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스公 성과연봉제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기획] 가스公 성과연봉제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 조재강 기자
  • 승인 2017.0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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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그대로 추진” vs 노조 “즉시 철회해야”
취업규칙 개정(안), 절차 무시 위법여부 관건

[투데이에너지 조재강 기자] 올해부터 시행되는 성과연봉제를 놓고 한국가스공사 사측과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이하 노조)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사측은 계획대로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인 처사라며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서로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의 강력한 입김에 사측도 불가항력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는 것은 분명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쟁점과 향후 상황을 살펴본다. / 편집자 주  

▲ 가스공사노조지부가 지난해 11월23일 세종시 기획재정부 앞에 모여 동의 없이 진행된 성과연봉제에 대한 항의를 결의하고 있다.
■진행 과정과 현 상황
사측은 지난해 5월31일 열린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를 통과시켰다. 이는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변화하는 공공기관을 모토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첫 번째 목표로 잡았다.

기획재정부는 2016년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했다. 우선 30개 공기업에 대해서는 6월까지, 90개 준정부기관에 대해서는 2016년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일부 공공기관이 지적받고 있는 방만 경영, 부채감축을 위해서는 성과연봉제의 도입이 적합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에 맞춰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리서치(매경·한경리서치, 2016년 5월16일) 조사를 토대로 “공공기관 호봉제에 대해 국민 71%가 바꿔야한다”라며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근거로 밝히기도 했다.

상황이 급변한 것도 이맘 때 즈음이다. 지난해 4월만 해도 사측은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강행의지가 없음을 내비쳤다.

노조에 따르면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이 2016년 4월20일 제2차 임금 본 교섭에서 “성과연봉제는 노사합의를 해야 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5월25일 3차 본 교섭에서 이승훈 사장이 돌연 기존 입장을 번복하며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이사회를 강행할 것임을 시사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저하는 공공기관에게 패널티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표명한 시점과 일맥상통한다.

이미 노조도 이 같은 상황을 감지, 2016년 5월24일 비상임이사 7명 전원에게 이사회 운영 관련 합법적 절차 준수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는 사측이 정부의 입김에 따라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강행하지 말라는 노조의 통첩인 셈이다.

그럼에도 사측이 이사회를 강행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사측은 2016년 5월31일 열린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를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노조는 동의 없이 이뤄진 성과연봉제의 전면 무효를 주장하며 2016년 9월27∼29일 3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

사측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2016년 9월6일, 12일 임금 본 교섭에서도 입장을 원안대로 고수했다. 11월18∼22일 집중교섭기간에도 사측의 변화는 없어 양자 간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노조는 2016년 11월23일 세종시 청사에서 기획재정부의 성과연봉제 철폐를 주장하며 강도 높은 운동을 벌이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노조, 본안소송·가처분신청 등 맞불
쟁점은 무엇보다 이사회 통과 과정에서 노조의 동의 없이 진행된 절차가 합법이냐는 것이다. 노조는 동의 없이 진행된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지난해 11월10일 대구지방법원에 ‘취업규칙 무효 확인’ 본안소송을 접수 했다.

이외 별도로 ‘취업규칙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진행했다. 노조에 따르면 주요경위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측은 2016년 5월31일 이사회를 소집,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연봉제 규정 및 보수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반수 노동조합이 명시적으로 부동의 의사를 표명했고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취업규칙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노동조합과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의 취업규칙 개정 강행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노조의 관계자는 “3월 중순경 본안소송과 가처분신청이 묶여 심리가 진행될 것”이라며 “절차상의 하자가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사측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이를 주도한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보수체계 개편이 시급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의 관계자는 “근로자의 동의 없는 근로계약 변경은 위법하다는 노조의 입장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변경이 인정된다”라며 “일부 공공기관 노조가 저성과자 퇴출 임금체계라고 반대하고 있지만 이는 일 잘하는 근무자를 늘리는 보수체계”라고 밝혔다.

▲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
■동의 필수·불이익 여부가 주요 쟁점
노조가 이사회 성과연봉제 통과를 무효로 주장하는 이유는 역시 절차가 무시됐다는 데 있다. 노조는 그 근거로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의 취지를 들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①에 의하면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노조는 1977년 대법원 판결(1977. 7. 26. 선고 77다355 판결)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 판례에 따르면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은 위의 근로기준법의 보호법으로서의 정신과 기득권 보호의 원칙 및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4조의 규정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특히 이 판례는 근로기준법 제94조가 명문화되기도 전에 이미 노조의 동의 절차를 무시한 취업 규칙은 무효로 판결해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1993년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1893 판결)는 성과연봉제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인지에 대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판례는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위반도 노조가 무효를 주장하는 이유다. 사측과 노조가 2016년 1월15일 체결한 단체협약서에 따르면 제5조(노동조건 및 조합활동 권리 저하금지) ②에는 ‘단, 취업규칙 등 노동조건 관련 사규는 사전에 지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로 돼 있다.

뿐만 아니라 제48조(임금 협약)에는 ‘회사와 조합은 조합원의 임금에 관한 세부사항은 매년 별도의 협약으로 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같은 조항에도 사측이 이를 어기고 강행처리한 이사회 결정은 전면 무효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가 무효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또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심상정 의원에게 회답한 입법조사 결과가 그렇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노동법적 쟁점’이란 제목의 입법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 이사회가 근로기준법상 적법한 절차(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측의 집단적 동의, 집단적 동의주체 및 동의 방법의 적법성 등)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결의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더라도 이러한 결의에 의해 도입된 성과연봉제는 노동관계법상 무효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 출처: 한국가스공사
■대선정국 따라 원점 재논의 가능성
최근 성과연봉제와 관련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법원이 노조 동의 없이 도입한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효력을 정지하는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대전지방법원은 올해 1월 철도노조를 비롯해 5개 공공기관 노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라 노동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여기에 성과연봉제를 주도한 박근혜 정부가 탄핵 등 혼란에 휩싸이면서 성과연봉제의 회의론도 불거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다면 이 경우 차기 대통령에 따라 성과연봉제가 재논의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발언이 이 같은 견해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달 12일 국민연금공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조의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문 대표는 “성과연봉제를 일률적으로 밀어 붙이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기 정권이 성과연봉제 지속여부의 큰 변수인 셈이다. 누가 됐던 향후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결과에 따라 성과연봉제의 운명이 달려 있어 당분간 이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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