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일 한국지열에너지학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현재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화석에너지는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고 우리는 대체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대체에너지 중 외부 기상 조건에 의존하는 태양 또는 풍력 에너지와는 달리 지열은 지중의 열을 이용하므로 항시 사용이 가능해 가장 현실적이며 경제성도 높아 최근 이뤄지고 있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사업의 경우만 보더라도 전체 재생에너지 시스템 설치용량의 약 70%가 지열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냉난방에 소요되는 에너지는 막대하다.

2013년 국내 에너지비용은 약 200조원이었고 그 중 냉난방 비용은 15%인 약 30조원을 차지했다. 2013년 당시 정부 예산이 342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많은 비용이 냉난방에 소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열펌프는 낮은 온도에서 열을 흡수해 높은 온도로 열을 방출하는 기기이다. 낮은 온도에서 열을 흡수하는 것이 목적이면 냉방, 높은 온도에서 열을 방출하는 것이 목적이면 난방이다. 공급이 용이한 전기에너지를 사용해 하나의 기기로 냉방 및 난방 두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니 편리해 최근 사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매년 무더운 여름철마다 겪는 전력 부족 사태는 전기 열펌프 사용의 급격한 증가에서 기인한다. 특히 2011년 9월15일 늦더위 여파로 발생한 전국 대규모 순환 정전 사태는 온 국민에게 전력 부족의 심각성을 알리는 대형사고였다. 최근에는 난방용 전기 열펌프의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겨울철에도 전력 부족이 염려되고 있다.

열을 흡수하고 열을 방출하는 대상을 열저장조(thermal reservoir)라고 하는데 이것의 온도와 열용량에 따라 열펌프의 성능과 효율은 큰 차이를 보인다. 측정 결과에 의하면 냉방 시에는 열저장조 온도 1℃ 감소할 때마다 열펌프 성능계수는 약 2.8% 증가, 난방 시에는 열저장조 온도 1℃ 증가할 때마다 성능계수는 약 1.0% 증가한다.

지열 냉난방시스템을 공공건물에 적용하거나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자 하는 경우 타 재생에너지와는 달리 지열이용검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지중의 열전도도 측정 및 분석자료가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하므로 지열시스템을 보급 및 활성화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제안 단계에서는 그 사업의 채택이 불투명해 많은 설계사들이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열전도도 시험이 필수인 지열시스템을 기피하고 있다. 지금은 지열시스템이 설치된 부지 바로 옆에 지열시스템을 제안하고자 할 때에도 열전도도 시험을 별도로 해야 하는데 이는 불필요한 조치이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열전도도 시험은 지열 냉난방시스템이 초기에 보급될 당시에는 경험이 적어 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으나 이제는 많은 시공 사례를 통한 문제점들이 파악돼 있어 제안 단계보다는 실제 시공 바로 전에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지중의 열전도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직경 150mm, 깊이 150m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준비 작업, 케이싱 설치, 시추 공사, 열교환기 매설, 벤토나이트 주입, 수압 시험, 케이싱 제거, 땅속에서 퍼내 올리어진 토양의 폐기, 열전도도 성능시험, 마무리 등의 작업에 최소 7일, 비용은 약 2,000만원이 소요된다.

제안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시험용 시추공은 폐공이 돼 비용과 시간의 손실은 물론 환경적인 피해도 크다. 실제 착공이 된다고 해도 위치, 깊이, 매설된 열교환기 사양 등이 실시 설계 조건과 다르게 되므로 시험용 시추공과 매설된 열교환기가 그대로 사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따라서 제안 단계에서는 보수적인 열전도도 값으로 설계를 해 지열이용검토서를 작성하고 착공을 하게 된다면 바로 그 직전에 열전도도 시험을 실시하는 것으로 지열이용검토서의 규정을 변경하는 것을 제안한다.

만약 보수적인 열전도도 값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전국 715 곳에 시추를 해 지층의 열전도도, 열확산율, 밀도, 공극율 등을 측정해 그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검토 단계에서는 이 값들을 이용해 지열시스템을 설계하게 하면 시추공을 뚫어 열전도도를 시험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페공 방치에 의한 환경 피해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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