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동용 기자]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오는 2030년까지 20% 확대하는 계획을 포함한 신에너지정책을 발표한 후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활용으로 온실가스 감축 등을 통해 환경위기를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에너지패러다임과 흐름을 같이 한다는 것에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충분한 논의와 구체적인 계획에 앞서 목표를 발표한 것 같다는 지적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9일 강원도 삼척에서 열린 ‘강원수소에너지포럼’에서 이해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미래융합기술연구본부 고온에너지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뿐만 아니라 그리드(전기설비와 IT기술의 복합시스템)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확대하는 장치의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IST 고온에너지연구센터에서 연료전지, 복합재료, 세라믹공정 등의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이 연구원은 10여년 전 반도체 공정용 대형 탄화규소 부품 제조기술을 개발, 글로벌 대형업체들이 주도하던 국내시장에 소형 벤처기업들을 성공적으로 진입시켰다. 20여년 전 국내 연구개발 생태계가 전무한 상황에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연구를 시작, 국내 연구개발 기반 구축에도 기여했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에너지기술평가원 연료전지PD를 맡았던 이 연구원은 임기 동안 일부 선진국의 보급정책들을 분석, 국내 정책의 문제점을 정량적으로 비교한 후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이슈를 제기, 연구계획에 반영하려 노력했다. 이에 연구와 제도 등을 포함한 정책적 감각을 함께 지닌 연구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이 연구원이 포럼 당시 신에너지정책과 관련해 주장했던 내용의 근거와 발표 주제였던 ‘스마트에너지그리드의 필요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현재 풍력과 태양광 중심의 재생전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전력-열-연료 그리드의 통합인프라 전환 필요성을 발표했는데.

EU의 (기후변화 대응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은 맥킨지의 도움으로 ECF가 지난 2010년에 발간한 것이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 분야에 걸친 현황 분석과 감축 잠재량, 그리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경제성 분석을 포함하고 있다. 삼척에서 그 일부를 소개한 것은 수소연료전지를 포함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적어도 40년에서 50년에 걸친 국가 에너지 인프라 구조의 전환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을 상기하려는 목적이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에 대한 논쟁도 2030년에 맞추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2050년 이후를 고려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 에너팜 제도, 캘리포니아의 SGIP, EU의 에너필드 제도를 소개한 것은 각기 다른 각국의 환경 하에서 그들이 그 정책을 수립하여 수행하는 구체적인 목적이 무엇인가를 비교해 보고자 한 것이다.

에너팜은 최종적으로 530만대의 가정용 및 건물용 연료전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연료 유연성을 확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에너팜을 주목하는 것은 약 4GW 규모의 발전 유연성을 가지는 국가 인프라로 활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자가 분산발전 용량의 확대, 국가 에너지 효율향상, 송배전 인프라 투자 저감, 그리고 수소 인프라의 구축이라는 다양한 파생효과를 에너지 정책에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자세하게 소개했다.

또한 에너팜 제도 하에서의 연료전지 경제성 향상 거동을 국내 정책과 비교분석한 것은 정책 입안자들이 보급정책의 틀을 만들 때 시장 규모와 성장률을 고려해야 제대로 된 산업 육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달성이 정부가 제시한 20%가 아닌 15%까지만 확대해도 큰 성과라고 할 만큼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는데

우선 이번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과거와 다를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기존 전력 인프라 내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수용하려는 이전 정부와 달리 기존의 원전과 석탄화력을 줄여 나가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제 진정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시발점에 섰다고 생각한다.

풍력과 태양광 보급 확대는 당연히 송배전 설비 확대와 백업 발전용량 확대가 수반돼야 한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그리드 유연성과 발전수단의 유연성을 향상시키고 확대해야 하는 수준으로 결국 지능형 미래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을 요구한다.

OECD 국가의 에너지 스플리트는 전기 25%, 열 40%, 연료 35%의 분포를 가지고 있으므로 전력만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면 전체 에너지 소비의 25% 만이 해당한다. 따라서 재생 전력을 기반으로 열과 연료까지 확장하는 것이 바로 수소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시에 수소 사회로 전환하기에는 인프라 부족으로 어렵기 때문에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저장기술을 활발히 개발하는 것이다. EU와 같이 재생에너지 분율이 높더라도 이러한 주변기술이 충분히 뒷받침이 된다면 변동성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의 이용율도 15-25%에서 40-45%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EU 2050 보고서’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새 정부가 지향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는 풍력과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를 기반으로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효율적인 그리드 구성과 운영을 위해 주변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15-20%까지 확대한다는 것은 이미 전력 그리드의 유연성과 안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그리드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확대하는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그리드의 유연성과 안정성 확대 방안이야말로 재생에너지 기반의 지능형 미래 에너지시스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함께 그리드 안정화 기반이 동시에 이뤄져야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다만 15%나 20%가 중요한 숫자인 것은 바로 이러한 그리드 유연성 확대와 안정화에 대한 기술개발 및 보급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기관 등의 지원정책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지난 (박근혜)정부 초기 에너지기술평가원 PD로 부임한 뒤 놀란 건 그전 (이명박)정부의 연간 R&D 투자액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예산규모였다. 정권이 바뀌면서 한 분야의 투자 규모가 현저히 달라지는 건 특히 산업 생태계가 취약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분야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연구개발 투자가 실질적인 성과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개발 생태계 유지에는 더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한 예로 PD 부임 전 연료전지 분야의 대형 과제 하나가 중단됐는데 부임 후 관련 분야의 시급한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과제 기획을 시도하면서 현황을 파악한 결과 대학과 연구소의 인력과 장비 인프라는 완전히 붕괴된 상태였다. 물론 과제를 중단한 해당 주관기업의 책임도 있겠지만 기술개발투자에 대한 전략성이 부족했다고 본다면 논리적으로 무리한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술개발 정책이든 보급 정책이든 한 정권의 선전 홍보물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오는 수십 년에 걸친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생각으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업계에 하고픈 말은

국제공동과제를 기획하면서 워크숍을 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이 모여 이틀 동안 치열한 토론을 거치고 저녁식사 후에도 서로 다른 의견들을 나누면서 결국 이튿날 공동과제의 틀을 만들고 RFP(제안요청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국내에선 연구성과발표회는 있지만 연구기획을 위한 토론회나 워크숍은 거의 없다. 가능하면 연구기획 단계에서부터 국내 모든 전문가들이 참여해 끝장 토론으로 시급하고 중요한 최고의 연구주제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연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전문기관들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제한된 숫자의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가능한 많은 전문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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