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용 박사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략기획본부장

[투데이에너지] 신규택지 조성에 필요한 간선시설 설치비용에 대한 제도개선이 다년간 답보상태에 있다. 국무조정실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간선시설 분담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2013년 7월25일 권익위는 도시가스사업법상 설치의무를 명확히 규정하도록 제도개선을 권고했으며 같은 해 11월14일 총리 주재 현안조정 관계장관회의가 개최됐다. 이어서 관계부처 실무조정(3회) 및 이해관계기관회의(4회)를 개최해 국조실 조정안이 제시됐으나 국토부와 LH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대법원의 판결내용을 보고 협의키로 했으나 인천청라지구 소송 건이 인천도시가스의 승소(대판 2013다215690, 2015년 6월24일)로 끝남에도 불구하고 제도개선은 계속 지연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택지개발지구에 대한 간선시설 설치비용은 LH와 같은 택지개발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이 지극히 타당한 이유로는 다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대법원 판결처럼 택지개발사업자도 도시가스 공급을 요청하는 자에 명확히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LH는 간선시설 설치비용은 주택법 제28조와 도시가스사업법 제19조의2가 규율대상과 입법취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도시가스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LH가 도시가스사업법 제19조의2 제1항에 따라 일반도시가스사업자가 가스공급시설 설치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담시킬 수 있는 ‘도시가스의 공급을 요청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둘째,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택지개발로 인한 수익 향유 주체가 수익창출에 투입된 원가를 부담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LH는 조성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택지를 분양하기 때문에 수익이 창출되며 입주민들도 편익을 향유하므로 분양원가에 간선시설 설치비용이 반영돼야 한다.

도시가스사에 간선시설 설치비용을 전가하면 택지지구 편익과 무관한 일반 가스소비자가 비용을 떠안는 모순이 발생한다.

셋째, 해외사례를 살펴봐도 LH의 주장은 합리성이 없다. 미국, 영국, EU 등의 주택법 및 건축법을 살펴보면 가스공급시설은 택지개발지구에 설치되는 간선시설 범위에는 포함되나 시설설치의무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

또한 프랑스, 스위스, 아일랜드, 호주 등 택지개발시 가스공급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국가도 설치의무 및 관련 비용은 대부분 택지개발사업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LH가 반대하는 명분도 사실과 다르다. LH는 간선시설 설치비용을 부담하면 분양원가 상승 부담을 들어 반대한다.

그러나 택지개발지구의 간선시설 설치비용은 총 조성원가의 0.01%에서 최대 1%에도 못 미친다.

또한 LH는 택지개발촉진법 등 13개에 이르는 관계법령의 개정이 어렵다고 주장하나 13개 법령의 대부분은 고시 개정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이 또한 비용거부의 명분이 될 수 없다.

신규택지의 조성은 조성 전에 간선시설 투자비 등 충분한 원가분석과 연차적 입주시기를 고려한 경제성분석 후 개발여부를 판단해야 하나 LH는 여전히 ‘선개발, 후분양’이라는 전근대적 경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조성원가 상승을 이유로 국무조정실과 권익위의 조정은 물론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간선시설 설치비용을 민간 에너지공급사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또한 원만한 분쟁해결 협의보다는 소송을 남발할 태세이다. 분양원가를 고민한다면 소송비만 줄여도 충분히 해결될 것이다.

한편 대법원 판결 이후 지역개발공사, 민간사업자, 재개발조합 등 LH보다 영세한 사업자들은 간선시설 설치비용을 모두 납부했다.

자산규모 170조원의 LH만 유독 시설분담금 납부를 거부할 명분이 있는가? 명품 택지를 공급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면 명품에 해당하는 비용은 지불해야 마땅하지 않는가? 어떤 경우에도 국가기관의 조정과 대법원 판결 위에 공기업이 존재할 수는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더 이상 택지지구 간선시설 설치비용의 소모적 논쟁이 없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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