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투데이에너지] 새 정부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내놓았던 ‘탈(脫)석탄·원전’ 공약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모양이다.

노후 석탄화력과 원전은 조기 퇴출시키고 신규 건설은 중단시킨다. 경유차에 대한 규제도 강화한다. 개인 경유 승용차를 퇴출시키고 경유에 부과하는 ‘유류세’도 인상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친환경 청정 연료라는 LNG·LPG와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확대하는 것이 새 에너지 정책의 기조라고 한다.

탈 석탄과 경유 자동차 퇴출 공약은 2013년부터 부쩍 심각해진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한 것이고 탈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의한 거부감과 원전의 안전관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고려한 것이다. 새 정부가 국민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신선하다.

그러나 과연 석탄화력과 원전의 퇴출이 우리가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의 방향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현재 석탄화력과 원전이 생산하고 있는 70%의 전력을 LNG와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고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추가 부담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도 알 수 없다.

탈 석탄이 미세먼지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우선 석탄화력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환경부의 주장이 확실하지 않다. 2016년 4월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내놓았던 미세먼지 자료에 따르면 59기의 석탄화력을 포함한 에너지산업 연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비산(날림)먼지를 포함한 전체 미세먼지의 2%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지리적·기상학적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화력발전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대도시의 대기 환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지 않다. LNG 화력에서도 상당한 양의 미세먼지가 배출된다.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정용 보일러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도 상당하다는 점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자칫하면 골칫거리인 미세먼지 감축에는 아무 효과도 없이 전기요금만 25% 이상 인상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경유 자동차에 대한 환경부의 거부감도 과도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환경부의 대기질 개선 사업은 모두 경유 자동차에 집중돼 있었다. 시내버스의 연료를 경유에서 CNG로 교체했다. 경유 자동차에는 매연저감용 DPF 필터를 장착시켰고 환경개선분담금을 부과했다. 배출가스 규제도 세계 최고 수준인 유로-6로 강화했다.

정유사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경유에 포함된 황 함유량을 줄이기 위한 탈황시설을 확충하는 일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경유와 휘발유는 세계 최고 품질이다.

환경부의 경유차 규제 노력은 2013년부터 완벽하게 실패해버렸다. 중국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까지 들먹이는 환경부의 변명은 자신들의 정책적 실패를 은폐하려는 옹색한 시도일 뿐이다. 또 다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경유 승용차를 퇴출시키고 경유 유류세를 올려야 한다는 환경부의 주장은 황당한 것이다.

석탄은 17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해왔던 연료이고 아직도 가장 많은 양의 자원이 남아있는 중요한 연료다. 전 세계 전력의 41%가 석탄화력으로 생산되고 있다. 그런 석탄을 포기하기보다 미세먼지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석탄화력의 야적장을 제대로 관리하기만 해도 상당한 양의 비산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우리의 관리와 투자 실패를 무작정 연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경유에 대한 왜곡된 인식도 버려야 한다. 경유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인체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휘발유나 LPG·LNG 자동차의 배기가스는 인체에 안전한 것도 아니다. 정유사에서 생산하는 석유제품 중 30%를 차지하고 생산량의 53%를 수출하고 있는 경유를 포기해버리고 LPG와 LNG를 추가로 수입하겠다는 정책은 어리석은 것이다.

LPG·LNG·신재생에너지가 친환경 청정 연료라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 가능한 경유와 휘발유를 포기하면서까지 활용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큰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더욱이 LPG 택시에서도 적지 않은 양의 미세먼지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규제의 대상인 온실가스 배출은 오히려 경유 자동차보다 훨씬 많다. 중위도 지방에 위치한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확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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