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방사선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해도 국가가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원자력과 방사선 안전관리에 사전배려의 원칙원인자 부담의 원칙을 강화하는 내용의 원자력안전법일부개정법률안과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을 대표발의했다.

이용득 의원이 발의한 두 개정안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량의 방사선 피폭에 대한 정부정책의 변화와, 원자력발전소와 관계시설의 기술적 안전성에만 초점을 맞춘 현행법 체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용득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2개의 법률개정안은 사전배려의 원칙을 담고 있다. 사전배려의 원칙은 국제환경법에서 발전돼 온 이념으로 국내에선 환경보건법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적용되고 있다.

세계 2위의 원전보유국인 프랑스는 원자력안전관리에 사전배려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사전배려의 원칙은 과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유해인자로 인한 피해에 개연적 추정이 있다면 경제적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피해를 방지하고 구제해야 한다는 선진적 이념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에선 미량의 방사선 물질로 인한 건강피해를 두고 찬반 논란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용득 의원의 개정안은 이러한 논의를 정부차원으로 보다 진일보시킬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화제가 된 김익중 교수의 고교 탈핵강의에서 나타났듯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 일본산 수산물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 고리원전 주변 주민의 갑상선암 피해 소송,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삼중수소 검출, 의료방사선 종사자의 피폭 논란 등이 그것이다.

이용득 의원은 국내외에서 미량의 방사선 피해에 대해 일반적으로 100mSv를 기준으로 그  이하에서는 건강피해에 영향이 없다는 문턱이론과 선량에 상관없이 피폭량이 많으면 많을 수록 건강피해도 증가한다는 선형이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찬핵론자들은 문턱이론을, 탈핵론자들은 선형이론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이외에도 이용득 의원은 원자력안전법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 등의 건설·운영 허가기준에 시설해체와 사고관리에 필요한 재정능력 확보를 추가함으로서 원인자 부담의 원칙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현재 프랑스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자는 시설운영·시설해체와 원상회복, 시설부지의 감시와 유지, 방사성폐기물의 저장, 원자력 정지 이후의 유지와 감시, 원자력사고에 대비한 비용을 산정해 보고해야 하며 이를 위한 재정적 능력을 확보토록 하고 있다.

이용득 의원은 우리나라의 원자력·방사선 안전관리는 기술관료를 중심으로 한 기술적 안전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인간 중심의 안전관리, 미래세대를 고려한 안전관리가 부족한 실정이며 이번에 대표발의한 일부개정법률안은 원자력과 방사선 안전관리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지역주민·노동조합·환경단체·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협동의 원칙에 따른 원자력안전 거버넌스 구축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이용득, 박정, 민홍철, 김종민, 김현권, 신창현, 김병욱, 이해찬, 남인순, 박남춘(이상 더불어민주당), 손금주, 최경환(이상 국민의당), 김세연(바른정당), 이정미 의원(정의당) 등 총14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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