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정부는 원자력 이용의 가장 큰 현안으로 남아있던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특히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확보와 함께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을 통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량 감축, 처분면적 축소, 관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인 사용후핵연료 처리(파이로)→TRU연료 제조→고속로 처리→고준위폐기물 처분에 이르는 미래원자력시스템 개발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최명길 의원은 파이로프로세싱 및 고속로 연소 기술개발 타당성 검증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최 의원은 핵심 사안인 ‘파이로 프로세싱 및 고속로 연소 기술개발 사업’의 경제적 효율성과 환경적 안전성을 철저히 점검해 2017년도 정부 예산 심의 때 그 결과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정부의 발표와 토론회에 참석했던 학계·연구원 등의 발표 내용들을 토대로 미래원자력시스템 개발 상황에 대해 살펴본다. / 편집자 주

우선 정부는 지난 7월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6차 원자력진흥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를 열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을 심의·확정했다.

황 총리는 “원자력 발전의 규모가 확대되고 운영 실적이 쌓여가면서 방사성폐기물 관리라는 과제가 우리에게 남겨졌으며 이제는 정부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 대한 관리대책을 수립, 추진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확정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다루는 국가차원의 최초계획으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부지선정, 관리시설의 구축, 관리기술 개발과 기본계획 실행을 위한 법·제도적 기반구축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기술적 방안의 일환으로써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에서는 사용후핵연료 내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량·처분면적 및 관리기간 최소화를 위한 부피·독성저감 기술개발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전세계적으로 약 34만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의 4% 수준인 약 1만4,000톤이 발생했다.

전세계 31개국이 원전 내에 습식저장(Pool)시설을 운영 중이며 15개 국가는 원전 내에 건식저장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연간 약 2,000톤), 영국(연간 약 2,400톤) 등은 상업용 재처리 시설을 운영 중이며 일본은 재처리시설(연간 약 800톤)을 운영 준비 중이다.

핀란드, 스웨덴, 독일, 캐나다, 스페인, 미국, 루마니아 등 7개국이 직접처분정책을 채택했다.

이 가운데 핀란드와 스웨덴은 직접처분 부지를 확보하고 핀란드는 지난해 11월 영구처분시설 건설허가를 획득했다. 주요국가의 처분시설 목표 운영시점을 살펴보면 가장 빠른 나라가 핀란드로 2020년대 초이며 우리나라는 정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상 오는 2053년경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한시적 관리방안으로 원전외부에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확보시점 이전까지 불가피하게 원전부지에서 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해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누계 기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한빛원전 5,693다발, 고리원전 5,619다발, 한울원전 4,856다발, 신월성원전 129다발 등 경수로형원전에서 1만6,297다발과 중수로형원전인 월성원전에서 40만8,797다발이다.

특히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원전은 오는 2019년부터 포화가 예상되고 경수로형 원전인 한빛원전(2024년), 고리원전(2024년), 한울원전(2037년), 신월성원전(2038년) 순으로 포화가 예상된다.

중수로형 원전에서는 연간 핵연료다발 약 5,000개를 사용해 약 100톤의 사용후핵연료를 방출하며 1,000MW급 경수로형 원전은 연간 핵연료집합체 40개를 사용해 약 20톤의 사용후핵연료를 방출한다.

경수로형 원전인 고리원전도 포화용량이 86.4%에 달해 2024년부터 포화될 전망이다.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은 국제적으로 기술 안전성이 입증된 건식저장방식을 채택, 확충케 된다. 전세계 31개 원전 운영국 중 17개 국가(약 55%)가 건식저장시설을 운영 중이다.

중수로형 원전은 저장밀도가 높은 맥스터를 적용하고 경수로형 원전은 경제성, 수용성 등을 고려해 저장방식을 선택키로 했다. 현재 월성원전은 사일로(silo)와 맥스터(Maxtor) 방식으로 저장 중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기술은 일반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됐으며 대부분의 국가가 40년 이상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방안이 발표되자 건식저장시설의 추가 건설을 우려한 기장, 경주, 월성 등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커지면서 난항인 상황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채처리 학·연 의견

김연민 울산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교수는 파이로프로세싱 및 고속로 연소 기술개발 타당성 검증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재처리에 대한 주민 수용성은 매우 낮다”라며 “향후 수십년간 건식저장이 사용후핵연료의 신뢰성 있고 안전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의 형태로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풀수는 없다”라며 “사용후핵연료문제와 관련해 단순히 중간저장시설의 입지 선정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핵발전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공론을 통해 탈핵에너지전환정책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무위원은 개인의견임을 전제 하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의 최종목표는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로 인해 발생하거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국가 후행핵주기 사업위 성패는 사회적 수용성의 확보에 달려 있다”라며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적기에 사용후핵연료 관리 연구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및 기술적 권고와 지원이 가능하도록 원자력뿐만 아니라 타 분야 전문가도 포함된 다제간 협의체계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위원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관련 현안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창의적으로 해답을 만들어가야 하는 문제”라며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요한 기술적, 정책적 및 사회적 현안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소통을 근간으로 다양한 해결방안을 도출한 후 이해관계자간 숙의적 논의를 통해 최적의 해결을 찾는 사회적 합의로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백종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고속로개발사업단 부장은 “국내 고속로 기술은 원자력 선도국에 비해 약 10년 정도 뒤지지만 지속적 기술개발을 통해 오는 2028년 원형로를 건설, 실증한 다음 2040년대 중반에 소듐냉각고속로의 상용화를 통해 상용 원전에서 발생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함으로써 최종 처분장의 규모와 관리기간을 대폭적으로 경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부장은 “국내에서 파이로공정과 연계된 소듐냉각고속로의 성공적 개발은 우리의 환경을 보존하면서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지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도희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연료주기 기술개발본부 핵주기공정개발 부부장은 “한미 양국은 파이로프로세싱의 기술성, 경제성과 핵비확산 수용성 공동 검증을 목표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한미 핵주기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고 세계적으로 파이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부부장은 “한미 공동연구의 파이로 타당성 공동 결정과 국내 기술개발 진척도를 토대로 우리 정부는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개발 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설치된 공론화위원회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권고안’ 내용을 반영해 마련한 것으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하는 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 시설구축 일정과 방식, 관련 기술개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동안 정부는 관리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지난 행정예고와 공청회, 경주 등 지역 지자체, 의회, 주요 이해관계자 등에 대한 지속적인 현장 설명활동을 추진해왔다.

기본계획의 핵심인 관리시설 부지선정은 엄밀한 지질조사 등 부지적합성 평가를 통해 과학적인 타당성을 확보, 지역주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방식을 통해 추진하며 관리시설로는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URL),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동일 부지에 확보하는 방안으로 추진하되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은(URL)은 별도부지에 확보키로 했다.

다만 현재 원전 내에 보관·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외부에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확보시점 이전까지는 불가피하게 원전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확충, 사용후핵연료를 한시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산·학·연 역량결집, 국제협력 등 개방형 기술개발을 통해 안전성·경제성을 가진 사용후핵연료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운반·저장·처리·처분 등 핵심기술을 적기 확보하고 기본계획 실행을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과 독립적인 실행기구인 관리시설전략위원회와 기획추진단을 구성·운영키로 했다.

정부는 관리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가칭)’의 입법과정에서 지역설명회 등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해나가고 5년 단위로 수립하는 이번 기본계획을 향후 현실 여건 변화 등을 반영, 보완해나갈 예정이다.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확보와 함께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을 통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량 감축, 처분면적 축소, 관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인 사용후핵연료 처리(파이로)→TRU연료 제조→고속로 처리→고준위폐기물 처분에 이르는 미래원자력시스템 개발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추진전략은 지난 2008년 ‘미래원자력시스템 장기 추진계획’ 수립 이후 한미 핵주기공동연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신 한미원자력협력협정 발효 등 기술개발 진전과 국내외 사용후핵연료 관련 정책 환경 변화를 반영한 보다 구체화된 미래원자력시스템 실증계획이다.

주요내용으로는 파이로 기술의 핵비확산성 입증과 고독성물질의 고속로 연소 및 처분기술 개발을 추진하며 이의 차질 없는 수행을 위해 우선적으로는 한미 공동 파이로기술의 타당성 입증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한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실증시설 건설 등은 평가와 검증을 통해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결정토록 했다.

기술개발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IAEA와 협력을 통한 파이로 시설의 안전조치 기술개발과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국제포럼(GIF)에 참여하는 국가(한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와의 기술정보 교류·시설 공동 활용 등을 통해 고속로 설계 안전성 및 핵연료 기술개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래원자력시스템 실증에 대비해 부지조성계획 마련, 인허가 준비, 추진체제 보강, 법제도적 뒷받침 등 한미공동연구 타당성 입증 이후 본격적인 실증단계 진입을 위한 기반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바로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며 현실적으로  건식저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향후우리나라 고준위방폐물 처분시설 확보는 사회적 합의 여부 등이 관건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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