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도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우리나라는 2002년 화석연료인 경유에 친환경 수송용 연료인 바이오디젤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바이오디젤의 보급은 2006년 하반기부터 상용화, 2012년 의무화 단계를 거쳐 2015년 7월31일부터 RFS 시행령이 발효돼 현재는 경유에 2.5%를 혼합해 유통되고 있다.

RFS에 따라 혼합의무자인 국내 정유사는 바이오디젤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바이오디젤을 납품받아 자사의 경유에 혼합해 이를 전국의 모든 주유소로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혼합율이 2.5%로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합의무자는 편리에 따라 혼합율을 조정해 유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매월 2.5%를 혼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85% 또는 3.5%를 혼합해 연간 2.5%를 맞추는 것(연간단위총량제)이다. 이러한 비규칙적인 혼합율에 따른 문제점이 심각하게 예견돼 바이오디젤업계의 생존을 위해 해당 사안의 철회를 정부에 건의했다.

연간단위총량제는 혼합의무자로의 편향적인 수혜 발생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유사의 바이오디젤 월 단위 구매가격은 납품달의 전전월 국제원자재(팜유와 대두유)가격을 기준해 결정되기 때문에 가격 예측을 통해 구매 시기를 조정해 기회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4월의 경우 국내 정유사의 바이오디젤 구매 물량은 이전의 몇 달 대비 급증했는데 이는 현재 국제원자재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로 저가의 바이오디젤을 다량 확보해 재고 Play를 통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재고 Play를 통해 기회 이익을 얻어야 하는 쪽은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국내 중소 바이오디젤업체이다. 수시로 변동하는 원료가격을 예측해 저가의 원료를 확보해 바이오디젤 가격이 좋은 시기에 파는 것은 제품 생산 업체의 몫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회 이익을 생산자가 얻지 못하고 혼합의무자인 거대 기업인 정유사가 가져간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정하지 않은 정유사의 구매 패턴으로 인한 바이오디젤 생산 업체들의 고충은 매우 크다. 저가 원료 구매를 통한 기회이익 창출 개념이 상실되고 불투명한 생산 물량으로 인해 생산 및 재고 유지의 기준 설정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산 활동이 어렵게 된다.

바이오디젤의 판·구매 계약은 최저가 입찰 경쟁을 통해 이뤄져 있어 판매 수익성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국내 바이오디젤의 가장 중요한 원료인 폐식용유의 경우 매월 일정한 물량이 배출돼  이를 가장 적절하게 재활용 할 수 있는 방안은 혼합의무자의 매월 일정한 구매 물량에 있다.

월별 상이한 패턴으로 바이오디젤을 구매할 경우 폐식용유만을 원료로 사용하는 업체의 경우 정유사의 구매 물량이 급증하면 원료 조달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혼합의무자의 구매 물량이 급증할 경우 폐식용유의 소요량이 급증해 이를 수거하는 전국의 5,000여명의 영세업자들의 고민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수거상들에게 닥칠 문제점은 저장 탱크 부족, 물량 매입 급증에 따른 현금 유동성 악화 그리고 갑작스런 정유사의 구매 물량 감소 시 발생할 수 있는 폐식용유 사용량의 급감으로 인한 재고 문제 등이 매우 심각하다.

이런 문제점은 수거상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바이오디젤업체에게도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바이오디젤의 생산 단가에 있어 원료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5%에 이르는 상황에서 폐식용유의 구매 물량 급증 시 예견될 수 있는 폐식용유 단가의 상승이다.

언급된 심각한 문제점들로 인해 바이오디젤업계는 연간단위총량제의 철회를 정부에 적극 건의했으나 정유사의 혼합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연간단위총량제는 RFS 시행령이 도입되면서 추진됐다.

여기서 RFS의 바이오디젤 혼합율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바이오디젤 혼합율 관련 내용은 석유 및 석유대체 연료 사업법 내의 ‘석유제품의 품질기준과 검사방법 및 검사수수료에 관한 고시’의 별표3. 경유 품질 기준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의 연도별 혼합율의 양쪽에 모두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석유 및 석유대체 연료사업법의 품질기준은 바이오디젤 혼합율을 2~5%를 범위로 규정하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에는 2.5%로 고정된 수치를 적용하고 있다.

즉 2~5%는 혼합의무자가 매월 상이한 혼합율을 적용해도 무방한 것이며 최소 1.55%, 최대 5.45%까지 혼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혼합의무자는 매월 예측된 가격을 통해 저가의 바이오디젤 구매를 위해 구매 물량과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우리와 달리 바이오디젤 혼합율이 고정된 수치로 적용되고 있다.

즉 바이오디젤 5.0% 의무혼합율을 적용하고 있는 미국의 오리건주·메사추세츠 등의 경우 차입·이월 비율이 20%가 적용해도 최소 4.0%는 혼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혼합에 대한 유연성은 RIN(Renewable Identification Numbers)이라는 크레디트를 석유정제업자가 구입하고 사용함으로써 의무량을 달성하는 방식으로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및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 등이 활성화된 시장에서 가능한 사항들이다.

또한 혼합의 유연성을 제공하는 국가의 경우 바이오디젤 의무혼합율이 기본적으로 5.0% 이상인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우리의 경우처럼 현 2.5%에서 2018년부터 시작되는 혼합율 3.0%의 단계에서는 지금의 연간단위 총량제도 과한 유연성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Range(2~5%)로 설정된 바이오디젤 혼합율의 의미는 혼합의무자에게 혼합에 대한 유연성을 이미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바이오디젤 혼합율이 Fixed된 수치로 설정돼 이를 완화하기 위해 유연성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도 미국의 경우처럼 바이오디젤 혼합에 대한 유연성을 제공하고자 한다면 혼합율을 2~5%라는 구간이 형성돼 있지 않고 신재생에너지법의 연도별 혼합율과 같이 고정된 수치(2.5%)로 설정돼야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고시와 시행령의 다른 혼합율 설정으로 인해 바이오디젤업계의 고민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현재 추진 중인 연간단위총량제는 기본으로 하고 더 나아가 의무량의 차입·이월이 가능하도록 제도상의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연간단위총량제로 인한 바이오디젤업계의 심각한 경영난이 목전에 닿아 힘겨운 생산 활동에 난감해 하고 있는 와중에 의무량의 차입·이월이 가능하도록 제도상의 보완을 요구한다는 것이 매우 잘못된 사안이다.

일부에서는 국내 물가 안정과 국내 정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의무량의 차입·이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합당하지 못한 지적이다.

바이오디젤 혼합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은 정유사의 천차만별인 지역별, 주유소별의 가격을 고려할 경우 극히 미미한 수준이며 정유산업의 경쟁력은 혼합율 2.5%에 해당하는 바이오디젤과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의 바이오디젤 구매가격은 제품 판매가에 그대로 적용돼 정유산업의 경쟁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바이오디젤의 혼합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분야로 바이오디젤의 연간단위총량제는 바이오디젤 생산 업계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규제임이 분명하다.

치명적인 규제에 더해 의무량의 차입·이월이 가능하도록 제도화 된다면 이는 그동안 친환경 연료 생산과 폐식용유 재활용을 통한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중소 바이오디젤업체의 도산과 폐업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적용되고 있는 2~5%의 구간 설정과 연간단위 총량제가 기본적으로 연평균 26% 이상의 허용 비율을 인정하고 있는 것임에 따라 의무량의 차입·이월은 거론할만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리고 현재 닥친 바이오디젤업계의 비상사태(급변하는 혼합의무자의 구매물량으로 인한 생산 활동 및 경영상의 어려움)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이오디젤 구매 예고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당월 이후 3개월간의 월별 예상 구매량을 바이오디젤 납품 업체에 제공해 바이오디젤업체들의 안정적인 수급 마련과 정상적인 생산 활동에 주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3개월 예고 물량과 실재 구매 물량과의 차이를 +/-10% 수준으로 한정된 예고제를 도입 하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바이오디젤 생산 업체(2010년 23개 업체가 등록)가 저조한 생산 활동과 낮은 수익률로 인해 도산, 자진 폐업 또는 등록 취소가 돼 현재는 7개사만이 생산 활동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오디젤 보급 계획 수립 당시, 정부가 제시한 혼합의무자의 바이오디젤 생산에 대해 정유사가 수용하지 않은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혼합의무자인 당사자가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를 자회사로 운영해 기존의 중소 바이오디젤업체의 시장을 잠식한 것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에서 의무량의 차입·이월을 거론한다거나 해당업체의 증설을 검토 한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인식임에 분명하다.

그동안 바이오디젤업계가 국내 폐식용유 재활용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 매년 15만톤 이상의 폐식용유가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되고 있어 이러한 모범적인 바이오디젤 생산 사례를 감안할 경우 ‘바이오디젤 구매 예고제’도입은 결코 바이오디젤 업계만을 위한 방안이 아닐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