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정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5월부터 LPG용기 이력관리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충전기한 또는 재검사를 받지 않은 용기를  LPG용기충전소의 충전과정에서 걸러내고 스커트나 프로텍터 등이 찌그러진 불량 용기의 유통을 차단해 주택 또는 음식점 등 상업용으로 사용되는 LPG용기의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용기 이력 및 안전관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부와 가스안전공사에서는 LPG유통 과정을 자동 추적할 수 있는 ICT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현장에서 접목시켜 이를 통해 문제점을 도출하는 한편 향후 보완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제주도와 강원도 홍천에 8만2,000개의 RFID 태그를 부착하고 관련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가스안전공사에서 3억8,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SK가스나 E1, S-OIL의 임실충전소 등에서 1억원 등 총 4억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LPG용기 소유 또는 관리 주체가 불분명하고 LPG공급방식이 용기에서 소형LPG저장탱크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데 전국 확산을 염두에 둔 실증사업을 할 이유가 있느냐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충전, 판매 등 LPG업계는 RFID 태그를 부착하는 것이 어떻게 용기의 안전성을 높여주는지에 대한 이해도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물론 가스안전공사에서 LPG용기 이력관리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LPG업계에서는 용기 이력관리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마을단위 또는 군단위 LPG배관망사업으로 인해 LPG유통단계에서 용기를 통해 판매하는 LPG물량이 점차 감소 추세에 있어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LPG용기 이력관리가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개당 2,000원인 태그 비용은 물론 이를 부착하고 거래처 정보와 용기에 대한 정보를 입력할 인력을 추가 채용해야 하는 등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7월 현재 1만3,000개가 부착된 RFID 태그는 8월 중 10만5,000개가 부착 중에 있으며 LPG판매가 본격화되는 10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이력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LPG용기 이력관리 도입 배경

지난 2013년 대구 소재 한 LPG판매소에서 노후 LPG용기를 사용해 허가도 받지 않은 무허가시설에서 불법 충전하던 중 LPG가 누출돼 가스가 폭발하면서 경찰 2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는 인명 및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면서 LPG용기 이력관리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LPG용기는 소유 구분이 없어 누가 용기를 구입했는지, 또 새 용기를 구입한 사업자가 새 용기 대신 낡고 노후된 LPG용기를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아 신규 LPG용기 구입을 기피하게 돼 용기가 부족한 사태가 발생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샀다.

특히 LPG용기를 사용하는 소비자, 즉 국민들에게 LPG용기의 유통기한, 검사여부 등과 같은 용기 정보 제공이 불충분해 용기에 대한 이력관리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자는 목적도 포함돼 있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약 800만개의 LPG용기 중 절반에 가까운 370만개가 사용된지 20년이 지난 장기 사용 용기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 재검사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 수단이다.

제조 후 20년 이전 LPG용기는 5년, 이후 용기는 2년마다 자격을 갖춘 민간 전문검사기관의 재검사를 받게 되는데 불합격된 용기는 유통이 금지되고 폐기처분토록 관련 법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전문검사기관이 부실검사를 반복하거나 사업정지 처분기간에 몰래 검사를 수행해도 지자체장이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부실검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한 몫 거들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산업부에 IT 등 기술을 활용해 부실검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시스템적 해결방안을 도입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저렴해진 LPG용기값, 재검사 왜받나?

2010년 5월 LPG용기에 대한 사용연한제를 시행할 당시만 하더라도 노후 LPG용기 비중이 많았다. 특히 20kg LPG용기 가격이 개당 7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LPG용기 검사기간도 최초 4년 1회 검사 이후 15년까지 3년, 20년까지 2년, 20년 이후는 1년마다 검사를 받아야 해 LPG용기 검사비 부담도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충전, 판매업계는 신규 LPG용기 구입은 고사하고 용기관리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서로 상대방에게 검사비 부담을 더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LPG용기 소유권이 충전, 판매 등 LPG업계는 물론 민간 전문검사기관, LPG소비자 등으로 불분명해 사업자들이 LPG용기 구입을 꺼리게 만들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새 LPG용기를 구입하더라도 이를 구입한 사업자에게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는데 있었다.

사용연한제의 시행으로 유통 중인 LPG용기가 부족한 상황이 연출됐고 충전기한이 경과되거나 심지어 미검용기가 유통되는 현상마저 발생했다.

용기 제조사는 때 아닌 특수를 맞았으나 용기 제조업체가 신규 등장하는 것은 물론 중국, 베트남, 태국, 인도 등 해외에서 수입된 LPG용기가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LPG용기 가격은 현재 3만4,000원 수준까지 추락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LPG용기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신규용기 구입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늘어난 신규용기는 검사를 받아야 할 용기물량을 크게 줄였으며 낮아진 재검사비용으로 인해 각 사업자들은 용기 관리 및 검사업무를 서로 맡아서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LPG용기 이력관리 무엇이 문제인가

RFID 태그를 부착해 용기 제조단계에서부터 판매, 검사 등 전사이클에 대한 관리를 하고 실시간 용기정보를 제공해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배경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소형LPG저장탱크 확산으로 용기 활용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물론 전반적으로 LPG판매가 둔화되면서 LPG산업이 경색되고 있어 RFID 태그 부착 비용 등을 마련하는 것이 녹록하지만 않다. 

더 큰 문제는 LPG용기 이력관리를 하더라도 용기 소유와 관리 주체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용기 외면에 충전기한, 충전소와 LPG판매소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돼 있을뿐더러 LPG판매량이 감소하면서 한 개의 거래처를 더 확보하기 위해 용기에 판매업소 전화번호 등이 기재된 스티커마저 붙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개 이상의 충전소와 거래하는 LPG판매소가 거래업체를 바꿀 때 태그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거래처 변경을 해주지 않을 때에 대한 해결방법 도출도 쉽지 않아 이런저런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LPG용기의 손상으로 사용이 어려운 불량용기를 걸러내지 못해 결국 충전, 판매사업자가 그 역할을 해야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범사업을 거쳐 실증사업이 추진되는 기간 동안 이력관리시스템 보조 인력 채용을 통해 태그 부착, 용기번호 및 충전기한 등을 입력한다지만 이를 확대시행하게 될 경우 LPG사업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LPG용기 이력관리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경우 재검사 등 LPG용기 관리비가 많이 들고 RFID 태그 부착 및 관리 인력 등에 대한 비용은 결국 충전, LPG판매소 등 사업자가 부담하게 되거나 LPG소비자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럴 경우 감소하고 있는 LPG판매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충전, 판매 등 LPG유통업계의 사업 환경도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LPG용기에 대한 안전관리를 향상시키고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LPG업계에서는 용기 색상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SK가스나 E1 등 LPG수입사와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별 고유 브랜드화를 하게 될 경우 각 사에서 책임있게 LPG용기 관리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색상 변경 시 도색비, 홍보비용 등에 대한 각 공급사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지만 책임있게 LPG용기 관리 및 검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PG라고 하면 가스폭발사고에 대한 이미지가 적지 않지만 셰일가스로 인해 가격도 저렴해지고 회색 일변도의 용기 색깔도 밝고 화사하게 바뀐다면 긍정적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한 연료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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