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용 박사 /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략기획본부장
[투데이에너지] 현대 경제는 서비스경제 체제이다. 경제성장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는 서비스산업은 고용과 부가가치 비중이 확대되면서 모든 산업의 서비스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이미 세계 주요 국가의 서비스산업 비중은 70% 이상이며 미국 등 선진국은 80% 이상에 달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혁신과 플랫폼을 지배하는 기업만이 서비스경제시대에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통적인 네트워크산업인 도시가스산업은 그동안 파이핑(piping)전략에 익숙한 사업구조로 운영됐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플랫폼(platform)전략에 대한 다양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플랫폼에서는 접근이나 개방, 공유의 개념이 비즈니스를 더 윤택하게 한다. 하버드대학교의 마르코 이안시티(Marco Iansiti)교수는 플랫폼을 “생태계 구성원들이 여러 접점과 인터페이스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문제 해결책의 집합”이라고 했다. 

서비스경제시대의 가스산업 플랫폼전략은 두 가지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다. 첫 번째 모델은 가스허브(hub)를 들 수 있다. 가스허브는 미국의 Henry hub와 같이 다수의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현물이나 선물 가스거래가 이뤄지는 장(market)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안프리미엄으로 인해 고가의 LNG를 구입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전국 환상망과 4만㎞의 지역배관망을 갖고 있다.

또한 세계 2위의 LNG소비국, 파나마 운하 확장에 따른 북미 셰일가스 도입이 용이한 점, 최대 LNG 소비시장 연계 등 허브 건설에 필요한 인프라와 지정학적 이점을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해 동북아 가스허브를 창설한다면 도입가 인하는 물론 가스산업의 비약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서비스조직에 관한 플랫폼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서비스센터와 본사 혹은 전업계 차원의 서비스복합공간 플랫폼전략이 요구된다. 1,800만 소비자를 관리하는 서비스센터는 고객접점(service encounter)에서 행하는 민원, 요금 등 대부분의 업무들이 서비스로 귀결되는 만큼 서비스경제시대에 부합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이 요구된다.

도시가스사업을 둘러싸고 있는 구성원들의 접촉, 지역밀착형 사업구조에서 가능한 정(情), 흥(興)이 있는 장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온라인 서점 확대에 따른 반작용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낭만을 팔거나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서점, 북콘서트를 여는 동네서점이 늘어나고 있다.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행사 등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하는 점에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센터도 추가적인 수익구조가 가능한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의 발굴이 요구된다. 지역주민이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서비스 공간을 확보하고 각종 대행서비스의 제공, 보험, 기기판매 및 향후에는 결합상품의 판매도 가능할 것이다. 

한편 도시가스사 혹은 업계 전체의 플랫폼 전략은 어떻게 갈 것인가? 오사카가스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오사카가스는 창립 110주년을 기념해 회사 발생지에 가스관련 복합공간으로 조성한 도시가스 종합홍보관 ‘Hugmuseum’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는 홍보는 물론 안전교육, 요리교실, 가스기기 전시, 교육, 드라마 촬영, 방송지원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국내외 가스관련 관계자는 물론 방송사, 기기제조사, 지역 주민, 학생, 주부단체 등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유명 셰프가 초청된 요리교실은 방송과 결합해 젊은 계층 등 다양한 계층에 가스로 하는 요리에 관심을 확산시키고 있다.

결국 오사카가스의 Hugmuseum은 단순한 홍보관의 개념을 넘어서 가스산업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비전과 재미, 가스기반 생태계의 조성을 통해 결국은 가스수요를 견인한다. 또한 Hugmuseum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소위 ‘All 전기화’를 최전선에서 막는 대항마 역할을 한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마인은 타 민족보다 지성, 체력 등 모든 면에서 부족했지만 그들은 천년제국을 이룩했다. 그들은 성(城)보다는 도로를 닦아 문물을 교류했으며 모든 나라의 인종을 포용하는 플랫폼전략의 명인들이었다.

애플이나 구글 등 금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은 스스로가 플랫폼 역할을 하므로써 기업가치를 혁신하고 있다. 더 많은 연구를 통해 가스산업의 플랫폼이 활성화돼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과 부가가치 창출로 제2의 성장 신화를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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