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1 어느 골목길. 찌그러진 채 버려진 캔(폐캔)이 자동차를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다. 그 자동차 휠에 소변을 보는 강아지를 발견한 폐캔이 몸을 굴려 온몸으로 소변을 받아낸다. 자동차 휠이 폐캔을 보고 “Who are you?”라고 묻는다. 그러자 폐캔이 “I am your father.”라고 말한다. 환경부가 광고회사 이노션의 기부로 제작한 자원순환(자원재활용) 캠페인 영상광고의 일부 내용으로 폐캔으로 다시 휠을 만든다는 정보를 담고 있다. 

영화 스타워즈의 ‘아이 엠 유어 파더(I am your father)’라는 명대사를 차용해 자원순환의 의미를 강조한 이 영상광고(우유팩·캔·빨대·비닐봉투 등 4가지 시리즈: 쓰레기도 족보가 있다)는 지난해 11월 중앙부처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광고대상’ 영상 부문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2015 서울영상광고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그랑프리(종합편)와 함께 금상(캔편), 은상(우유팩편)을 수상했다. 또 지난 8월 ‘2016 부산국제광고제’에서는 필름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2 지난 6일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제8회 자원순환의 날’ 기념식이 개최된 것이다.

매년 9월6일인 ‘자원순환의 날’은 ‘폐기물도 소중한 자원’이라는 인식을 널리 알리고 생활 속 자원순환 실천의 중요성과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환경부가 2009년에 지정했다. 9월6일의 ‘9’와 ‘6’은 서로를 거꾸로 한 숫자로 자원순환의 의미를 부여했다.

‘쓰임, 그 이상!’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기념식에는 자원순환을 체험할 수 있는 재활용(리사이클링)아트 전시, 재활용품 직접 만들기(DIY), 분리배출 체험교실, 친환경 가족 자전거 체험, 자원순환 실천 다짐 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3 패션업계에 업사이클링(Upcycling)이 뜨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다시 사용한다는 뜻의 리사이클링(Recycling)과는 달리 각종 폐자원에 디자인을 가미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쓰다 버린 카시트를 활용해 가방을 만들거나 버려진 의류를 다시 디자인해 새 옷으로 만드는 등의 작업을 말한다.

업사이클링 내수시장은 지난 2013년 25억원에서 2014년 40억원, 2015년 100억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4 환경부는 지난 7월4일 로이비쥬얼의 어린이 인기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로보카폴리를 자원순환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지난 2011년부터 EBS에서 방영한 로보카폴리는 경찰차, 구급차 등으로 변신하는 로봇들이 위험에 처한 친구들을 도와주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로보카폴리 시리즈는 ‘쓰레기 소동’, ‘에너지 위기 대탈출’ 등 환경에너지 관련 이야기도 다뤄 환경에너지 홍보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환경부는 2018년 1월 ‘자원순환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로보카폴리를 자원순환 홍보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5 국내 최초의 친환경에너지타운인 홍천 소매곡리는 예전에는 하수처리장, 가축분뇨처리장 등 기피시설이 입지해 악취피해, 지가 하락으로 주민들이 떠나 홍천에서도 가장 소외된 지역이었다. 도시가스도 공급되지 않았고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어왔다.

이러한 마을이 친환경에너지타운으로 변모해 음식물쓰레기와 가축분뇨로 도시가스를 생산해 각 가정에 보급함으로써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연료비를 크게 절감하게 됐다. 처리과정의 부산물로 퇴·액비도 생산해 주민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 자원순환사회 구현   

환경부가 경제사회구조를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로 만드는 것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자원순환사회는 일상생활이나 산업활동에서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고 발생된 폐기물은 물질 또는 에너지로 최대한 이용함으로써 천연자원의 사용을 최소화 하는 사회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자원과 에너지를 수입하는 데 2013년 기준으로 하루에 약 1조원(연간 약 371조원)을 지출해야 하는 자원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특히 광물자원의 90%, 에너지의 97%를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립되거나 단순 소각으로 처리되는 폐기물 중에서도 에너지 회수가 가능한 폐기물이 56%나 포함돼 있어 자원낭비가 심각하다. 

또 우리나라는 단위면적당 총폐기물 발생량이 2011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4위로 독일의 1.4배, 미국의 7배, 캐나다의 141배 수준이지만 매립장 잔여 사용연수는 약 13년밖에 남지 않았다. 재활용 시장의 경우 단순 파쇄·절단(60%) 위주이고 고부가가치 기술개발도 부족해 자원순환 관련 기술은 선진국 대비 60% 수준이다.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선 매립 제로화와 순환이용 극대화를 담당하는 재활용업계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재활용업계의 영세성으로 인해 경기침체, 재활용자원 가격 하락에 따른 재활용시장 위축 등 경영위기에 원활한 대응이 힘든 실정이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인 시장변동과 달리 중장기적인 천연자원 고갈과 매립지 포화가 예상됨에 따라 지속가능한 재활용기반 구축이 시급하다”라며 “자원순환 관련 중소기업의 활력을 제고하고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제8회 자원순환의 날' 기념식에서 전시된 현대화된 청소차의 모습.

■ ‘자원순환기본법’ 제정

자원순환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지난 5월29일 제정·공포된 ‘자원순환기본법’이다.

정부가 그동안 폐기물관리법,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추진한 자원순환 정책은 대량 생산·소비·폐기형의 경제사회구조를 전제로 한 것으로 발생된 폐기물의 적정한 처리가 궁극적인 목적이다. 대표적인 제도로 분리배출표시, 쓰레기 종량제,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순환골재 사용 의무화, 전기전자·자동차 환경성보장제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률 체계로는 21세기 자원·에너지 위기와 환경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구현이 곤란하다는 게 환경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생산·유통·소비·폐기 등 전 과정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천연 자원의 소비를 줄이는 자원순환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자원순환기본법’이라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게 됐다.

환경부의 관계자는 “자원순환기본법은 자원을 폐기해버리는 매립이나 단순 소각 대신 아이디어와 기술을 최대한 동원해 재사용과 재활용을 극대화 해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를 만들고 자원순환산업을 육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의 경우 EU는 지난해 12월부터 경제의 자원생산성을 제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진하며 고용창출을 가져오는 ‘순환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순환경제 패키지(Circular Economy Package)’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OECD는 기존 폐기물 관리 위주 정책에서 자원의 전 생애를 통해 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추진하는 ‘지속가능한 물질 관리(SMM : Sustainable Materials Management)’를 도입했다.

G7은 지난해 6월부터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천연자원을 보존하고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하는 ‘자원효율성(Resource Efficiency)’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자원순환기본법 제정에 참여했던 이재영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본부 자원순환센터장은 “EU 등 선진국의 폐기물 관리방법은 감량→재활용→안전처리에서 발생예방→재사용→재활용→에너지회수→안전처리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원순환기본법의 핵심은 자원순환 성과관리제, 폐기물처분부담금제도, 순환자원 인정제를 도입해 자원순환을 촉진하는 것이다. 

▲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에 설치된 바이오가스화시설.

자원순환 성과관리제는 폐기물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장 등에 대해 자원순환 목표(순환이용율, 최종처분율 등)를 부여한 후 그 이행실적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제도다. 특히 우수한 성과를 보인 사업자 등에 대해서는 재정적·기술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사업장폐기물배출자는 2018년 1월1일 이후부터 유용한 자원을 단순 소각 또는 매립해 영구 폐기하는 경우에는 재활용비용에 버금가는 비용을 폐기물처분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다만 일정기준 이상 에너지를 회수하는 경우, 자가매립지에 매립하는 경우,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경우, 폐기물부담금을 이미 납부한 경우 등은 폐기물처분부담금을 감면토록 했다.

폐기물처분부담금 재원은 폐기물 재활용 기술개발, 자원순환산업 육성 및 영세 자원순환시설 투자 등에 사용된다.

순환자원 인정제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경제성이 있어 원료로 직접 투입할 수 있는 폐지·고철 등의 폐기물을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폐기물 규제에서 배제토록 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재활용 과정을 거쳐도 폐기물로 계속 규제를 받아 왔다. 순환자원 인정제도가 도입되면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은 물질이 폐기물에서 제외돼 사업자의 수거·운반, 재활용, 유통에 수반되는 부담이 완화되고 시장에서의 거래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자원순환사회로의 발전을 위한 문화조성, 제품 등의 유해성 및 순환이용성 평가, 순환자원 품질표지 도입, 순환자원정보센터 설치·운영 등 폐기물의 순환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기술·재정지원 시책도 마련했다.

지원시책 중 하나인 순환자원정보센터는 이미 지난 8월2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폐기물과 중고물품을 거래하던 온라인 거래장터인 ‘순환자원거래소’가 폐자원의 유통뿐만 아니라 재활용 기술·정보 등을 제공하는 ‘순환자원정보센터(www.re.or.kr)’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롭게 출발한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순환자원정보센터는 기존에 각광을 받았던 폐기물재활용 사업자 위치기반 검색 기능(GIS), 순환자원 입찰거래 기능, 대상견적 기능, 폐자원 유통지원 서비스 등이 더욱 고도화된다.

올해는 유통지원 서비스 온라인 신청 기능을 추가해 서비스 범위가 점차적으로 확대된다. 아울러 전자입찰 활성화 외에 순환이용 기술 및 가격정보 제공 등 한 단계 진화된 수요자 맞춤형 재활용 정보시스템이 구축된다.

▲ '제8회 자원순환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

환경부는 자원순환기본법이 2018년 1월 본격 시행되면 향후 폐자원의 재활용량이 연간 약 1,000만톤 늘어나고 재활용시장이 1조7,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자리도 약 1만개가 창출되는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의 매립을 없애 매립지 수명을 20년 이상 연장하고 매립 대상 물질을 최소화함으로써 환경오염 예방과 지역 간 형평성을 높이는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8년 시행에 대비해 하위법령 제정 및 각종 제도의 구체화를 위해 자원순환협의체를 구성·운영할 예정이다.

올해 1월부터 폐기물의 해양배출이 전면 금지된 점도 자원순환(폐자원에너지화)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폐기물의 해양배출이 금지돼 육상에서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고 자원순환기본법을 통해 폐기물의 단순 소각이나 매립을 최대한 줄인다고 하니 결국 폐자원에너지화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또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바이오매스 등 폐자원에너지”라고 말했다.
폐자원에너지화의 대표적인 모델이 친환경에너지타운이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은 하수처리장 등의 기피시설을 활용해 태양광, 바이오가스와 같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혜택을 주민에게 환원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에너지 자립, 온실가스 감축, 주민소득 증대, 관광 자원화, 해외수출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업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준공한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시범사업)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해 5곳(청주, 아산, 경주, 영천, 양산), 올해 5곳(인제, 음성, 보령, 완주, 제주) 등 총 10곳의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추가 선정했다.

지난해 선정된 5곳은 올해 6월 말 착공해 내년 완공될 예정이다.

■ ‘네거티브’ 형태로 폐기물 재활용 확대

자원순환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또 하나의 획기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졌다. 지난 7월21일부터 폐기물 재활용 관리제도의 전면적인 개선방안을 담은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폐기물 재활용을 활성화 하는 동시에 안전관리는 꼼꼼하게 한다는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먼저 재활용을 허용하는 방식이 법률상 명시된 71개 재활용 용도·방법만 허용하는 방식(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에서 인체의 건강과 환경에 위해가 없는 경우 재활용을 확대·적용(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할 수 있도록 네거티브 형태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폐기물 종류가 현행 152종에서 286종으로 대폭 세분화 됐다.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총 39개로 유형화 해 각 폐기물별로 재활용 유형 내에서는 자유롭게 재활용이 가능해졌다. 

재활용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인체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폐기물 유해특성 관리항목이 현행 3종에서 선진국 수준인 9종으로 확대되고 폐석면, 의료폐기물(태반 제외) 등 폐기물 자체의 유해가능성이 높은 폐기물에 대해서는 재활용이 원천적으로 금지·제한된다. 

또한 재활용 방법의 환경·인체 영향을 예측·평가하고 신기술의 시장 진입을 쉽게 유도하기 위한 ‘재활용환경성평가’ 제도가 실시된다. 12만톤(토양 혼합상태 포함), 면적 3만m2 이상인 경우가 평가대상이다. 재활용 원칙 및 준수사항이 정해지지 않은 신규 재활용은 규모에 관계없이 평가 후 재활용 가능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환경부의 관계자는 “이전 재활용 방식은 우수한 신기술이 있어도 실용화되기까지 2년 이상이 소요되는 등 재활용 활성화에 제도적 한계가 있었다”라며 “이번 폐기물 재활용 제도 개선을 통해 앞으로는 민간에서 신기술이 개발돼 유해성이 없을 경우 즉각적으로 실용화까지 가능해 장기적으로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재활용의 안전한 환경관리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부는 2017년도 예산안에서 자원순환기본법 제정·공포에 맞춰 재활용산업을 더욱 육성하기 위해 재활용·업사이클센터 설치(39억원 → 78억원), 재활용산업육성융자(1,036억원 → 1,329억원), 자원순환정보시스템 구축(5억원 → 7억원) 등 관련 예산을 증액했다.

‘재활용환경성평가’ 관리체계 구축 예산도 증액(2016년 15억원 → 2017년 20억원)했다.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사업(2016년 9개소 67억원 → 2017년 15개소 110억원)을 확대 편성하는 한편 폐자원에너지화 기술개발(2017년 128억원)을 지속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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