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노조는 지난 9일 국적 시추선 ‘두성호’ 매각계획에 대해 ‘30년간 석유공사가 쌓은 국내의 유일무이한 시추선 운영 경험과 기술이 사장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사측과 갈등양상을 보일 조짐이다.

최근 한 대학교의 교수는 “산소호흡기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석유공사가 잘 못하면 회생이 힘들 수도 있다”라며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당초 목표보다 5,000억원 많은 1조5,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해 전년대비 영업손익 적자 규모를 2,000억원 감축하는 등의 경영개선 성과를 냈다. 본사 정원 154명, 해외 자회사 인력 471명도 감축했다.

올해 구조조정 규모는 지난해보다 2,000억원 많은 1조7,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올해도 상당한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

산업부는 지난해 구조조정 실적을 언론을 통해 발표하며 국민에게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일단 경영개선 실적을 냈다는 점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너무 무리하게 구조조정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당초 구조조정 목표 수치를 달성하기도 힘들텐데 초과 달성한 것을 마냥 기뻐해야 할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정부와 공기업이 양적 목표 달성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거 무리하게 양적으로 자원개발을 추진했던 상황과 비슷해 보인다.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걷어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양적 목표와 실적에만 매진한다면 질적인 구조조정을 담보할 수 없고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정부와 공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지금의 위기를 빨리 벗어나고 싶겠지만 속도보다는 질적으로 개선하는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자원개발 구조조정이행점검위원회’에서 주기적으로 점검한다고 하지만 국민에게 뭔가 보여주기 위해 실적 위주의 양적 목표 달성으로만 공기업을 몰아가는 것은 아닌 지도 정부가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구조조정을 정부의 실적 쌓기용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최대 위기를 맞이한 지금은 노사가 화합하고 역량을 결집할 때다. 노사가 싸울 때가 아니다. 노조도 변해야 한다. 과거 방만한 경영관행에 안주해선 안 된다. 회사를 먼저 살리는 쪽으로 사측과 협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사간 소통과 상호 이해가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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