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국장] 글로벌 에너지시장에서 우리나라가 1등을 차지하는 분야를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술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그리드다. 국내 관련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국토 면적은 작지만 그 덕에 촘촘한 전력 그리드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IT산업 강국에 걸맞게 그리드에 스마트를 입히는 기술이 뛰어나다. 미래가 기대되는 기술임에 틀림없다.

하나 더 들여다보자. 바로 연료전지기술이다. 연료전지는 에너지시장에서 주류기술이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유망주다.

특히 국내 발전용연료전지는 정책지원으로 빛을 본 대표적인 사례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강제하다보니 투자분위기가 조성됐다. 현재 구축돼 가동되고 있는 발전용량만 160MW가 넘는다. 이같은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국내 1위가 곧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유일무이한 에너지분야다.  

정책 뒷받침이 있었지만 현재의 시장위치를 있게 한 일등공신은 포스코에너지다. 기술이전에 수백억원, 국내 생산시설까지 더하면 수천억원을 투입했다.   국내 설치 용량만도 150MW에 육박해 전체 용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발전용연료전지시장에 ‘경쟁’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한 것이 2014년 중반쯤이다. 두산이 해외기업 인수를 통해 시장에 뛰어들면서다. 지난해에는 연간 수주금액이 5,800억원에 달해 성공적인 시장진입을 알렸다. 올해 수립된 수주목표만도 8,000억원이다.

반면 포스코에너지는 같은 기간 죽을 쒔다. 지난해 800억원대 영업손실이 났다. 핵심설비인 연료전지 스택 내구성이 문제되면서 기술적보완과 사업성제고를 위한 내부 조정으로 신규수주를 멈췄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시장 분위기가 최근 조금 바뀌었다. ‘지는 해’와 ‘뜨는 해’로 슬그머니 두산의 손을 들어준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는 섣부른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과연 두산에게 유리할까? 한번 복기해보자. 지난해 두산이 수주한 물량 가운데 포스코에너지와 경쟁해 수주한 물량은 단 한건도 없다. 모두 단독 참여한 결과다. 어찌되었던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거둔 두산은 올해 목표치를 크게 올렸다. 그러나 상반기를 보낸 현재 수주물량은 제로다. 신규수주에 나서지 않은 포스코에너지를 감안하면 이상한 현상이 아닐 수없다.

최근 이같은 흐름이 바뀌었다. 분당 5단계(5MW급) 사업과 서남물재생센터(30MW급) 입찰공모가 같은 시기에 진행되고 있다. 이들 사업 모두 포스코에너지와 두산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에너지는 약 2년여 만에 수주활동에 나선 것으로 최근 부침을 털고 사업 재가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참으로 영악하다. 단독보다 경쟁을 선호하고 언제 들어가야 할 지를 판단한다. 서남물재생센터 사업입찰을 진행한 서울시 관계자의 말이다.

“지금과 같은 경쟁구도를 기다린 측면이 있다. 좀 더 우호적인 제안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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