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부터 추진된 러시아 PNG 사업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점화될지 주목된다. 이 사업은 러시아가 생산한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한을 경유, 한국으로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9월 러시아 방문 시 천연가스 협력에 합의한 이후 2006년 10월 정부 간 가스협력협정을 체결하는 등 PNG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PNG 사업 실무기관으로 한국 측은 한국가스공사, 러시아 측은 가즈프롬을 지정했다.

양사는 PNG 관련 공동연구 및 협상 등을 추진했지만 북한의 3차 핵실험(2013년 2월) 이후 이 사업에 대한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북방경제의 일환으로 PNG사업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안보정세가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PNG사업이 가시화 될 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에너지허브’로 구축해 극동지역을 개발하는 ‘신동방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6일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이끌기 위한 ‘新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안보와 경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신 베를린 선언’ 발표 50여일 만인 이달 25일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했다. 문 정부의 북방경제는 한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협력을 말한다. 이의 첫 걸음이 PNG 사업이 될지 주목된다. 

송영길 국회의원(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은 “러시아 천연가스관 연결을 통해 에너지 공급원을 다각화 할 수 있고 경제적 수익 창출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평화체제도 이끌어 낼 수 있다”라며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고 오는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러시아 천연가스협력 정책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협력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려 관심이 집중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신중호)은 2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한국·러시아 천연가스협력을 위한 논의’를 주제로 ‘한-러 에너지 협력 정책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송영길 의원은 ‘신 베를린선언 구체화의 핵심 키 북방경제 협력방안’에 관한 기조연설에서 “PNG 사업은 탈 원전 정책을 뒷받침할 국내 가스시장의 안정성 확보, LNG 도입선 다각화, LNG시장이 2020년까지 구매자 우위 시장인 점을 이용한 가격공식 등의 계약형태 개선, 파나마운하를 이용하는 미국 LNG 도입단가 상승 가능성 대비 새로운 루트개척 등의 명분으로 타당성이 있다”라며 “이명박 정부 당시 한-러, 북-러 간 천연가스 도입에 이미 합의해 실무 전담조직을 만들어 가스관뿐만 아니라 극동개발에 참여하게 되면 우리 경제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유 서울대학교 교수는 ‘러시아 PNG가 한반도를 경유해야 할 8번째 이유’라는 주제발표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보장, 자원보유국에 준하는 지위 확보, 한국의 에너지 안정공급을 위한 최선의 대안, 한-러 경제협력 등의 차원에서 북한을 경유하는 PNG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북한과의 협상의 어려움으로 중국을 경유해 한국으로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PNG 사업을 추진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예를 들어 사드 문제로 한국과 중국이 긴장관계에 있는 상황 등을 비춰볼 때 중국을 경유하는 PNG는 안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PNG가 건설되면 공급국가(러시아)는 어떻게든 소비국(한국)에 공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은 천연가스 협상력 우위를 점하고 자원보유국에 준하는 지위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북한이 가스관을 손상시킬 수 있는 우려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에 PNG를 공급하다가 우크라이나가 가스관을 중단한 적이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가 인근 국가들과 협력해 러시아에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북한은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가 없고 중국과 러시아의 이익을 저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가스관을 손상시키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북한을 경유하는 PNG가 안정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에 지불하는 가스 통과료만큼 미래 통일비용을 미리 투자하는 셈으로 한국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중국은 이미 러시아와 가스관 연결을 추진 중이고 일본도 러시아와 가스관 연결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중간에 낀 ‘맹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협력해 북극항로를 개척해야 한다”라며 “우리가 조선강국이라는 장점을 살려 북극항로 전용선을 개발하면 미래를 주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제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서 신범식 서울대학교 교수는 “러시아 PNG 사업이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와 미국의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사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한국이 러시아를 활용해 북한 문제를 풀려고 한다는 인상을 주기보다는 현 단계에서 우선적으로 한국과 러시아 양자관계의 틀 속에서 양국이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실질협력분야를 선정해 구체적으로 협력을 진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한-러 에너지 협력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전략적(교차) 투자’의 틀을 활성화 하는 것을 제안한다”라며 “즉 ‘전략적 투자협력’의 관점에서 대러 에너지협력도 개별 프로젝트가 아니라 양국의 이해관계가 결합된 각종 사업(IT, 조선, 건설, 플랜트 등)과 연계 통합된 형태로 협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원순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기존의 대 러시아 천연가스 협력은 업계 혹은 산업계의 산업적 협력을 동반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라며 “하류부문의 E&P 협력을 위해 국내 도시가스 및 소매부문에 러시아 투자 및 지분참여를 유도하는 등 천연가스 상·하류부문의 상호투자 환경을 먼저 구축하는 단계적인 접근법과 북극항로에 필수적인 요소인 LNG운반선과 쇄빙선분야의 조선협력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찬설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중국,  일본 산업계가 러시아 극동지역 가스자원의 확보를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상·하류부문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것 처럼 우리도 국가 차원의 통 큰 LNG 프로젝트 추진이 필요하다”라며 “한국 EPC사가 LNG 액화 프로젝트시장의 카르텔을 깨고 신규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고 LNG 프로젝트를 통한 러시아 LNG 수급단가(약 5.9달러/MMBTU)는 액화, 운송, 재 기화 과정을 거쳐도 중동 및 미국 LNG(6.9~7.1달러/MMBTU)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안정적 LNG 조달 및 가격협상력 제고 방안도 필요하다”라며 “LNG 거래의 용이성 향상(단기거래 확대, 목적지 제한조항 등 경직적인 교역조건 완화), 상류부문 투자가 전제된 신규 공급의 연속성 확보를 위한 금융상의 지원, 적절한 가격지표 구축, 공급기반시설의 확충(수송선 로지스틱) 등이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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