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진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선보건원 건강평가팀 팀장
[투데이에너지] 지난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많은 양의 방사능 누출과 화재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야기했다.

당시 국내에는 방사선 사고환자에 대한 전문치료기관이나 비상 시 응급의료대응을 위한 비상의료시스템 또한 부재한 상황이었다.

국내 방사선 비상진료 및 인체영향연구의 필요성에서 이후 10여년간의 준비 끝에 1996년 현재의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선보건원이 개설됐으며 방사선보건원은 원전종사자 건강관리, 방사선비상진료 및 방사선 인체영향연구를 수행했다.

2014년에는 방사선보건원의 발전전략을 수립하면서 원전현장에서의 신속한 초동의료대응을 위해 전국 4곳의 원자력본부에 비상의료지원센터(Radiation Emergency Medical Center, REMC)를 설치했다.

REMC 준비과정에서 인력채용, 운영주체, 기술지원, 조직구성 등 산적한 걸림돌이 많았지만 문제들을 한 고개씩 넘다 보니 현재 REMC는 원전본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일반적으로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각국은 방사선비상에 대비해 정부주도하에 방사능방재시스템을 관리하고 있고 방사선사고로 인한 오염부상자 의료구호를 위한 방사선비상진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전국 주요병원을 방사선비상진료기관으로 지정, 한국원자력의학원을 중심으로 방사선 비상 시 의료구호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원전운영의 역사가 오래된 일본은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 및 히로시마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비상의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주도하의 국가비상진료시스템은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적인 매뉴얼과 함께 의료기관간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의료구호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지난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시 쓰나미로 인한 원전상황악화로 원전반경 20km 지역주민까지의 소개가 진행되면서 후쿠시마 원전주변의 비상의료시스템 또한 붕괴됐다.

특히 사고초기 원전 3호기 수소폭발 당시 한꺼번에 11명의 긴급작업자가 방사능 오염을 동반한 부상을 당했지만 원전내에서 응급처치를 수행할 의료인력이나 구급차 등이 준비돼 있지 않아 신속한 응급처치 및 후송을 제공하지 못했다.

더불어 비상의료시스템의 붕괴로 실제 전문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만 24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바탕으로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에 사고발생 4개월이 지난 2011년 7월에서야 초동의료대응을 위한 응급의료센터를 발족, 현재까지 후쿠시마 긴급작업자들에 대한 응급의료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원전 비상 상황 시에는 많은 수의 작업자들이 원전내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실제 이들의 부상발생 시 원전현장에서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응급처치를 수행할 대비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원전 비상상황 뿐 아니라 평시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며 만약에 발생 가능한 인명사고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원전은 지리학적으로 도심과는 떨어진 해안에 위치해 있고 그 면적이 매우 넓다.

이에 원전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응급의료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전 방사선 비상의료 전문기관인 방사선보건원 또한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접근성이 떨어지는 제한점이 있었다.

이처럼 원전 내 방사능 오염환자 등 인명사고 발생 시 효과적 응급처치가 가능하도록 원전부지별로 REMC를 설립했다.

지난 2014년 원전본부별 발족된 REMC는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5명의 의료인력으로 구성돼 있으며 방사능 오염부상자 치료를 위한 제염실·치료실·격리 저류조 및 별도의 배기설비를 갖추고 있다.

또한 심장자동제세동기·인공호흡기, 흡인기, 환자 모니터링 기기 등의 응급의료장비와 함께 응급환자의 신속한 후송을 위한 구급차를 갖추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골든타임 내 응급환자 처치를 위해 원전본부 주요장소에 심장자동제세동기를 설치해 더욱 촘촘한 현장의료대응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실제 원전본부 내에서 일반응급환자 및 방사능 오염부상자 발생 시에는 REMC요원과 전문 방사선안전관리원이 함께 원전내에서 부상자에 대한 응급처치, 방사능오염제거, 핵종분석, 선량평가 등을 수행하게 되며 병원에서의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REMC의 구급차로 원전인근의  비상의료 협약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후송하고 있다.

환자를 후송하는 협약병원은 원전본부별로 지정돼 있으며 이들 병원에는 방사선보건원 주관으로 방사능 오염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별도의 격리된 병실과 오염폐수를 관리하는 설비를 갖추고 의료진의 방사선방호 및 전문제염을 위한 다양한 방호용품들을 구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실제 방사선 사고환자 발생 시 당황하지 않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원자력발전소별로 매년 실시되는 방재훈련 내 의료구호분야를 중점화 해 REMC가 실질적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방사능방재 합동훈련, 연합훈련 등과 같은 대규모 훈련 시에는 방사선보건원과 함께 외부 유관기관과 연계해 환자를 치료하는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대규모 비상 상황에도 실질적인 대응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방사선보건원은 REMC가 효과적인 응급의료대응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장비지원, 기술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매년 전 REMC요원을 대상으로 방사선비상진료분야 교육을 시행, 방사능방재훈련 의료구호시나리오를 기획한다.

방사능방재훈련 시에는 REMC와 함께 원전 현장방사선비상진료소를 운영하면서 모의환자에 대한 응급의료 임무를 실제 수행하고 있다. 

훈련을 통해 도출된 미비점은 다시 보완해 개선방향을 수립하고 있다. 매년 실시하는 방재교육 시에는 환자 발생, 응급처치, 제염 등을 직접 실습하게 함으로써  REMC 요원들이 본연의 임무에 소홀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원전의 방사선 비상 시 REMC요원들은 비상조직인 ‘의료반’으로 구성돼 방사선보건원에서 파견된 의료팀과 함께 REMC에서 ‘현장방사선비상진료소’를 운영하며 원전 내 모든 의료구호를 총괄 수행하게 된다.

지속적인 교육·훈련·장비보완 등을 통해 실제 방사선 비상 시에도 원전 내 복구작업을 수행하는 긴급작업자들에게 최선의 응급의료구호가 제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REMC는 말 그대로 비상의료지원센터이지만 평상시에는 원전현장에 밀착된 종사자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발전소별로 전담제를 운영해 현장밀착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변 병원에서 파견된 전문의가 주기적으로 직원들의 건강상담을 수행한다. 

발전소별 전담 REMC요원은 발전소 내로 직접 방문해 건강 유소견자와의 건강상담, 당뇨병과 고혈압을 포함한 성인병관리, 중동호흡기 증후군(MERS), 결핵, 콜레라와 같은 감염병 전파예방으로 현장중심의 밀착형 건강관리에 앞장서고 있다.

이외에도 근무자지원프로그램(EAP)을 연계한 직무스트레스 고위험군 상담관리, 스트레스검사와 동맥경화도 측정, 정기적인 원자로운전원 직무스트레스 상담, 원전근무자 업무적합성 평가 기본조사를 시행, 다양한 법적 건강검진에 대한 관리를 수행해 종사자들의 최선의 건강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방사선관리구역 작업자 외에도 화학물질, 가스 등의 유해물질을 다루거나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작업자가 많이 있다. REMC는 유해환경에서 근무하는 작업자들의 건강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업보건측면의 노력을 함과 동시에 근골격계 질환 예방, 금연, 절주, 식생활 개선 교육 등 다앙한 건강증진프로그램을 수행해 작업자 건강관리에 앞장서고 있다.

REMC는 원전 방사선비상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현장조직으로서 원전현장중심의 비상의료시스템구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사능 오염부상자 발생 시 전문의료기관으로 환자 후송 전 현장에서 효과적인 응급처치와 전문후송이 수행될 것이다.

방사선보건원은 향후에도 다양한 기술지원을 통하여 REMC가 최적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REMC는 평상시 원전종사자 건강관리를 현장밀착형으로 매진해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인적손실을 예방하고 원전의 안정적 운영에 이바지할 것이다.

최근 경주지역에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많은 국민들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원전본부 REMC  발족으로 최고의 원전현장 비상의료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는 원전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들이 더욱 안전에 집중해 일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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