 시장가격이 상승하거나 수급이 불안정할 때 방출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광산물 비축사업은 조달청과 광물자원공사가 광종을 나눠 함께 수행해 오고 있다.

■희유금속, 약 8만톤 비축 목표

광물자원공사는 수급위기 시 효율적 방출을 위해 2007년부터 크롬 등 10광종 희유금속의 국내수요량 60일분 상당인 7만9,300톤 비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7만4,745톤(광종별 평균 비축일수 54.2일분)을 비축한 상태며 올해까지 크롬, 몰리브덴 등 2광종을 3,126톤 가량 구매해 누적 7만7,871톤을 비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비축물량은 현재 군산에 위치한 비축기지에 보관 중이며 조달청과 공동으로 비축기지를 사용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2007년 10월부터 군산비축기지로 이전하기 전까지 조달청의 이천비축기지를 임차해 사용해 왔으며 2007년 사업계획 수립을 통한 4광종(3,346톤) 구매로 비축사업을 개시, 희유금속 9광종과 국내수요량의 60일분 비축을 목표로 했다. 

이천비축기지는 최대 적재용량 1만3,000톤(일반창고 1만1,500톤, 금속 1,500톤), 전체면적은 5,850㎡(일반창고 4,860, 금속창고 990) 규모였다.

하지만 구매물량 증가로 비축 공간이 부족할 것을 대비해 조달청에 7만9,300톤 규모의 적재가 가능한 독립적인 비축창고 제공을 요청하는 등 비축기지 신규확보를 추진했다.

이에 조달청은 군산비축기지 내 창고를 신설, 광물자원공사에서 임차할 수 있도록 했다.

군산비축기지는 광물자원공사의 요구에 따라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에 걸쳐 대지면적 5만550(1만5,300평), 건축면적 3만400(9,200평) 규모의 특수창고와 일반창고 각 2동으로 건설됐다.

최대 적재용량은 8만800톤이며 이는 이천비축기지 최대 적재용량의 6.2배 수준이다.

광물자원공사는 비축시설에 대한 관리주체로서 파견 직원이 시설관리, 경비, 운송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달청은 조우회가 비축기지 내 야적광산물(알루미늄괴, 동, 아연 등)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온습도에 민감한 희토류, 갈륨, 셀레늄은 항온제습기능이 있는 특수창고에 보관해 관리하고 있으며 각종 방호설비를 구축해 비축광산물 보관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비축광종은 생산 편중도, 시장 불안정성, 신산업 기여도, 저장성 등 7가지 상황을 고려해 선정된다.

■조달청, 전문성 부족 ‘도마 위’

그동안 광물자원공사와 함께 비축사업을 진행해 온 조달청은 광물취급에 대한 전문성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목표재고 수준의 비축물자 확보에서 역시 미흡한 모습을 보여 지적받아 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14년 회계연도 결산’ 가운데 국회 시정요구사항에 대한 정부 조치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 알루미늄, 구리, 납, 아연, 주석 등 비철금속과 인듐, 리튬, 스트론튬 등 희소금속의 재고가 목표재고에 못 미치고 있었으며 특히 스트론튬의 경우 안전재고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지난해 12월까지도 이러한 문제는 지속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조달청의 비축물자 재고량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었던 이한구 전 의원은 “국제원자재가격이 지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비축물자를 적정비축량까지 늘릴 수 있는 기회임에도 정작 비축기지는 텅텅 비어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조달청의 비축물자 구매 가이드라인 역시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현재 수입의존도 100%인 알루미늄 실제 비축량은 적정비축량의 85.5%에 불과한 반면 수입의존도가 32.7%인 구리는 이보다 더 높은 97.3%를 비축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조달청은 지난 2012년과 2014년에 감사원으로부터 희유금속 비축품목의 변질 가능성과 불필요 비축 품목에 대한 시정 요구를 받는 등 비전문성에 기인한 부적절한 사례들을 지적 받았다.

당시 조달청은 ‘조달청 비축사업 운영규정 제17조제2항’에 따라 장기보관 시 품질저하가 예상되는 인듐을 재고순환 목적으로 할인된 가격에 방출했다.

장기보관 물자의 재고순환을 이유로 방출할 경우 선입고된 장기보관 물품을 우선 방출하는 선입선출 방식을 준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조달청은 할인방출 대상도 아닌 신규로 입고된 물량을 방출해 국제시세에 비해 3억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조달청은 2012년 12월27일 ‘2013년 비축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인듐의 재고순환 차원에서 안전재고 8톤에 해당하는 물량을 제외하고 선입고된 장기보관 물량 8톤(2008년 6월~2009년 5월까지 입고분)에 대한 방출계획을 세워 2012년 8월부터 국제시세대비 5% 할인해 방출했다.

그러던 중 실적이 부진하다는 사유로 비축심사협의회 심의를 거쳐 2013년 3월부터 ‘희소금속 판매 기준가격 조정 및 할인율 확대안’에 따라 판매 기준가격을 국제시세보다 톤당 5만달러 낮은 국내시세로 변경하는 한편 추가로 국내시세대비 5~11% 할인해 방출했다.

이같은 방출계획에 따라 조달청은 2013년 8월8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인듐 2톤을 방출했으나 선입고(2009년 5월6일)된 인듐(5톤)에서 방출하지 않고 신규로 입고(2013년 3월4일)된 물량에서 방출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제시세대비 약 3억1,200만원, 국내시세대비 약 1억3,200만원 가량 할인이 잘못 적용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광물전문기관으로 ‘일원화’ 필요

이에 따라 이원화로 인한 비축 타당성 저하, 예산낭비 해소를 위해 광물전문기관으로 비축사업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석탄, 석유, 농산물, 수산물과 같은 정부의 다른 비축사업은 대부분 관련 부처 및 조직에서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산물의 경우 광물자원공사와 비전문기관인 조달청이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물자원공사측은 광물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비축 광종 선정 및 비축 광물 운영·관리가 가능하고 글로벌 광물기업 및 국내 수요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동향, 거래조건 등을 적시에 파악, 시장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 할 수 있기 때문에 공사로의 일원화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관계자는 “조달청은 구매전문성이 있다고 하나 성분정산, 불순물처리기준 등 희유금속 특유의 계약조건을 반영하지 않은 채 비철금속과 동일하게 구매하고 있다”라며 “또한 통계와 일부조사에 의존해 수요도 낮은 부적절 품목도 다수 비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13년도 결산 검토보고서’를 통해 광물자원공사가 광물취급에 대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으며 광물자원의 해외동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에 광물의 수급동향에 대해서도 조달청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 장기적으로 비축사업을 일원화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국회예산처가 발표한 ‘재정사업평가와 사례’에 대한 보고서에서는 기관간 비축 품목 분리로 인해 해외자원개발사업과 국내 비축사업이 효율적으로 연계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광물자원공사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진행해 온 결과 2013년 10월 처음으로 니켈을 국내로 도입할 수 있게 됐으나 조달청의 비축품목에 속해 광물자원공사가 직접 비축할 수 없었고 해외에서 개발한 자원을 조달청이 비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조달청이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 입찰을 통해 구매하는 절차를 거쳐 니켈을 국내로 도입하고 있다.

반면에 광물자원공사는 암바토비(마다가스카르, 니켈) 생산량의 40%에 대한 판매권(Off-Take)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통해 LME(시장가격) 대비 50달러/톤 할인된 가격으로 니켈을 국내로 들여 올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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