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지난 겨울 미세먼지 수치가 사상최대를 기록하면서 가전제품 시장에도 바람이 불었다. 공기청정기를 비롯해 전기 건조기에 이르기까지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고자하는 가정주부들의 부단한 노력이 엿보이는 점이기도 하다. 전기가 우리의 삶에 편리함과 쾌적함을 가져다 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부분을 짚어보자면 그 수많은 전기제품이 필요로 하는 전기는 주로 원전 또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공급되고 있다.

우리는 에너지절약을 외치고 있지만 과연 이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지난 십수년동안 정부예산을 들여 실시해온 에너지절약 캠페인이 얼마만큼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가늠해보기 위해 본지와 에너지시민연대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에너지소비에 대한 의식수준향상 여부와 향후 남겨진 과제에 대해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본지는 오는 22에너지의 날행사를 앞두고 에너지시민연대와 강서·양천지역 맘카페 행복놀이터회원 125명을 대상으로 에너지소비 의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에너지원과 밀접하게 관계되는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실제적인 대책방향을 강구하고 소비자들의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민감도와 차세대 에너지원에 대한 인식 및 가정에서 많이 소비하는 가전제품을 파악하고 가정부문의 에너지절약 방법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조사를 하게 된 배경에는 정부가 고효율에너지 인증을 함으로써 더 많은 전자제품이 쏟아지고 있고 용량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에 착안, 가정에서 낭비되는 에너지가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자는 취지가 깔려 있었지만 조사결과는 기획 의도를 바꿔놓을 만큼 매우 흥미로웠다. 가정에서의 에너지절약 실천도가 매우 높게 나타난 것.

에너지시민연대와 본지는 지난달 20일부터 21일까지 양일간에너지소비자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은 총 8개 문항으로 진행됐다.

각 문항별 주요 내용은 평소 미세먼지문제 심각성 정도(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 방법을 사용했습니까)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새정부가 에너지정책으로 노후된 석탁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 운행중지 및 폐쇄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화력과 원자력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은,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이유는) 동하절기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무엇이며 하루 사용시간 최근 주거환경 개선을 위 공기청정기, 제습기와 같은 가전제품을 구매한 경험이나 구매 의사 석탄화력발전소의 축소를 위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가전제품들의 사용빈도를 줄일 의향 평소 수요조절(에너지절약)을 위해 평소 생활습관 등이다.

평소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응답자 125명 중 96%가 그렇다고 답했다. 미세먼지의 발생요인 인식에 대해서는 중국 77.6%, 발전시설 10.4%, 주변 공사장이나 생활속 원인 8% 순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도 48.8%가 해외협력강화를 꼽았으며 발전소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의견도 35.2%에 달했다. 발전소 규제 강화를 위해 대체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설비의 확충에 대해서는 89.6%가 지지의사를 보였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정책 중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및 원전 폐쇄 등에 대해서는 85.6%가 긍정적 답변을 보였으나 부정적인 답변도 나왔다. 그 이유에 대해 47.6%가 대체에너지에 대한 대책이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31%는 전기요금 인상의 우려라고 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9.5%의 응답자가 동하절기 전력수요 폭등으로 인한 정전사태우려를 꼽았다는 것이다. 단순 소비자의 모습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력수요·공급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석탄화력과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해서는 태양광이 66.4%로 가장 많았으며 바이오에너지가 19.2%, 풍력과 집단에너지가 그 뒤를 이었다.

조사에서는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비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고 있었으며 절약 실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행태를 보였다.

에너지절약을 위한 실천사항 문항에서 125명의 응답자 중 99%가 대기전력 차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효율인증 확인 후 가전제품 구매도 70% 이상이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전기밥솥 대신 압력밥솥 사용하기, 전기밥솥 보온 안하기, 모든 전구 LED교체, 빨래 모아서 세탁하기, 실내 적정온도 유지하기, 소등하기 등의 에너지절약 실천뿐만 아니라 천기저귀사용하기, 텀블러 사용하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 환경을 위한 실천도 이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각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공기청정기를 비롯해 써큘레이터, 김치냉장고, 제습기, 전기건조기 등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제품들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 겨울철 미세먼지의 농도는 매우 나쁨을 넘어 매일매일 최고치를 갱신할 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기에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초미세먼지가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면서 아이를 둔 가정에서는 초미세먼지 측정기를 구입하는 등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행동들을 보였다.

해당 카페에서는 측정기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미세먼지를 측정해 환기를 시켜도 되는지, 아이들이 야외 활동을 해도 되는지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의 여파로 공기청정기와 전기건조기 판매 등도 봇물을 이뤘다. 마음껏 환기를 시킬 수 없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쾌적한 공기를 마시기 위한 공기청정기는 이제 필수품이 돼 가고 있으며 미세먼지 때문에 햇빛을 쬐일 수 없어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데다 눅눅한 냄새로 골치를 앓아왔던 주부들에게 전기건조기는 신세계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LG전자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5만대 이상의 물량이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LG전자의 관계자는 전기건조기의 경우 5분에 1대꼴로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좋은 상품이라며 지난번 임직원몰에 올라온 200대 역시 단 5분만에 전량 판매됐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에 따른 소비형태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것은 아무리 고효율 제품들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대용량제품이다 보니 실제로 소비되는 에너지는 더욱 많아진다는 점이다. 높은 인식도를 보여준 만큼 이번 설문응답자들 중 일부는 이번 설문을 통해 다시 한 번 에너지절약의 필요성에 대해 깨닫게 됐다”, “조금 더 불편하더라도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있는 실천을 늘려나가겠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최근 지속되는 폭염 속에서도 예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 현상이 일부나마 이러한 소비자들의 노력이 담겨 있음을 시사해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에너지시민연대는 오는 22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에너지의 날행사를 개최한다. 에너지의 날은 2003822일 그해 최대 전력소비(4,598kW)를 기록한 날을 계기로 기후변화와 에너지절약에 대한 범국민적 인식 확산을 위해 지정됐다.

특히 지난 7월부터는 불을 끄고 별을 켜다’ SNS 동참 릴레이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김경수 의원(더불어민주당, 경남 김해을)과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화성을), 생태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와 에너지전문가 김창섭 가천대 교수, 대전시티즌 축구단이 참여했다.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 가수 솔비, 감독,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SNS 동참 릴레이 캠페인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또한 코미디언 지상렬, 홍윤화, 배우 심형탁, 오승아가 불은 오프(OFF), 별은 온(ON)(ON)(ON)’ 홍보영상에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1분 분량의 홍보영상에서는 822일 밤 9시 전등 끄기에 우리 모두 동참해 에너지절약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만들자는 내용으로 4명의 연예인이 참여하면서 재미와 함께 의미를 더했다.

에너지시민연대의 관계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현실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전력 수요조절이 필수이며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을 맞아 전 국민의 에너지절약 실천행동이 필요하다라며 14회 에너지의 날 캠페인(적정온도 지키기, 9시부터 5분간 전국 동시 소등)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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