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국장] 국내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수소산업을 주제로 한 국제포럼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충청남도는 지난 1일 충남 공주에서 한·중·일 3국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1박2일 일정으로 수소포럼을 개최했다.

지방정부가 기후변화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해 국제포럼을 개최한 것도 처음있는 일로 주목할만 하지만 해결방안으로 수소사회 구현을 정면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더욱 이채롭다.

충남도는 그동안 수소산업에 강한 의욕을 보인 바 있다. 지자체 가운데 광주시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정부 보급사업에 참여해 상용 수소충전소를 내포에 구축했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17대의 수소차량을 현대차로부터 구매해 직접 운행하고 있다.

오랜기간 준비한 사업도 본궤도에 진입하게 됐다. 충남도는 수소산업 가운데 자동차산업 특히 부품산업에 주목하고 수소전기차 부품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해 정부 예타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사업은 정부의 평가를 거쳐 지난 8월 최종 통과돼 관련산업 육성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남도가 수소산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흔히 언급되듯 미래먹거리 발굴 차원도 있겠으나 화력발전소가 집중돼 있는 환경적 요인이 강하다.

전국 발전용량의 19%가 충남도에 몰려있다. 석탄화력 용량만을 놓고 보면 전국의 50%에 육박한다. 에너지체계 변환에 대한 갈증이 수소사회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포럼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충남도 주무부서는 물론 타부서 일부 직원들까지 분주히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행사를 뒷받침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역시 바쁜 일정을 쪼개 자리를 지키고 한·중·일 주요 발표를 꼼꼼히 챙겨들었다.

참여한 업계 관계자들도 이구동성 발표내용과 행사진행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벌써부터 차기행사가 기대된다는 말도 들리니 흥행요건은 갖춘 셈이다.

그러나 짙은 아쉬움을 숨길 수 없다. 수소산업에 특히 관심이 많은 ‘투데이에너지’이기에 그럴 수 있겠다 싶겠지만 감히 ‘알맹이’가 빠졌다고 말하고 싶다.

충남도는 행사를 기획하면서 ‘수소경제사회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택했다. 적절한 주제다. 그러나 주제로 흐르지 못했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기 전에 지난해 3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전기차엑스포를 들여다보자. 엑스포조직위는 당시 국내외 전기차 선도도시를 제주에 초청해 전기차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공동협력을 위한 ‘제주선언문’을 채택했다.

4개국 8개 도시 대표들이 라운드테이블에 앉아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지방정부 역할이 강조된 선언문 형식의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내세운 것이다. 이들은 선언문에 담긴 제안을 중앙정부와 국제단체에 적극 개진키로 한 것은 물론 상호교류를 정례화키로 했다. 이를 토대로 행사 의미를 극대화하면서 지속가능하고 차별성있는 국제행사를 제주도가 보유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좋은 본보기다. 충남도는 사전에 좀 더 치밀하고 깊은 고민을 했어야 했다. 수소산업에 관심이 높은 광주, 울산을 초청해 함께 협력하는 그림을 그렸다면 어떠했을까. 2020년 올림픽을 계기로 수소사회진입을 가장 먼저 선언한 일본 도쿄를 주목하고, 중국 수소경제시범도시로 선정된 장쑤성의 루가오시를 좀 더 들여다보고, 수소충전인프라 구축에 별도 예산을 수립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뚝심있는 이유에 귀 기울였다면 어떠했을까.

본지는 확신한다. 지방정부에 눈높이를 맞추고 협력 파트너 네트워크를 넓혀 나가는 것이 충남도가 기획한 국제수소포럼 취지에 부합할 것이다. 지속가능성과 차별성을 확보한 국제행사로 거듭나는 첩경일 것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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