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 중동지역 산유국 경제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석유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주 원유 공급원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를 보면 원유가 전체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재정 수입의 상당 부분도 원유 수출에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이 국가들의 경제 상태는 국제유가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 거시경제 및 재정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는 것이다.

최근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동 산유국이 많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먼저 원유 수출액이 크게 줄면서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됐다. 중동 산유국은 비석유부문의 수출 비중이 작아 원유 수출액의 감소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일반적으로 통화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 자본 유출 증가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같이 자국통화가치를 달러화에 고정시킨 국가들에 대해서는 환율제도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달러 페그제 유지를 위해서는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지 않도록 비석유부문의 수출을 늘려야 하는데 이는 단기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유가 하락으로 재정수지도 적자로 전환됐다.

지난 2010년 말부터 시작된 아랍의 봄 이후 사회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크게 늘었는데 이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국민의 고용을 책임질 성장 산업 육성이나 인프라 개발계획도 대규모 정부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정 적자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는 석유부문뿐만 아니라 비석유부문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이 감소하고 실업률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중동 산유국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보조금을 삭감하고 대신 휘발유, 전기 등의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만으로는 유가 변동에 취약한 중동 산유국의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에 따라 중동 산유국은 비석유부문의 육성, 즉 석유부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경제다각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사우디 정부가 발표한 ‘사우디 비전 2030’의 주요내용도 국영기업의 부분적 민영화와 함께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한 신성장산업의 활성화를 다루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도 물류, 금융, 관광 등 서비스산업을 통한 경제다각화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중동 산유국이 저유가로 인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그대로 우리나라에도 수출과 해외건설 수주액의 감소라는 형태로 전달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한-중동 경협관계가 해외건설부문에 집중된 결과다.

유가 변동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경협관계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부문에서 진출 기업이 늘어나고 경협의 접점이 확대돼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대중동 진출은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대기업의 진출 비중이 높았지만 이제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커져야 할 것이다.

중동 산유국이 원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부문에서 민간기업의 경제 활동이 늘어나는 것이다. 중동지역에서 대기업은 주로 석유 채굴 또는 석유화학부문에 집중돼 있고 이 부문이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대부분 국영기업으로 돼 있어 중소기업을 통한 민간부문의 확대를 크게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낯선 중동지역에 진출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현지시장 여건을 비롯해 기업 설립, 투자, 조세, 금융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의 접근성이 대기업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또한 진출 초기에 사무실 임대 및 인력 파견에 필요한 자금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준다면 국내 중소기업들의 대중동 진출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현 저유가 상황은 국내 경제나 중동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을 통해 경제 체질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협력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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