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동명 교수
가스기술기준위원장
세명대

[투데이에너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 4IR)’이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낸 혁명의 시대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 인터넷, 무인 운송 수단(무인 항공기, 무인 자동차), 3차원 인쇄, 나노 기술과 같은 6대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이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뀌는 직전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부상과 함께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다. IoT는 생활 속 사물들이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돼 사물간 정보가 소통되는 지능형 기술이다. 최근 IoT 관련 기술이 가스안전분야에도 도입되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에 연구가 완료된 ‘매설배관의 방식전위 측정을 위한 고체기준전극 및 IoT 기반의 측정기술 개발’은 가스안전분야에 IoT가 도입된 좋은 사례이다.

지하에 매설 설치된 도시가스 배관은 그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특히 매설배관의 경우 부식에 취약해 전기방식 조치를 하는데 이러한 방식 조치가 이상 없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1년에 한 번 배관의 방식전위를 측정한다.

매설배관의 방식전위의 측정은 통상 테스트박스(T/B)를 통해 실시한다. 그런데 도심지에 설치된 T/B의 경우 대부분이 도로상에 있어 문제가 된다.

통행량이 많은 도로에서 방식전위를 측정 할 경우 교통 통제로 인해 교통 체증이 유발될 수 있으며 방식전위를 측정하는 검사원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연구의 결과물이 IoT 기반의 매설배관 방식전위 측정 기술이다. 도로에 설치된 T/B 내부에 고체기준전극과 데이터로거를 설치하고 데이터로거로부터 송신되는 방식전위 값을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에서 수신한다는 것이 이 기술의 주 내용이다. 이를 위해 T/B 내부 설치에 적합하며 배관 수명 기간 동안 견딜 수 있는 고체기준전극 개발이 이뤄졌으며 데이터 수신율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방안 등이 연구됐다.

실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격으로 측정·모니터링한 방식전위 측정값은 수동으로 측정한 값과 차이가 없었으며 시속 70km로 달리는 차량에서도 원활한 측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도로에서의 방식전위 측정 시 발생하던 교통 체증 문제나 검사원의 안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전위 측정 시간도 최대 1/20으로 단축돼 검사 업무의 효율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가스기술기준위원회는 가스안전분야의 기술기준인 KGS 코드 개정 활동을 통해 가스산업에 신기술이 빠르게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oT 기반 매설배관 방식전위 측정 기술과 관련된 KGS 코드 개정안도 기술개발 직후인 지난해 10월 제78차 가스기술기준위원회에서 심의·의결이 완료돼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된 코드인 KGS FS551(일반도시가스사업 제조소 및 공급소 밖의 배관의 시설·기술·검사·정밀안전진단 기준)은 차량 등을 이용해 원격으로 방식전위를 측정하는 경우 정기검사 관대지전위 측정 대상 숫자를 기존의 절반으로 완화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KGS GC 202(가스시설 전기방식 기준)는 원격 전위 측정 등을 이용할 경우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전기방식 설비의 의무점검 주기를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신기술을 이용한 안전관리 방법을 인정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관련 기술이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도록 하는 것이다.

가스안전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 물결 위에서 표류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신기술이 끊임없이 개발돼야 한다.

신기술 개발만큼 중요한 것이 기술에 맞춰 기준을 개정하는 것이다. 사례와 같이 기준 개정은 신기술의 현장 도입을 촉진시킬 수 있으며 신기술의 신속한 현장화는 기술개발 의욕을 고취시켜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가스안전이 순항할 수 있도록 가스기술기준위원회도 기술기준의 개발 활동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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