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재강 기자] 천연가스 인프라사업의 경쟁력 향상과 수출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이 수립돼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주형환)는 지난 7월21일 ‘천연가스 인프라(downstream)사업 해외진출 TF’ 발족식을 열고 ‘천연가스 인프라사업 해외진출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전세계 천연가스 인프라 시장이 향후 10년간 약 370조원 규모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는 우리 천연가스산업의 30년간의 노하우와 기술, 시공능력을 수출상품화 하기 위해 해외진출 전략에 착수했다. 그 결과 대기업·중소기업·공기업 간 ‘융합 연합체(얼라이언스)’ 구축을 위한 플랫폼으로 특별팀(TF)를 발족했다. 천연가스 인프라사업이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지 정부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 해외 인프라사업 추진전략

이번 정부가 발표한 ‘천연가스 인프라사업 해외진출 전략’은 국내 천연가스산업의 노하우와 신성장동력 개척이라는 이슈가 결합됐다.

국내 천연가스산업은 1986년 천연가스 도입 개시 이후 30년간 공급 안정성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며 세계 2위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으로 발돋움했다. 양적·질적으로 크게 성장한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30년간 축적한 한국가스공사의 인수기지·배관망 운영 노하우·기술과 국내 건설사의 국제적 시공능력을 융합, 시너지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수주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해외진출 전략’을 마련하게 됐다.

정부는 해외 인프라사업을 유형화하고 사업범위와 대상국가, 투자규모, 인력수급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방침이다. 또 대상 국가별 맞춤형 모델을 개발해 수주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여기에 공·민간기업 합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최초의 천연가스 해외 인프라 투자·운영사업인 ‘멕시코 만사니요 터미널 건설·운영 프로젝트’의 예처럼 단순한 건설공사를 넘어 총체적인 관리·유지보수까지 수출상품화를 추진한다.

멕시코 만사니요 프로젝트(2008년~현재)는 우리 기업이 3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6억6,000만달러를 즉시 회수, 이후 20년간 8억5,000만달러를 회수할 예정인 국내 천연가스 인프라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총 회수액은 15억달러에 달한다.

그 결과 중소건설사(12개사, 990만달러), 자재조달(61개사, 740만달러) 및 건설기간 중 연간 259명 파견 등 동반진출 및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해외 프로젝트 관련 정보·기술의 교류를 위해 가스공사, 건설사, 조선사, 해운사, 금융사 등으로 구성된 ‘융합 연합체(얼라이언스)’ 플랫폼인 ‘천연가스 인프라사업 해외진출 TF’를 운영할 계획이다.

TF 내에 구체적인 프로젝트 별로 TF도 구성·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에너지신산업 종합대책’에 포함된 스마트 가스계량기인 원격검침(AMI: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의 해외진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TF는 8월 초부터 구성·운영을 시작한 상태다.

■ 천연가스 인프라사업이란

‘천연가스 인프라사업’은 최종 소비처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인수기지, 배관 등 제반 기반시설(인프라)의 개발·투자·건설·운영 및 기술용역을 통칭하는 말이다.

또 천연가스 산업 가치사슬에서 저장·공급·판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특히 장기간·대규모 부가가치 및 고용창출 효과가 높고 엔지니어링·건설·금융 등 타 산업에 파급효과가 큰 대표적인 공익사업으로 꼽힌다.

■ 추진배경

우리나라는 전세계 LNG 소비량의 15.1% 차지, 세계 2위의 수입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국내 천연가스산업은 도시가스 보급 포화 및 국내 천연가스 수요 안정기에 진입함에 따라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도시가스 보급률은 2015년 말 기준 79%에서 2019년은 84%로 전망된다. 국내 천연가스 수요는2013년 기준 4,008만톤에서 2015년 3,370만톤, 2022년에는 3,396만톤으로 줄어들고 2029년에는3,465만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천연가스 인프라사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수출산업화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친환경바람도 천연가스 인프라산업의 성장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글로벌 LNG 수요 증가, 셰일가스 등 신규 LNG 개발 확대에 따라 해외 인프라사업 시장도 급성장 전망이다.

정부에 따르면 부가가치의 경우 천연가스 인수기지 1기 수주금액 약 1조1,100억원으로 통상 20년 이상 장기간 운영되는 사업이다.

고용창출은 국내 천연가스 저장·공급분야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 당 13.0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취업유발계수 10억원 당 8.8명보다 고용효과가 크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특히 해외 인프라사업은 상·중류사업에 비해 유치국 정부 및 국제기구의 지급보증,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으로 투자 위험성이 낮다.

또한 공기업·대기업 위주로 추진되는 상·중류 사업과 달리, 기자재 조달, 엔지니어링, 건설 등 다양한 산업군 참여로 중소기업 동반 진출에 유리하다.

일례로 가스공사가 참여 중인 해외 인프라사업을 보면 우즈벡 수르길 프로젝트에 대기업 3개 및 중소기업 312개 참여, 모잠비크 마푸토 프로젝트에 중소기업만 13개가 참여하는 등 동반진출 효과를 보고 있다. 

이 같은 점들이 천연가스 인프라사업에 정부가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해외 인프라사업 시장 전망

중국·인도·중동 등 글로벌 LNG 수요 증가 및 북미·동아프리카 등 신규 LNG 개발 확대에 따라 해외 인프라시장도 급성장 전망이다.

인수기지 설비는 연간 총 기화용량 기준으로 아시아, 유럽 및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1억5,000만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2015년 7억3,000만톤에서 2025년 8억8,000만톤으로 이는 국내 연간 수요량의 약 4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배관망은 아시아(수요 증가) 및 북미(LNG 개발 확대)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약 5만5,258km 신설될 예정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72개 신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신규 제안된 해외 LNG 인수기지 및 배관망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약 370조원 규모의 글로벌 인프라시장 형성될 전망이다.

■ 국내 인프라사업 역량 분석

해외 인프라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기본설계(FEED: Front End Engineering Design), 상세설계·자재조달·건설(EPC: 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 (O&M: Operation&Maintenance), 투자비 및 LNG 조달 역량이 필수다.

전방가치사슬인 기본설계는 전체 사업금액의 약 15% 수준이지만 후방가치사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 전체 사업의 가격·품질을 결정한다. 

국내기업 역량 분석 결과 가스공사는 기본설계·기술용역분야, 민간기업은 건설(시공)·기자재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상세설계 및 투자비 조달 등 분야에서는 공기업-민간기업 간 상호 보완(컨소시엄)을 통한 수주 경쟁력 확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공사-민간기업 컨소시엄 구성 시 민간기업은 시설금융·PF 등 금융조달 용이해지고 공기업은 부채비율 관리 등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

■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률 높인다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해외 인프라사업을 유형화하고 사업범위, 대상국가, 투자규모, 인력수급 등 우선순위를 설정할 방침이다.

우선 해외 인프라사업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한 정보교류 및 협력의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천연가스 인프라사업 해외진출 TF’를 구성·운영하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순위 설정을 위해 해외 인프라사업의 발주 범위에 따라 국가위험도, 전문인력 수급, 컨소시엄 구성 등을 고려할 예정이다. 대상 국가는 가스 수요가 확대되고 공급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다만 국가위험도가 높은 지역의 신규 사업 참여는 지양할 방침이다.

국가위험도 평가를 위해 정치, 경제, 법·제도, 대정부 협상 등에 대한 정성적 평가와 더불어 국가위험도를 평가지표로 활용한다.

평가지표는 외교부 여행경보제도 상 여행금지국가, 국가위험프리미엄 일정 수준 이상 국가 및 IMF 채무불이행 대상국가 등이다.

컨소시엄 구성·운영을 통해 사업위험도 완화한다. 산업부는 국내 공기업-민간기업의 공동 진출을 통한 시너지 창출 및 현지기업과 공동사업을 통해 지정학적 사업위험을 완화할 방침이다.

또 ‘가스공급 연계 투자사업’에 필요한 LNG 조달을 위해 해외 주요 메이저(엑슨모빌, 셰브론, 셸 등)와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스공사가 조달하는 경우 이미 추진 중인 해외 상·중류 프로젝트와 연계하돼 국내 수급여건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추진한다.

수송비 등 LNG 조달의 효율성을 고려해 상·중류-인프라 사업 간 유기적 연계를 추진하고 수급 유연성 확보를 위해 도착지 제한 개선도 병행할 예정이다.

▲ 한국가스공사가 공동참여한 인도네시아 DSLNG플랜트 전경.
■ 협업은 어떻게 구성되나

정부는 천연가스 해외 인프라사업 관련 정보교류, 협력방안 모색을 위해 산업부에 ‘천연가스 인프라사업 해외진출 TF’를 설치하기로 했다.

추진방향은 국내 공·민간기업 간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지원해 해외 인프라사업 수주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TF 내 관련 기업·부처로 구성된 2개의 ‘정보교류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과 민간기업 대표(1인)가 공동위원장을 맡는 총괄 TF가 운영된다.

총괄 TF에서는 해외 인프라사업 수주정보 및 기술정보를 총괄해 사업모델 마련 및 수주경쟁력 제고를 위한 시장개척·제도개선 등 종합 검토를 추진한다.

교류회를 살펴보면 사업정보 교류회의 경우 관계부처(산업부·국토부 등), 가스공사, 건설사, 금융사, 코트라 등으로 구성된다.

이 교류회에서는 해외 인프라사업 정보 교류 및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실현가능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사업모델 협의 및 국가별 마케팅 등이 추진된다.

기술정보 교류회는 관계부처(산업부·해수부 등), 가스공사, 조선사, 해운사 등으로 구성된다.

이 교류회에서는 LNG 화물창, LNG 벙커링, 액화공정기술 등 인프라사업 선도기술(Winning Technology) 정보 교류 및 공동 기술개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사업정보 교류회는 격월, 기술정보 교류회는 분기별로 개최하고 총괄 TF는 반기별 개최를 통해 추진상황을 종합점검·검토 실시할 예정이다.

산업부 가스산업과의 관계자는 “참여희망기업이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방식으로 운영해 종합적인 수주경쟁력 및 동반진출 효과를 제고할 방침”이라며 “국내 천연가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진출을 통해 국내 연관 산업의 동반성장이 이번 계획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 성공 열쇠는 ‘변함없는 관심과 지원’에 달려

이번 정부의 계획에 우려반 기대반이다. 우려는 자원과 연계된 인프라산업의 특성상 국제정세의 변화에 투자 성공의 위험성이 여전히 크다는 데 있다. 기대는 앞서 말한 기자재, 건설 등 인프라부분에서의 풍부한 경험이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민간기업의 안정적인 금융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가스공사의 관계자는 “공기업, 민간기업이 중동, 중남미를 중심으로 인프라구축 경험이 풍부하다 다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라며 “정부의 계획대로 금융지원이 확실히 뒷받침된다면 장기적으로 인프라산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민간기업 역시 지속적인 재정지원과 변함없는 관심이 이 사업의 성공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인프라 관련 민간기업의 관계자는 “인프라산업은 장기적인 투자인 만큼 정부가 밝힌 유관 기관들의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성 및 선택과 집중 전략은 옳은 판단 같다”라며 “다만 정부가 계획을 자신 있게 발표했으니 향후 계획대로 추진할 의지와 공공기관, 민간기업간의 의사소통 등이 원활히 이뤄져야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모두의 기대 속에 정부가 밝힌 인프라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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