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석유공사의 미국 이글포드(Eagle Ford) 육상광구 전경.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일반적으로 저유가 시기에는 석유·가스 개발 투자가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지만 올 상반기 일본, 태국 등 아시아 석유·가스 기업들은 오히려 해외자원개발 투자를 학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의 기고문(해외자원개발협회 ‘자원 가치 미래’, 2017년 여름호)에 따르면 지난해 초 배럴당 20달러 대까지 하락했던 국제유가가 같은 해 6월 50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미국 셰일원유 시추리그 수가 증가세로 전환해 미국 셰일원유 생산량과 원유재고 증가로 이어져 OPEC 감산합의 효력을 무력화시켰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중반 대에서 더 이상의 상승 모멘텀을 상실하고 7월 초 배럴당 40달러 중·후반 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일본의 주요 석유·가스 기업들은 저유가를 해외 우량자산 확보의 기회로 인식하고 국내외 석유·가스 등 자원개발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일본 석유·가스 개발기업인 INPEX는 시마네현, 야마구치현에서 약 130~140km 떨어진 해저에서 석유·가스 매장량 탐사시추를 진행 중이다. 시추비용은 약 91억 엔으로 이 중 90%는 국가예산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도쿄가스는 미국 자회사인 Tokyo Gas America를 통해 텍사스주 이글포드(Eagle Ford) 지역의 Hawkville 셰일가스전 지분을 확보했다. 지분매입 등 투자비용은 약 7,500만 달러로 알려졌으며 확보한 가스생산량은 20년 평균치 연간 약 20만톤으로 추정된다. 생산된 가스는 미국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Mitsui물산은 호주 자회사인 Mitsui E&P Australia(MEPAU)를 통해 서호주 앞 60km 해상의 미 개발유전 상업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투자 결정을 내렸다.

성동원 선임연구원은 “저유가로 인한 시추비용 하락 등 원가경쟁력 개선으로 현재와 같이 낮은 자원가격에도 수익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대상은 Laverda Canyon 유전, Cimatti 유전으로 가채매장량은 원유 약 6,900만 배럴에 이른다. 향후 총 19억달러(Mitsui물산 투자금은 8억달러)를 투자해 2019년 중반부터 원유생산을 개시할 계획이다.

Itochu상사는 자본 제휴를 맺고 있는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CITIC)와 공동으로 조사팀을 구성해 석유·가스 개발 프로젝트 조사에 착수했다. 양 사는 저유가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진 지금이 자원개발기업의 우량자산 지분을 저렴한 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 기업들은 이란 유·가스전 개발을 위해 이란 측과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이란은 외국 기업에 총 300억달러의 투자규모에 달하는 유전 52곳을 개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2일 이란 NIOC가 이란 석유·가스 상류부문 개발사업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외국기업 29개를 선정·발표했는데 일본 기업인 INPEX, JAPEX, Itochu상사, Mitsubishi상사, Mitsui물산도 포함됐다.

▲ 일본 자원개발 관련 예산 추이(단위: 억엔).
일본 정부는 2014년 하반기 이후 저유가 지속에도 불구하고 자원개발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의 해외자원개발 광권 확보를 위한 예산은 2014년 이후 계속 증가해 올해는 762억엔을 배정하는 등 국내외 자원개발 예산이 연간 1,000억엔을 상회한다.

일본 정부는 또 지난해 11월 JOGMEC법을 개정해 JOGMEC의 자금지원 기능을 확대했다. 과거 JOGMEC은 자국기업이 해외자원개발기업 인수 시 채무보증이나 탐사단계 프로젝트 또는 그 특수목적법인(SPC)에 대해서만 출자가 가능했지만 법 개정 이후 해외자원개발기업을 인수하거나 개발단계 사업에 참여할 경우에도 JOGMEC 출자가 가능하게 됐다.  

성 선임연구원은 “저유가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으로 산유국 국영석유기업이 광권 및 지분매각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자국 에너지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해 JOGMEC법을 개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시아 신흥국인 태국도 자국 국영석유기업인 PTTEP의 해외자산 매입 등에 1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PTTEP의 석유·가스 생산량과 매장량이 감소 추세를 보임에 따라 생산량을 만회하고 매장량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자산 투자에 집중할 방침이다.

올 상반기는 유가가 배럴 당 50달러 초·중반 대에서 비교적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매도자와 매수자 간 자산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배럴당 50달러 유가수준을 기준으로 투자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투자대상은 생산 초기단계 자산과 투자결정이 내려진 프로젝트, LNG 프로젝트 위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태국 내에서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천연가스 수요 충족을 위해 LNG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한편 일본과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푸틴 대통령의 방일 기간 중 일본 컨소시엄(Marubeni, JOGMEC, INPEX)과 러시아 Rosneft가 러시아 대륙붕 Tsentralno-Tatarsky 가스광구 개발 사업부문에서 협력키로 하는 등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의 협정들이 체결됐다.

중국 CNPC와 러시아 Rosneft는 지난 1월10일 2013년 체결한 원유공급 계약을 2023년까지로 연장하고 공급물량도 연간 700만톤에서 1,000만톤으로 확대해 카자흐스탄 송유관을 통해 공급하기로 하는 추가협약을 체결했다. 

성동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해외자원개발 정책 추진방향에 혼선을 거듭해 왔지만 새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내 기업의 자원개발역량 강화에 힘써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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