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병인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투데이에너지] 우리나라 정부가 참여한 제21차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신기후변화체제인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이는 기존 기후변화체제였던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고 교토의정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3일 국회에서 비준안을 통과시키고 다음날인 4일 유엔에 보고했다. 이어 12월4일 우리나라가 제출한 비준안이 공식 채택돼 시행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국제적인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15년 6월에 산업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POST-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2030년 총 국가 배출량 전망치(BAU)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국가별 기여방안(INDC)를 UN에 제출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이제 본격적으로 파리협정 체결의 영향력 하에 놓이게 됐으며 실질적으로는 국내 관련 업체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협정에 따라 우리나라에 부과되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및 청정에너지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산업부문의 발전,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 기타 친환경·저탄소 제품의 보급 확대와 그에 따른 관련 산업의 활성화 등 친환경산업이 각광을 받고 이러한 산업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 또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기후체제 대응, 전기에너지 몰두 ‘문제 있어’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준비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 번째는 현재 설치·운영되고 있는 국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후변화대응기술의 적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재 수준의 인프라 개선·활용과 효율 향상만으로는 우리나라에 부과되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추가적으로 투자돼야 하는 인프라와 저감공정 등과 관련된 원천기술 및 산업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해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정부는 파리협정 달성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신기후체제의 에너지 R&D 투자 포트폴리오: 청정에너지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또 에너지신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 대책도 발표했다.

그러나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해 국내 현 에너지생산과 보급현황을 근거로 한 대응방안은 전력산업을 위주로 대안을 마련하는데 그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에너지신산업의 주요 추진내용을 보면 대다수의 사업내용이 전력산업의 효율화와 전력시장의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산업을 언급할 때 전체 에너지사용량의 50% 정도인 열에너지, 20% 정도인 전기에너지, 30% 정도인 수송에너지로 대별되는 3대 에너지의 용처를 중심으로 생산과 사용현황을 주시한다.

앞서 언급한 정부의 대응방안은 전체 에너지의 20% 정도인 전기에너지에 너무 함몰돼 있으며 소수의 열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전체 에너지의 30%를 차지하는 수송에너지의 경우 현재의 인프라 기준이나 수송에너지 시장을 기준으로 한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10~20년 후에나 본격적인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연구개발과 인프라 확보를 위한 투자만이 언급되고 있다.

정부가 연구사업과 산업계 지원을 통해 교통부문에서 진행하려는 전기차나 수소차의 보급 확산은 현재 국내 산업구조상 중요한 제조업이며 수출산업으로 인식되는 자동차산업의 지속성을 고려한 방안으로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측면에서 보면 현재 국내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의 기여율이 겨우 4~5%에 불가한 상태이며 신재생발전의 기여율 목표가 2030년에도 15% 남짓인 점을 상기할 때 전기차와 수소차의 보급이 확대될수록 석탄화력발전량 증가를 통한 전기 생산이 더 필요하게 되므로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온실가스를 더 배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기차나 수소차의 가격이 현재 보급돼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2~3배 정도 비싸고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에 맞춰져 있는 연료 보급 인프라와 맞지 않아 많은 전기충전소와 수소충전소를 전국에 새롭게 설치하는데 막대한 국가 예산이 보조금이나 보급사업비용으로 사용돼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매년 2,000억원 정도가 전기차나 수소차 보급 확산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기후체제 현실적 대안 ‘바이오수송연료’

파리협정이 발표된 후 세계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는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수송에너지시장전망에 대해 전기차나 수소차에 대한 언급보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수송연료의 15% 이상, 2050년까지 27% 이상이 바이오연료로 대체되는 등 바이오수송연료 확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화석연료 기반 수송연료를 사용했을 때보다 40~90%의 온실가스가 저감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IEA의 언급은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현재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실질적이고 당장의 효과가 나오게 하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송연료시장에 대한 기후변화대응 방안이 거의 제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 7월31일부로 시행되고 있는 신재생 수송연료 의무혼합제도(RFS)에 의해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경유에 2.5%의 바이오디젤을 혼합하는 것이 수송연료에 대한 정부의 유일한 대응책이다.

경유에 2.5%의 바이오디젤을 혼합하는 방안도 2002년 청정 월드컵 개최를 위해 바이오디젤 혼합사업을 시범 도입하면서 정부가 제시했던 혼합비율(BD20)에 비해서는 아주 미흡한 수준이다. 아시아 주변국가인 인도네시아, 태국 등 우리나라보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고 자원부국인 나라들조차도 수송연료에 바이오디젤뿐만 아니라 바이오알코올을 혼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바이오연료 보급을 미루지 말고 세계 석유화학산업 5위, 석유정제능력 7위권의 원유 기반 산업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내 바이오매스 발굴과 수급체계 구축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해외 바이오매스 활용을 통한 바이오연료산업 발전 방안 수립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바이오디젤의 의무혼합 비율을 주변국의 혼합비율 수준인 5% 이상으로 높여야 하며 휘발유에 바이오알코올을 의무적으로 혼합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바이오알코올 연료를 신재생수송연료 의무혼합 대상연료로 서둘러 지정해야 한다.

이러한 바이오연료의 의무혼합제 확대를 통해 현재 전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2,000만대에 달하는 자동차에 의해 발생되고 있는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국내 현실에 맞는 수송연료부문에서의 온실가스 저감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나 로드맵 제시 없이 먼 미래만을 바라보며 전기차나 수소차의 보급을 확산하는 정책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전기차나 수소차의 연구개발이나 시범보급을 중지하자는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산업과 배터리산업의 발전을 위해 전기차 보급이 필요하다면 전기차 관련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없이 현재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보급확산 정책이 현시점에서는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도 배터리는 충·방전을 반복하며 사용되고 있어 배터리산업의 기술발전과 현 관련 산업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도 전기차로의 일방적인 기술 점핑을 피하면서 기존 내연기관 관련 자동차 산업구조를 점차적으로 전기차 산업으로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된다.

정부에서 교통부문 온실가스 감축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연비향상과 연료 계통 다변화에도 하이브리드차의 보급은 적절한 선택일 것으로 판단된다.

하이브리드차의 내연기관에서 사용하는 수송연료에 바이오연료의 혼합을 추진하고 혼합비율을 높인다면 연비향상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효과에 바이오연료 사용으로 인한 감축 효과까지 더해져 탄소 중립형(Carbon-neutral)을 넘어 탄소 순감형(Carbon-negative) 교통부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