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안산시 탄도항 누에섬에 조성된 풍력발전단지.
[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전세계가 태양광과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의 선두주자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단연코 풍력이다. 이에 중국,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육상풍력단지 확대를 넘어 해상풍력을 기반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또한 지난 몇 년간 엄청난 설비용량과 기술노하우를 확보했으며 이를 통한 가격경쟁력도 상승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주도해왔던 서남해 해상풍력사업 조차도 5년 이상의 지연 끝에 당초 계획보다 규모가 대폭 줄어든 상태에서 첫 걸음마를 시작한 상황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국가 전력을 대체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관련분야에 대한 투자와 사업추진이 기대되고 있긴 하지만 풍력산업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이 태산이다. 이 중 핵심은 일방적으로 정부가 주도식 산업구축과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조화를 이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국내 풍력 5···‘어찌하오
가장 큰 문제는 국내에서 해상풍력과 육상풍력이 각종 리스크로 인해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시점에서도 해외에서는 국내 전체에 설치 가능한 용량 이상의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도 변수는 있다. 중국의 경우 육상풍력을 중심으로 자국기업들의 설치사업이 적극적으로 진행됐다. 해상풍력사업도 함께 진행돼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량이 대폭 확대됐다. 반면 설치확대에만 정책집중이 계속되다 보니 중국 내 전력 계통연계시스템과의 조화가 이뤄지지 못해 전체 풍력에서 생산된 전력의 일부는 차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리스크를 발생시키는 결과를 야기하긴 했지만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사업추진전략을 통해 설치사업을 진행해온 중국 내 풍력시스템과 타워 등 기자재 기업들에겐 설치사업과 전력송전을 통해 효율적인 발전단지 운용을 위한 데이터가 확보됐다는 점이다. 이는 해외 풍력시장에서 중국기업들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침체상황을 이겨낸 소수의 풍력기업들조차 매년 납품하는 분량이 적다보니 지속적인 생산가동을 통한 가격절감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주도하거나 민간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아닌 정책과 민간투자가 조화를 이뤄 지속적인 사업을 유지해 온 점도 주목할 만하다.

즉 실패로 인한 손해에만 급급해 사업시행조차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실패도 경험과 노하우, 실력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구축했으며 정부를 믿은 기업들의 과감한 도전도 이어진 것이다.

국내에서 풍력산업이 침체된 가장 핵심 원인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부족하다 보니 풍력에 대한 투자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철저한 실행계획을 수립해 풍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정부 로드맵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안심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국내의 한 풍력전문가는 국내에서 풍력으로 세계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나섰던 대기업들도 어떤 방식으로 풍력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속적으로 국내외에 시장을 만들어주겠다는 믿음 하나만으로 투자를 결정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반면 당초 실행계획조차 비용과 기술확보를 업계에 전가하는 방식을 당연한 듯 고수하는 정부가 관련된 지역주민 민원조차 깔끔하게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을 보고 업계는 정부의 정책이 미흡하며 향후 경제성 확보를 보장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향후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고 산업성장을 이끌기 위해선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들간 소통, 생산된 전력에 대한 송전연계 대책 등 세세한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있게 추진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경쟁력 확보에 전념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잃어버린 5년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것도 국가의 적극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풍력 활성화, 오히려 쉽다
지난 5년은 풍력산업의 침체기이기도 했지만 지난 2015년 국내 풍력 설치 역사상 최대 용량이 설치되는 등 풍력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증명한 시기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설치된 풍력발전단지는 대부분 국내기업들이 주도한 부분이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설정한 계획에 의해서 늘어난 것이 극소수라는 것이다.

사실 현재 국내 풍력산업에서 활성화라고 하는 것은 풍력발전기를 생산하는 국내기업이 국내나 해외에서 추진되는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에 많은 분량의 터빈을 설치하도록 계약하는 것이 중심이 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내에서 지속적이면서도 지연리스크가 적은 환경에서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될 수 있다면 국내 풍력발전기 생산업체와 함께 부품·기자재 생산업체들의 공장도 지속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 밸류체인 산업시스템도 유지될 수 있다. 해외기업과의 기술·가격 격차를 줄이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여기에 있으며 풍력산업의 활성화도 이런 산업기반의 구축을 의미한다.

물론 민간기업들의 주도로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단순히 정부가 이끌어가는 탑다운 방식만으로 민간기업을 성장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맞다. 다만 산업기반 구축이 늦어진 현 시점에서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수출까지 이끌어내기 위해선 결국 많이 설치하고, 많이 생산하는시장형성이 핵심이며 이를 위해 정부가 단순한 제도적 지원 외에 주도적인 사업진행을 해야할 이유로 손꼽힌다.

국내 한 풍력기업의 관계자는 어쩌다가 많아야 10개 정도 설치할 수 있는 풍력발전단지 사업에 풍력발전기를 납품하는 계약을 하더라도 업계에는 큰 이익이 남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것을 풍력산업의 활성화라고 볼 수는 없다라며 시스템업체는 풍력발전기를 납품하고 부품과 기자재기업은 관련된 부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만 하더라도 매출을 넘어 커다란 경험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으로 끌어주고 업계가 뒷받침하는 구조가 자리잡도록 밸런스를 정부가 잡아준다면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실제로 해당 풍력발전단지에 적합한 풍력발전기를 처음 만들어낼 땐 6개월이 걸리지만 이 숫자가 늘어나면 이후에는 생산속도가 5일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적인 시스템이 국내에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라며 즉 지속적으로 풍력발전기가 설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풍력발전기 기업뿐만이 아니라 부품·기자재 기업까지 생존할 수 있는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생산기간이 단축되면 가격도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도 강화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풍력발전기가 지속적으로 생산돼 설치기간도 줄어들고 가격도 절감시켜나간다면 신재생에너지로 기존 기저화력을 대체할 경우 전기요금이 높아지는 부분도 조금씩 해결해나가는 기반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풍력, 제도적 지원 넘어 단지 확대 주도해야
이에 서남해 해상풍력과 같이 정부가 중심이 된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철저한 계획수립에 관련부처가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해외기업들이 생산한 풍력발전기의 국내 설치량이 점차 늘고 있는데 국가가 주도하는 풍력단지에 이들이 참여할 경우 설치하는 풍력발전기나 기자재의 일정부분 이상을 우리나라 기업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조건을 부여해야 국내기업들에게 시장을 마련해주고 나아가선 해외 선진기업과의 기술격차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한 풍력전문가는 개인이나 기업이 투자하는 일반적인 풍력발전단지의 경우 해외기업의 제품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국내에 공장을 두고 납품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정부의 발전사업허가시 자국의 풍력산업의 성장을 위해 가중치 등으로 제도적 지원이 집중된 사업이라는 특징을 앞세우면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참여허가를 조건으로 WTO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풍력발전기와 기자재를 국내기업을 통해 생산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하도록 하는 상호 이익공유체계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국내에 지속적인 풍력시장이 형성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문가는 또한 특히 이런 시스템을 통해 해외 주력풍력기업의 제품을 생산해낸 국내기업들은 자동적으로 주력기업에 납품한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게 돼 해외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며 지속적인 생산을 통해 풍력발전기의 핵심적인 기술노하우 확보도 기대된다라며 실제 중국의 경우에도 자국 해상풍력사업에 참여하는 해외기업에게 풍력발전기를 구성하는 터빈이나 기자재의 70%를 자국기업이 생산하도록 하는 로컬컨텐츠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적용한 결과 해외기업들의 참여를 제공하면서도 자국의 관련기업들에게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트랙레코드를 확보시키고 선진 기술노하우를 확보하게 돼 아시아 최강의 풍력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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