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국장] 중국의 특정산업을 언급할 때 가장 흔하게 듣는 단어가 굴기(堀起:우뚝 섬)다. 투자와 성장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보니 나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뒤쳐진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수소연료전지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속속 전해지고 있는 소식들로 미뤄 짐작컨대 수소연료전지분야의 중국 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울산을 찾은 왕슈마오 중국수소산업협회 사무총장과 인터뷰한 기억이 있다. 당시 그는 “중국이 수소에너지산업 육성에 나선 지 15년이 지났으며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도 중국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고 호언했다. 그리고는 2050년까지 수소경제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밑그림 작업이 완료됐다고도 언급했다. 

말 그대로 ‘호언’으로만 여겼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가 호기를 부리고 있었다. 그것도 무지에서 비롯된 어처구니 없는 호기였다.

지난 5월 중국 포톤자동차는 수소버스 100대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도 의심했다. 실증용이 아니라면 중국이 가장 먼저 수소버스 상용시대를 여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곧이어 8월에 전해진 소식은 중국의 수소산업 굴기를 예견했다. 100여개 수소관련 기업이 모여 수소에너지 연맹을 설립하고 발전기금으로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을 모아 관련산업에 투자키로 했다.

이러한 투자는 시장규모 예측에서 비롯됐다. 중국 정부는 2015년말 현재 수소산업 내수 규모가 200억위안을 넘어섰고 향후 5~8년 사이 2,000억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비전에 산업계가 적극 반영한 결과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량으로 대표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관련시장을 세계 1위로 변모시켰다. 그러나 2020년까지 전기차 보조금은 단계적 축소를 예고했지만 수소차 보조금은 유지된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전기차에서 수소차로 옮겨가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장기로드맵에 기인한다.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수소차 보급을 늘려 100만대 목표를 제시했다. 충전인프라는 중국 전역에 1,000개소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정도면 당장 중국발 수소차산업 굴기로 표현해도 틀리지 않는다.  

지난 7일 중국에서 개최된 국제수소포럼에 글로벌 주요 완성차기업이 대거 몰렸다. 시장이 보이니 당연히 찾아오는 것이다. 자국기업 육성을 위해 중국 현지기업 활동도 예상되지만 결국 중국의 수소차시장은 기술이 뛰어난 글로벌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러한데 국내는 수소차 예산으로 시끄럽다. 특정기업 수혜문제로 관련예산을 삭감하니 마니 말이 많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내수시장에서 시작된다. 자국에서 팔리지 않는 차량을 외국에서 살 리가 만무하다.

다행히 수소차는 국내기업이 가장 먼저 상용화에 나서 기술력을 갖췄다. 때마침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수소차시장도 꿈틀되고 있다. 예산 줄다리기가 아닌 육성책 마련이 오히려 절실한 때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