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실 책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 지난해 12월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파리협정체결로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가별 자발적 기여 방안(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을 제출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8.5억톤)대비 37%를 감축목표로 제시해 향후 목표달성을 위한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세계 10위, 배출증가율은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곳이 한국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증가율 측면에서 모두 매우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3년을 기준해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6.9억톤으로 이중 발전부문과 산업부문에서 약 73%를 기록해 온실가스 발생량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확산이 더욱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발전부문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만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목표 달성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원별 공급에서 태양광, 풍력의 비중을 높이고 2030년까지 1차에너지대비 9.7%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정책에 더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로 에너지신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 산업부문에서의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산업계 지원책을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새로운 화학제품 및 연료를 생산하는 기술개발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산업적 가치를 높이는 탄소활용기술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기존 산업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수단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분야는 무한경쟁에 돌입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기술이 있다.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활용할 에너지신산업 도약에 있어 핵심이 되는 기술 중 하나가 물분해(수전해) 수소 기술이다.

수소는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물질 중 가장 풍부한 원소(전체질량의 75%, 전체부피의 90%)다. 지구 어디에서든 존재한다.

또한 연료전지나 내연기관 등으로 에너지 변환이 용이하고 사용 후 이산화탄소 배출없이 물만 남는 등 청정성이 뛰어나다.

이뿐이 아니다. 무엇보다 수소의 가장 큰 장점은 그 활용의 다양성에 있다. 즉 수소는 저장된 후 다시 전기와 열로 전환될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붙여 메탄으로 전환해 수송분야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고 화학산업의 원료로도 공급이 가능하다.   

IEA는 Technology Roadmap(2015)을 통해 수소는 불규칙적이고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전력 저장에 용이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MW규모 이상의 대용량 에너지저장에서는 수소가 여러 기술 중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NREL에서는 에너지를 저장한 후 생산된 전기 단가의 균등화 비용 분석에서 수소가 배터리뿐만 아니라 지형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곳에서는 CAES나 양수발전과도 경쟁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여기서 적용되는 에너지저장체로서의 수소는 모두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이용한다. 수전해 기술로 수소를 제조해 이를 저장, 에너지로 전환하는 개념이다.

수전해 기술은 전기에너지를 받아 물의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수소와 부산물로 산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수전해 기술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현재 수전해 수소제조기술은 크게 알카라인 수전해, 고체고분자전해질(PEM) 수전해 그리고 고온수증기전기분해 등이 방식이 사용된다.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은 세 가지 기술 중 가장 오래된 기술이다. 이미 상업적으로 검증돼 여러 용도로 운전되고 있다. 알칼라인 수전해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철과 니켈처럼 풍부하고 저렴한 재료들을 사용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점이다.

또한 구조가 간단하고 재료의 신뢰성이 높아 장기운전 및 대용량에 유리하다. 단점도 지닌다. 운전 전류밀도가 낮다. 또 사이즈가 비교적 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R&D는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면서 효율을 극대화하고 부하변동에 최적화된 차세대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국가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미래부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으로 ‘차세대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개발’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다.(그림1 참조)

▲ 그림1. 760Nm3/h급 알칼라인 수전해장치(스위스 IHT).

고체고분자전해질(PEM) 수전해 기술은 셀을 구성하는 재료들 즉 귀금속의 촉매들과 고분자막, 내부식성 분리판 등의 사용으로 인해 알칼라인 수전해에 비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셀 구조도 비교적 복잡해서 대면적화에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높은 전류밀도 운전이 가능하고 소형화가 가능해 부하변동 대응에 빠른 응답 특성을 보이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특성에 따라 현재 많은 국가에서 귀금속 대체를 통해 가격을 낮추고 대면적화 하는 기술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산업부 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개발사업으로 ‘수소생산단가 저감을 위한 350기압급 고분자 전해질 수전해조 스택 기술개발’ 연구가 수전해 전문기업인 엘켐텍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그림2  참조)

▲ 그림2. 30Nm³/h급 고체고분자전해질 수전해장치(미국 Proton on Site).

고온수증기전기분해 기술은 고온 운전 특성으로 고온 열을 직접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세 가지 기술 중 가장 효율이 높은 장점을 지녔다. 반면 최근 개발되고 있는 기술로 세 가지 기술 가운데 기술 성숙도는 낮은 편이다.

시스템 수준의 기술개발은 최근에 진행됐고 향후 연구개발에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다부처사업으로 고온수증기전기분해 기술이 접목된 ‘신재생 하이브리드 이용 미래에너지저장 기술개발’이라는 신규과제가 현재 공모 중에 있다.(그림3 참조)

▲ 그림3. 5.6Nm³/h급 고온수증기전기분해 스택(미국 INL).

현재의 수전해 기술개발 방향은 주로 재생에너지와의 연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그 효과에 비해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저장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미 현실로 직면하고 있는 독일 등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P2G (Power to Gas)와 같은 수전해 수소제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그림4 참조)

▲ 그림4. 독일 P2G 개념도.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점차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에너지저장 기술의 필요성이 시급해지고 있다. 여기에 산업계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화학소재 및 연료로 생산하는 탄소자원화 기술이 상용화되면 수소의 수요도 급격하게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수전해 수소제조기술은 에너지저장과 활용, 더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기술 중 하나로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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