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29일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이 도시가스산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도시가스업계 참석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조재강 기자] 최근 계절적 비수기로 인해 도시가스 수요개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름철 가스냉방 의존에 벗어나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도시가스가 이렇게 위기를 느끼는 것은 판매량의 감소와 관계가 있다. 그동안 전기, LPG 등 타 연료의 지속적인 보급으로 인해 도시가스 판매량이 정체 상태다.

한국도시가스협회 연도별 공급실적에 따르면 세대당 평균 도시가스 사용량은 2001년을 시작으로 매년 평균 4.3% 정도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2001년 세대당 평균 도시가스 사용량 987m³에서 2014년 556m³로 감소 추세다. 감소원인으로 전열기기 사용 증가, 가구유형 변화, 건축물 단열성능 개선 등이 꼽혔다. 주요 용도별을 살펴보면 최근 3년간 산업용과 집단에너지 판매가 모두 감소하고 있다.

산업용 판매량의 경우 1,000세대당 2013년 967만6,000m³, 2014년 869만6,000m³, 2015년 732만m³으로 줄었다. 집단에너지는 2013년 73만4,662m³, 2014년 56만3,847m³, 2015년 47만3,898m³으로 감소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천연가스차량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수송용은 CNG 경쟁력 약화로 인해 판매가 감소 추세다. 버스운수업자들이 저유가로 인한 유류비 부담으로 대폐차 시 경유버스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또 CNG하이브리드, HCNG 등 신규시스템 추진·보급도 CNG 판매량의 확대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와 관련 업계의 관계자는 “도시가스 수요개발을 위해서는 급변하는 에너지산업 환경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할 시기”라며 “분산형 전원, 신규수요 발굴 등 정부의 정책과 환경변화에 따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도시가스 경쟁력이 걷잡을 수 없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표현인 셈이다.

▲ 가스빨래건조기.
■ 분산형 전원에 ‘자가열병합발전’ 주목

이처럼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 분산형 전원을 통해 도시가스 수요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끈다.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에 맞물려 대표적인 분산형 전원인 자가열병합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가열병합발전의 경우 천연가스를 주연료로 사용해 도시가스사의 신규수요 사업으로 적절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실제 자가열병합발전을 통해 전기요금을 낮추는 등 만족도가 높은 단지들이 증가하고 있다. 

인천시 남구에 위치한 학익 엑슬루타워단지의 경우 설계부터 소형열병합반절기를 적용해 운영 중으로 공동전기요금을 많이 낮췄다는 게 단지 소장의 설명이다. 

소장에 따르면 열병합발전기 설치 후 공동전기요금을 2013년에 월 평균 3,500만원, 2015년에는 월 평균 6,000만원까지 절약했다.

하지만 열병합발전 수요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여전하다. 특히 정책담당자의 인식전환 부제가 열병합발전의 보급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코원에너지서비스의 관계자는 “지자체의 관심부족 및 정책담당자의 이해도 부족이 분산형 전원의 보급을 어렵게 하고 있다”라며 “정책담당자의 잦은 변경으로 인해 전문성을 갖기 어려운 것도 확대에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이에 업계는 지역별 업무담당자 TFT 등의 활동을 통해 다양한 정보교환 및 마케팅 노하우 공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수도권 도시가스사 7사의 경우 연료전지 TFT, 지역난방 TFT, 제도개선 TFT 등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연료전지의 경우 도시가스 수요개발에 중요한 아이템으로 인식, 각사의 마케팅 노하우 및 자료공유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 신규 가스기기 개발·보급 필요 

가스기기 신제품 개발 역시 업계가 공동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최근 가스레인지는 과열방지장치 법제화 이후 제품 가격이 상승해 시장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전기레인지의 보급이 늘어나는 것도 가스레인지의 시장 축소를 부채질 하고 있다.

린나이코리아의 추정치에 따르면 가스레인지 판매대수는 2011년 175만에서 2013년 150만대, 지난해에는 146만대로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유통시장에서도 가스레인지의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는 데 있다. 유통별 전기레인지 전시비율은 증가 추세로 과거 레인지 제품 중 가스레인지대비 10%에 불과한 비율이 최근에는 40%에 육박하고 있다. 머지않아 50%를 차지할 것이란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 같이 가스레인지 성장체의 주춤은 그동안 안일한 마케팅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도시가스 보급에 따라 가스레인지의 사용은 당연시 돼 왔다. 사실상 소비자 선택의 폭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기레인지의 등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초기 고가의 가격이 기술개발을 통해 원가가 낮아짐으로써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3구 기준 초기 100만원대의 가격이 최근에는 절반인 5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여기에 전기레인지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내세운 방법이 안티마케팅으로 가스레인지 위험성을 적극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해가스로 인한 폐암 유발 △가스폭발 및 누출사고 유발 △어린이안전사고 및 청소 불편 등이 그렇다. 

이에 도시가스, 가스기기 업체도 협업을 통해 대응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도시가스업체의 기기판매, 장기할부방식 도입 등 업계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도시가스협회를 중심으로 천연가스가 친환경에너지라는 홍보 강화도 진행 중이다. 가스 조리기구의 실험 등을 진행해 인체에 무해하다는 객관성을 입증하는 연구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스레인지의 고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대규모 공공주택 단지에서 입주 전부터 전기레인지를 설치하는 단지가 증가하는 등 해법이 쉽지 않다.

신규 가스기기의 보급도 아직은 더디다. 일부 도시가스사가 기부 형식으로 가스빨래건조기를 설치·보급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업계는 보급의 해결과제로 △낮은 인지도 △높은 구매 가격 △추가 배관 시공비 등을 들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합리적인 판매가 및 설치 시공비 △제품 설치 후 검사, 가스 개통의 신속한 업무 체계 △안전검사 등 행정절차의 간소화 등을 꼽았다.  

업계의 관계자는 “가스기기의 경우 무엇보다 가스레인지 외의 낮은 인지도가 문제”라며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를 알리고 홍보할 방법 등도 시급히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가스레인지 외의 가스빨래건조기, 가스 밥솥, 가스식기세척기 등의 신규 가스기기 판매를 통해 도시가스 신규 수요의 창출이 마련될 것”이라며 “업계 간의 시장정보공유 및 제품교육을 통한 수요개발 시너지 창출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가스식기세척기.
■ 스마트계량기 보급에 5,000억원 투자

정부도 도시가스업계가 처한 어려움에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 7월29일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도시가스업계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도시가스산업 경쟁력 방안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의 핵심은 최근 성장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가스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겠다는 것이다.

산업부가 밝힌 도시가스 시스템 경쟁력 강화 5개년 계획은 2016부터 2020년까지 수립·지원된다. 

우선 올해 11월 중으로 집단에너지 독점 공급구역 축소를 추진한다. 이는 도시가스사의 진입을 막는 장벽으로 그동안 제기돼 왔다. 산업부는 신규지구에 집단에너지 외의 열원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집단에너지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추진할 방침이다.

이외 업계의 미수용(산업·안전·요금) 건의사항도 지속적으로 검토해 규제완화도 추진된다. 특히 에너지신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도시가스 AMI(스마트계량기) 보급 확대가 추진될 예정이다. 기계식계량기 1,660만대를 총 5,000억원 투자해 6년에 걸쳐 스마트 계량기로 전부 교체할 방침이다.

산업부 가스산업과의 관계자는 “도시가스 업계도 스마트계량기 등 에너지산업의 변화를 적극 수용해 새롭게 변모해야 한다”라며  “이번 5개년 계획을 통해 도시가스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수요개발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5개년 계획의 짜임새를 위한 도시가스시스템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 추진 방향도 주목할 만 하다. 연구를 수행할 서정규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연구에서 신규사업 추진을 통한 도시가스 수요 확대를 강구할 방침”이라며 이번 연구용역의 취지를 밝혔다.

에경연이 연구하게 될 내용은 구체적으로 △수요 동인분석 및 수요개발 장애요인 파악 △부문별 도시가스 경쟁력 및 유망 사업분야 점검 △시스템 경쟁력 강화 및 수요확보를 위한 정책 과제 검토 △기존 시장에서의 입지 공고화 및 유망 신사업 추진 검토 등이다.

연구 추진일정은 2016년 5∼11월 까지다. 연구 중간 및 결과 보고를 도시가스협회 마케팅 위원회에 별도로 발표하는 등 지속적인 협의가 진행된다.

한편 정부와 업계가 이번 ‘도시가스시스템 경쟁력 강화 5개년 계획’을 통해 도시가스 수요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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