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국내 산업용가스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매출액 기준 국내 4위 업체의 생산시설 일부가 5위 업체에 매각됐다. 2위 업체는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산업용가스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가스제조 그룹인 프랑스 에어리퀴드의 한국법인 에어리퀴드코리아가 수소사업과 일부 특수소재사업을 제외한 산업용가스 생산시설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사는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가스제조·엔지니어링 그룹 린데의 한국법인 린데코리아다.
 
이와 함께 국내 토종 산업용가스업계의 자존심인 대성산업가스는 통째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13일 골드만삭스컨소시엄과 대성합동지주는 대성산업가스 지분 100%를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업체의 매각 추이에 따라 산업용가스업계는 대규모 지각변동을 겪게 됐다.
 
■대성합동지주, 결국 대성산업가스 포기
 
2014년 대성합동지주는 대성산업가스 지분 68%를 골드만삭스컨소시엄에 넘기면서 “대성산업가스를 반드시 되찾아 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매각 당시 2018년 6월 이후부터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옵션으로 계약사항에 넣었다. 그러나 대성합동지주는 이 같은 약속을 2년 만에 스스로 깨버리고 권리를 포기해 버렸다.
 
대성합동지주의 이번 매각결정은 과도한 차입금 부담이 결정적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현금흐름으로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데다 내년 3월, 4월 잇달아 회사채 상환 만기가 예정되면서 대성산업가스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대성합동지주와 골드만삭스컨소시엄은 이달 중 매각 안내서를 발송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에어프로덕츠코리아, 프렉스에어코리아, 린데코리아 등 글로벌 산업용가스제조업체가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에어리퀴드코리아가 산업용가스 온사이트 및 벌크사업을 린데코리아에 매각하면서 실제 참여할 여력이 있는 곳은 에어프로덕츠코리아, 프렉스에어코리아로 압축된다. 이들 외에 국내 에너지기업과 사모투자펀드가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IB업계 등은 내다보고 있다.
 
대성산업가스는 국내 산업용가스시장 빅 5중 유일한 국내기업으로 지난해 5,8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에어프로덕츠코리아(본사 미국)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38억원을 기록했다.
 
대성산업가스는 1979년 2월 대성그룹이 프랑스 에어리퀴드 및 일본 에어리퀴드재팬과 각각 60%, 20%, 20% 자본합작 및 기술제휴로 설립했다. 이후 2014년 5월 에어리퀴드 측 보유지분 전량을 대성합동지주가 매입해 합작관계를 청산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대성합동지주는 대성산업가스 지분 68%를 골드만삭스컨소시엄에 매각한 바 있다.
 
■에어리퀴드코리아 “수소사업에 집중”
 
1996년 설립 후 국내 주요 산업체에 산업용가스를 공급해 온 에어리퀴드코리아가 국내사업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4일 린데코리아는 에어리퀴드코리아의 온사이트 및 벌크사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주요 산업용가스 생산시설은 물론 저장탱크, 영업 및 공급권, 인력 등이 계약내용에 포함됐다.
 
린데코리아는 양사간 계약이 체결됐으며 사업 이전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 검토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최종 승인은 12월말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티븐 셰퍼드 린데코리아 사장은 “에어리퀴드코리아의 온사이트 및 벌크사업은 기존 린데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와 통합돼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투자는 한국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하려는 린데그룹의 확고한 의지를 반영한 결과”라고 인수배경을 전했다. 
 
에어리퀴드코리아는 이번 매각에서 여수와 천안 등 일부 사업장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수사업장은 에어리퀴드코리아의 주요 수소생산기지다. 이와 관련해 에어리퀴드코리아는 수소사업 등 전략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회사의 관계자는 “수소에너지와 첨단전자소재, 헬륨 및 패키지 가스 등 향후 전도유망한 시장에 집중하기 위한 사업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매각배경을 전했다.
 
에어리퀴드코리아는 최근 국내 수소충전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관협의체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 가입은 물론 국내업체와 컨소시엄을 맺고 패키지형 충전소 정부 R&D사업에도 참여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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