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투데이에너지] 전기요금 개편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냉방전력 수요가 증가하자 누진율이 11배가 넘는 주택용 요금체계에 대한 관심과 비판이 높아진 결과이다.

돌이켜보면 전기요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이렇게 뜨거웠던 적이 없었다. 산업계 지원을 위한 전기요금 규제로 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시기에도 전기요금이 국민적 관심사는 아니었다. 요금체계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 설치한 냉방기 가동을 주저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국민적 관심이 촉발됐다.

여론의 심각성을 파악한 청와대가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지시하고 여야 각 당도 앞다퉈 주택용 누진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그런데 정치권의 주택용 누진제 개선이 너무 정치적으로 미봉책을 양산하는 경향이 있어서 우려스럽다.

사실상 주택용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대신 부족분은 산업용이든 일반용이든 다른 요금을 인상해서 채워야 할텐데 그 대목에선 구체적 언급이 없다.

정치권이 에너지요금, 특히 전기요금에 관심으로 가지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전기요금체계는 기후변화시대에 전력산업과 시장을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이에 따라 여야 정당이 전기요금체계를 개편하면서 전력믹스와 전력시장 개혁에 나서길 바란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지속가능한 전력수급체계 개편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전개하고 전력분야의 낡고 후진적인 관행과 구조가 해소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표를 얻기 위한 얄팍한 계산과 대중에 영합하는 미봉책은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다.

기후변화로 여름철 폭염과 열대야 일수 증가로 주택용 냉방 전력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현행 누진제는 가정에서 여름철에 냉방기를 사용할 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주택용 에어컨 보급률은 80%에 이른다. 한편 겨울철 난방용 전력소비도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난방을 전기제품에 의존하는 가구들도 누진제 부담이 크다.

겨울철에는 특히 소득은 낮지만 난방용 전기제품 사용이 많은 가구들의 부담이 늘어난다. 그래서 산업용 전기공급을 위해 가정 소비를 억제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고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에게 싸게 전기를 공급하려고 가정부문이 더 부담을 전가하는 상황은 아니다. 과거 산업용은 원가에 비해 싸게 공급하고 주택용이나 일반용은 상대적으로 더 비싸게 공급해 산업계를 지원하는 교차 보조가 전기요금체계를 통해 이뤄진 적이 있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이런 교차보조가 진행됐다. 대기업을 비롯해서 산업계가 값싼 전기요금의 혜택을 입었고 이런 것이 산업용 전력소비를 부추겼다. 하지만 원가 이하에 산업계에 전력을 공급해 한전의 적자가 급증하는 문제가 부각되면서 2011년 이후 산업용 요금은 30% 넘게 인상됐다. 적어도 특혜를 받는 시기는 지나갔다.

현재 요금체계에서 주택용 누진제를 완화한다면 불가피하게 주택용 요금체계 자체를 조정해야 한다. 상위구간의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에 원가보다 저렴하게 전력을 소비하는 하위 구간을 부담은 늘어나야 한다.

특히 200kWh 미만의 전력소비에 대한 부담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고착화된, 소비자들이 익숙해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정당이나 유력 후보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불합리한 전기요금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라며 “평범한 시민들조차 폭염에 따른 냉방기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주택용 누진요금제를 대폭 완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누진단계를 줄이고 누진율을 완화하되 저소득층 에너지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에너지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나서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미세먼지를 감소하며 송배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력수급체계 개편과 연계해 전기요금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라며 “전기요금체계 정상화를 통해 산업용 전력소비의 효율을 높이고 저소득층의 에너지기본권을 보장하며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전력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주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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