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가스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최근 에너지믹스에서 가스의 비중이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저탄소사회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정책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과거와 달라진 천연가스에 대한 변화된 시각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즉 그 동안에 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는 에너지원으로 인식돼 왔던 천연가스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파국을 피하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의 최종목표를 달성하는데 장애가 되는 하나의 화석연료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천연가스는 탄소 제로 사회로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연료로 언급되기도 한다.

이러한 천연가스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생산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한 셰일층 개발로 천연가스 순수출국으로 변화한 미국에서조차도 예외 없이 있어왔다. 특히 파리협정 채택을 전후해 천연가스의 역할에 대한 많은 논의가 전개됐다.

풍부하고 저렴한 가스 공급을 배경으로 지난 10년간 미국의 1차 에너지소비에서 가스의 비중은 22%에서 29%로 늘고 전체 발전량(상업용 발전)에서 가스 발전량의 비중은 20%에서 33%로 높아졌다. 천연가스 생산 및 소비의 확대는 고용창출, 대기환경 개선(2005년∼2015년 중 탄소 배출량 12% 저감 추정), 소비자의 연료비 경감 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낮은 가스 가격으로 인한 대체에너지 보급의 어려움, 가스 공급인프라가 가지는 내구성으로 인한 가스 대체의 어려움, 천연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파괴나 공급 과정의 메탄 누출 등을 지적하면서 가스가 기후변화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가공익규제위원협회(NARUC)가 설립한 연구기관(NRRI)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풍부하고 저렴한 천연가스 공급을 배경으로 에너지믹스에 있어 경제성과 환경 제약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천연가스의 역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즉 탄소 제로의 에너지원이 경제성을 확보할 때까지는 천연가스가 비용효과적인 전환 연료라는 점, 발전부문에서 재생에너지 등의 불안정성에 대한 안전망 역할을 최소의 비용으로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천연가스의 역할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또 이 자료에서는 천연가스가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기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천연가스의 환경친화성을 높이고 사회적인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장참여자들의 연구와 개발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발전부문에서의 천연가스 소비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탄소 배출 저감과 같은 기후변화 대응 목표 외에 안전하고 대기질 개선에 기여하는 에너지 믹스 구축의 필요성으로 인해 발전부문에서 천연가스의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천연가스가 발전부문 수급관리에 있어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하는 부담, 신규 발전설비 투자 부담 등을 최소화하면서 발전부문이 추구해야 하는 소기의 목적들 즉 안전성, 환경성, 신뢰성, 경제성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력업계와 함께 가스업계도 고민해야 할 사항들이 많이 있다.

특히 부하관리용 발전설비 건설 최소화 등 발전부문의 투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가스 직접 소비부문에서 고효율의 냉난방 이용기술 개발, 기기비용 저감, 이용의 편의성 제고 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분산형 신재생에너지 공급과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사업모델 발굴 및 시행을 위해 가스 도소매 사업자와 기기제조 사업자들의 창의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비록 쉽지는 않지만 업계의 노력을 통해 직접 소비부문에서 천연가스가 저탄소사회 실현에 도움이 되는 연료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때 발전부문에서 천연가스가 비용경제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가교 역할을 오랫동안 원활히 수행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과 통신 기반시설을 포괄하는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 효율화를 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소비자의 효율적인 가스 이용을 유도하고 사업자의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 합리적인 요금제도 등 정부의 산업에 대한 지원과 제도정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스를 직접 소비하는 부문과 전환부문에서 가스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가스 가격이나 수급이 불안할 수 있다는 소비자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가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가스 도입비용 절감과 함께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가스를 도입할 수 있는 국제 수급환경을 조성하고 경직적인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해당 분야의 사업자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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