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국제뿌리산업전시회 전시장 전경.
[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2017 국제뿌리산업전시회’는 국가의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뿌리산업을 통해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미래 신성장동력을 지켜나갈 방안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뿌리산업이란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최종제품에 내재돼 제품 품질경쟁력 제고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인 산업을 의미한다. 즉 철강, 화학 외에도 전력과 에너지를 포함한 현대사회를 이끌어가기 위한 기본적인 산업이자 핵심요소라고 볼 수 있다.

▲ (주)더블유원의 도우넛형 LPG차량 연료통.
특히 자동차, 조선, IT 등 신성장동력의 핵심이자 나라의 기둥이라고 볼 수 있는 산업의 제조과정에서 공정기술로 이용되며 최종제품의 경쟁력 제고에도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아 왔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주목받기 보단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에 열정을 다 바쳐온 세상의 ‘뿌리’처럼 우리 곁에 항상 존재했다.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의 공정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이어온 국내 뿌리산업 종사자들은 해당 분야의 발전뿐만이 아닌 우리나라 성장동력의 기틀을 구축하고 국내산업계의 성공과 안정을 지탱하기 위해 땀과 열정을 바쳐왔으며 지금도 튼튼한 뿌리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전세계가 인정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도 뿌리산업이 밑받침한 제조업의 성장이 그 역할을 했다. 반면 시대가 흐르면서 뿌리산업이 소외되는 경향이 이어져 안타까움도 이어진다.

▲ 용접작업용 안전모.
3D 업종이라는 인식과 낮은 임금 수준에 따른 전공자, 청년층의 취업 기피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젊은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최근에는 외국인 고용이 증가하면서 기술과 노하우의 해외 유출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며 게다가 뿌리산업 특성상 대기업 등 의존도가 높아 비용 절감의 압박에 상시 노출돼 있다.

이는 핵심 인력 확보와 새로운 기술 개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뿌리산업의 1인당 부가가치는 독일 등 뿌리산업 선진국의 약 70%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IMF 시절에도 ‘용접’ 기술을 보유한 용접공은 직장을 잃지 않았지만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된 생산기술은 불황 때에만 주목받을 뿐 석유화학, 신축회사, 조선소, 발전소 등 모든 산업기반에 필요한 뿌리산업, 즉 용접공에 대한 근로환경 개선은 산업성장의 속도에 비해 늦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뿌리산업의 대표적인 분야인 금형산업은 지속되는 내수경기 침체와 대기업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환율 변동,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책 등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더해져 수출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모아산업의 교량형 집수구 설비.
실제로 그동안 성장을 지탱하며 생산 10조원 시대를 열었던 국내 금형산업은 최근 수출 실적이 감소하는 등 업계의 어려움이 통계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자동차산업과 수요 연계성이 큰 프레스금형의 성장세에 힘입어 국내산업도 3조3,000억원의 생산비중을 달성해 미국, 독일, 일본 등과 같이 선진국형 산업 구조로 빠르게 변모하는 성과도 이어지고 있지만 2015년 이후 주요 대기업들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이 확대되며 내수시장은 더욱 위축됐고 원화강세 현상이 장기화되는 등 대내외 어려움으로 인해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매년 커다란 성장세를 보인 수출의 경우 2014년 이후 2015년 29억달러로 2년 연속 감소한 결과를 낳았다.

이와 같이 뿌리산업은 특이할 만한 호재가 없을 경우 향후에도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되며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 비중이 60%가 넘어 환율 변동 등 일시적인 시장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 (주)화인특장의 화물운송 트레일러.
이에 따라 국내 뿌리산업은 내수시장에서 탈피해 보다 다양한 판로 확보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공장증설에 따른 단기적인 효과로 인해 일부 특정 국가로의 금형 수출이 증가하기도 하지만 이를 기회로 국내 뿌리산업의 신뢰를 높이고 수출 저변을 넓혀야 하며 그간 쌓아온 인지도와 저변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시장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가공기기, 철강소재, 화학소재, 소프트웨어 등 후방산업 개발업체와 긴밀히 협업 확대가 필요하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 이업종간 R&D 협력 등에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정, 인력양성, 기술력 제고, 생산성 향상 등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다수 뿌리기업이 집적돼 있는 단지를 대상으로 지자체가 제출한 고도화 및 협동화 계획을 평가해 뿌리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고 지정된 단지에 들어온 뿌리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설구축을 위한 사업비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2013년부터 경인 도금단지, 진주 금형산업단지 등 21개 단지를 뿌리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해왔으며 이 중 14개 단지에 공동활용시설 구축을 지원해 표면처리기업의 폐수처리비용, 에너지비용 절감, 금형기업의 물류비용 절감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특히 향후 특화단지 고도화를 위한 기업과 지자체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단지별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뿌리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기업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런 과정과 미래를 뿌리산업전시회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수소연료전지 승합차량인 투싼.
■광주, 뿌리산업 성장 ‘열쇠’ 제시

뿌리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대내외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

특히 미국, 중남미 등 시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넘어 자체 산업경제 성장률이 높은 멕시코, 국내 대기업 등의 생산기지가 가동되고 있는 베트남, 최근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 등의 신흥국에 대한 적극적인 시장 개척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대기업 등 수요업체에서 금형의 중요성을 적극 인식해야 하겠지만 뿌리업계 자체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최근 공정 선진화 등을 위한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그 대안으로 삼아 자체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는 한편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이번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뿌리산업전시회는 뿌리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업 융합 전시회로서 자리잡고 있으며 국내 내수시장을 넘어 전세계 시장개척을 주도해나갈 방법과 기술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국내 최초로 국가기간 산업인 뿌리산업 발전을 위해 국내외 기업이 최신정보를 교류하고 발전을 모색하는 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수준 높은 국내 뿌리기술을 판매하고 해외시장 판로 개척과 수출 확대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광주시가 국내 뿌리산업의 성장 포인트 제시를 넘어 신성장동력의 진정한 뿌리를 성장시키고 지켜나가는 메카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행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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