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교식 명지대학교 화학공학과 부교수.
[투데이에너지] 어려움은 활용하기에 따라 좋은 기회가 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이에 따라 국민적인 관심도 높아져 가는데 거기에 걸맞는 안전대책을 잘 수립해 추진하고 있는지는 살짝 의문이 든다.

안전이 시스템과 문화를 넘어서 제2의 천성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할 지에 대해 필자가 1995년부터 안전을 접해오면서 느꼈던 키워드 중심으로 몇 자 적고자 한다.

안전사고의 특성 중 하나는 반복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질사암모늄 폭발사고이다. 질산 암모늄은 비료 뿐만 아니라 공업적 원료로써 자주 이용되는 물질이며 운송, 저장 및 사용시에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면 비교적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정확한 사고원인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가깝게는 2015년 진항 폭발사고나 좀전인 2001년 프랑스 뚤루즈 비료공장 폭발사고 등이 있다.

이처럼 대형 참사가 그것도 기본적인 수칙만 지켰으면 괜찮았을 사고가 반복•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고 보인다. 필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의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20여년 동안 국내외에서의 현장 및 교육경험으로 필자에게 안전관리하면 떠오르는 것은 다소 엉뚱하지만 경제용어인 파레토법칙과 장자(莊子)의 달생(達生) 편에 나오는 고사를 인용한 호식병공(虎食病攻), 그리고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말이다.

파레토 법칙이란 흔히 우리에게 80대20 법칙 즉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숫자가 반드시 80/20일 필요는 없다고 보며 ‘소수의 핵심포인트가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혹은 나아가서 ‘소수의 핵심에 집중하면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필자가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오래 몸담았던 인연으로 가스사고를 분석해 본 결과 사고원인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핵심원인 몇 가지(Lethal Few)를 집중적으로 관리해 안전관리 수준을 효율적으로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사소한 다른 원인들(Trivial Many)도 관리가 필요하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최적의 효율을 생각하자면 파레토법칙을 따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가스안전공사는 이점에 착안해 1990년대 후반부터 3대 중대가스 사고인 막음조치 미비 사고, 가스보일러 CO중독 사고, 이동식부탄연소기 관련 사고를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또한 사고 시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큰 타공사 사고도 집중관리였다. 이러한 전략은 매우 적절해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사고를 줄이기 위해 가스보일러의 CO중독사고 및 타공사 사고를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그 결과 가스사고가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이 기간 중 마감처리 미조치와 이동식부탄연소기 사고의 경우 개선된 점이 보이지 않아서 이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략적인 안전관리를 통해 일정수준까지는 사고를 줄일 수 있으나 여기에서 한 발자욱 더 나아가려면 취약한 부분에 대한 보다 선진화되고 체계적인 방법론이 도입돼야 한다.

예를들어 가스사고의 추이를 살펴보면 1997년도 480여건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나 2010년 전후로는 120여건 내외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원인으로 마감처리 미조치의 경우 2000년 들어 20~30건에서 2010년 전후에는 10여건 내외로 줄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줄어드는 경향을 찾기 힘들다. 또한 이동식부탄연소기로 인한 사고 역시 2000년대 전후로 5년 동안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다가 2010년 전후 다시 20여건 내외로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즉 이들은 다른 가스사고가 줄어드는 2010년 전후에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거나 혹은 1990년대 말 수준으로 늘어나는 현상까지 보인다. 가스사고관리에 있어서 위의 두 영역은 여전히 취약한 부분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협력업체에 의한 사고도 좋은 사례이다. 원청기업이 아무리 좋은 안전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협력업체의 안전관리수준에 따라서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속담에도 ‘깨알 백번 구르는 것보다 호박 한 번 구르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문제는 구르는 방향일 것이다.

경영진의 역할은 안전에서도 절대적이며 경영진은 안전경영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안전전문가를 양성해 임원으로서 경영에 참여시켜야 한다.

그동안 비교적 조명을 덜 받던 안전•환경이 기업의 경영목표 제1선에 등장하고 발 빠른 곳에서는 안전경영실적이 임원을 비롯한 직원들의 평가에 반영되는 등 안전•환경분야가 주변에서 점차 경영의 중앙무대로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안전•환경 담당 전문인력을 우선적으로 승진시켜 해당분야 우수인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몇 년 전 모 유명기업에서 안전경력자를 대거 채용해 그동안 저평가 받던 우량 안전인력들이 좋은 기회를 맞은 것은 사실이나 그 인력이 빠져나간 자리는 공백이 생기는 등 좋은 일면만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이 아쉬운 점이다. 

안전인력의 지속적인 확보를 위해 산업체에서는 국가의 인력양성을 요청하고 학계와 연계해 안전 전문 인력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 각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마련하는 인력양성지원 프로그램에 안전분야를 확대하거나 안전교육을 필수과목으로 포함토록 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학을 졸업한 인력을 현장에서 안전교육을 시키기 보다는 대학에서 안전과목을 필수로 전공하게 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도 공학인증에 안전과목을 필수로 추가해 시행하고 있는 점을 참조해 우리도 시급히 안전과목을 전공필수로 도입하도록 교육기관이나 정부에 요청해야 할 것이다. 종말처리방식(End-of-pipe technology)이 고비용이 들듯이 전공교육을 마친 이들에게 안전을 추가로 교육하면 비용대비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사고나 재해가 빈번함에 따라 규제에 의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게 되나 이것만으로는 만족할만한 수준과 멀어서 비정상적인 상태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여러가지 공학적인 기술개발을 개발•적용함으로써 수용 가능한 범위까지 안전수준을 높인다.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했으며 장치산업의 안전확보를 위해 공정안전관리제도(PSM)를 도입한 것이 좋은 사례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와 산업계가 수용가능할 만한 위험범위(ALARP, As Low As Reasonably Practicable)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치는 과정이라고 본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안전수준과 국가 혹은 국민의식 수준과의 관계이다. 이 둘은 마치 닭과 달걀 논쟁처럼 서로 선후를 따지기 어려워 보인다.

선진국의 안전수준은 분명히 후진국보다 높다. 그러나 거꾸로 얘기하면 안전을 일정 수준까지 올리지 않으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

어느 것이 맞든 우리는 하루빨리 안전수준을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서는 안전문화를 조성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을 생활화해 제2의 천성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접근 방식은 ‘상호의존적인(inter dependent)’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정해진 안전 수칙을 지키는 ‘의존적인(dependent)’ 상태나 스스로 어떻게 해야 안전한지 판단하는 ‘자립적인(independent)’인 상태를 넘어 동료가 안전하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이를 지적하고 수정해주는 상태를 말한다.

전공으로 그것도 필수로 안전을 배우고 대학을 졸업했을 때와 그렇지 않고 직장을 가진 이후 배운 안전에 대해서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를 것이다.

우리나라의 안전수준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안전생태계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며 인력, 기술, 그리고 규제 등 필요요소를 선순환적으로 지속시켜 안전을 제2의 천성으로 자리잡게 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나이나 환경 등에 따른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산•학•연•관이 머리를 맞대고 필수요소인 인력•기술•규제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이를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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