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온에너지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효율적 그리드 운영·구성위해 주변 투자 확대해야

지자체간 협력·지역 이익 보장할 제도적 장치 필요

지난 5월 출범한 신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신에너지정책을 발표한 후 태양광·풍력·바이오·수소에너지 등 관련업계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이번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과거와는 다르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기존의 전력인프라 내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수용하려는 이전 정부와 달리 기존의 원전과 석탄화력을 줄여 나가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제 진정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시발점에 섰다고 생각이 드는 이유다.

온실가스 감축, 미래 에너지 인프라 관점에서 살펴야

온실가스 감축은 크게 두 가지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효율향상이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UNIDO는 2005년 기준으로 제조업 분야의 에너지 소비량을 25% 내외로 줄일 수 있고 냉난방에서도 45% 수준의 감축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 정책이 서로 독립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정책의 효율적인 실행을 위한 통합정책 체계 구축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REN 21, 2014)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온실가스 감축잠재량이 큰 전력, 건물, 수송, 산업 분야의 핵심 감축 수단들의 수명이 길게는 50년에 이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기존 인프라의 개량비용이 신규 인프라 구축비용보다 비싸고 약 15% 정도의 기존 인프라만이 개량을 통해 새로운 인프라로 편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인프라 구축을 위해 40-50년에 걸친 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KcKinsey&Company, 2009) 
 
풍력과 태양광의 보급 확대는 당연히 송배전 설비 확대와 발전용량 확대가 수반돼야 한다. 특히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건 그리드 유연성과 발전수단의 유연성을 고려해야 하는 수준으로 결국 신재생에너지 기반 지능형 미래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 더 먼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OECD 국가의 에너지 스플리트는 대략 전기 25%, 열 40%, 연료 35%의 분포를 가지고 있으므로 전력만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면 전체 에너지 소비의 25% 만이 해당한다. 따라서 재생 전력을 기반으로 열과 연료 까지 확장할 수 있어야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이 큰 건물, 산업, 수송 분야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확대할 수 있다.

변동성 억제를 위한 주변기술 투자 중에서도 에너지 대용량 장기 저장기술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에너지 스플리트에 있다. EU(유럽연합)와 같이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더라도 이러한 주변기술이 충분히 뒷받침이 된다면 변동성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의 이용률도 15-25%에서 40-45%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EU 2050 로드맵 보고서’는 추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새 정부가 지향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는 변동성이 큰 풍력과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그리드 구성과 운영을 위해 에너지 저장과 전환기술을 포함하는 주변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 강원도 평창의 풍력발전단지.

▲ 죽도 에너지자립섬의 태양광 발전장비.

또한 지역적인 편차가 큰 재생에너지의 특성상 지자체간, 특히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킬 수 있는 도·농간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고 지역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적극적인 정책 개발에 나서야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장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 네트워크의 모든 구성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보급 확대를 촉진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재생E확대·그리드 안정화 기반 동시 이뤄져야

재생에너지 비율을 15-20%까지 확대한다는 것은 이미 전력 그리드의 유연성과 안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그리드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확대하는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오는 2030년 이후에도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정책도 기저부하의 설비용량 중심에서 전체 시스템 유연성 중심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그리드의 유연성과 안정성 확대 방안이야말로 재생에너지 기반의 지능형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함께 그리드 안정화 기반이 동시에 이뤄져야 신정부가 추구하는 목표 달성과 그 이후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 비율)15%나 20%가 중요한 숫자인 것은 IEA(국제에너지기구) 등의 보고서가 이러한 그리드 유연성 확대와 안정화에 대한 기술개발 및 보급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전환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연성 확대방안으로는 주로 전력저장과 백업전원 그리고 수요관리 기술이 거론되고 있다.

만약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시스템에 상기한 유연성 확대기술들과 지능형 수요관리 기술이  접목된다면 해당 재생에너지 시스템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은 물론 이용률도 일반적인 15-25%에서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보급용량도 중요하지만 이용률 제고 기술을 융합한다면 중앙 그리드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면서도 현저히 높은 이용률의 신재생 발전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수소인프라 구축에 초점 맞춰야

풍력, 태양광 못지않게 최근 국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미래에너지 중 하나로 수소가 꼽힌다. 지난해 발족한 수소융합 얼라이언스가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차) 보급 및 수소에너지사회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수소융합 얼라이언스의 최근 활동을 살펴보면 수소차의 보급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다만 친환경차 보급은 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정책에 의하여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최근 BNEF (Bloomberg New Energy Finance) 전망 보고서(Electric Vehicle Outlook 2017)에 의하면 플러그인을 포함한 순수 전기차의 약진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오는 2025년 즈음이 되면 전기차는 보조금 없이도 기존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가격대에 도달해 보급 속도가 더욱 빨라져 2030년에는 연 2천만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시장 점유율이 약 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2025년에서 2030년 사이에 변곡점을 통과한 전기차 시장은 2040년에는 7500만대 규모로 성장하고 시장 점유율은 54%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도로주행 중인 전기자동차.

수소차가 전기차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규모의 전력 인프라에 대항할 수 있는 수소 인프라의 구축과 수소의 안정적인 공급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수소차의 시장 점유율이 의미있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일부 국가들이 시도하고 있는 철도나 버스와 같이 일정 구간을 순환하는 대중교통 수단에서는 전용 수소 인프라 구축만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생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수소 기반의 수송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단기적인 목표보다는 장기적이면서도 종합적인 수소 사회로의 전환에 대비한 비전을 수립하고 신정부가 수립하는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연계해 일관성 있게 추진 가능한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다수 국민을 상대로 하는 승용차 보다는 소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철도 및 버스를 대상으로 하여 허브 수소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고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판단된다.

더불어 지금 현재로서는 친환경차의 핵심은 전기차다.

전기차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그리고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 등이 있다. 당분간은 배터리의 가격 때문에 매우 다양한 기술적인 융합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의 융합을 들 수 있다. 순수전기차가 가지고 있는 주행거리의 문제를 전력생산장치로 보완하는 것이다. 작년 닛산이 리우 올림픽 기간에 바이오 에탄올을 연료로 연료전지를 가동하여 주행거리를 연장할 수 있는 전기차(밴)를 10대 시범 운행한 것이 좋은 예다.

석탄화력 비중이 높은 인도나 중국에서 순수 전기차를 운행한다면 아마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수소도 마찬가지다. 결국 탄소중립적인 방식이나 무탄소 방식의 수소생산이 필요하다. 수소사회란 결국 인프라 투자다. 엄청난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인프라가 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수소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는 전력분야와 같이 소수 공급자를 규제하거나 대규모 수요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야 효과적일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장기적인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키워나가는 정책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

결국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가치 사슬을 구축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산업 생태계 육성과 가치 네트워크 구축과 확장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면 우리는 여전히 ‘패스트 팔로워’에 머물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기술혁신과 함께 정책의 통합과 혁신이 필요하다. 산업 투자의 위험도를 줄여줄 수 있는 혁신적인 정부 정책을 통해 투자 위험을 민간과 정부가 나누어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스플리트에 대응해야
 
‘EU 2050 로드맵’은 맥킨지의 도움으로 ECF가 2010년에 발간한 것이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 분야에 걸친 현황 분석과 감축 잠재량, 그리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경제성 분석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설비 수명이 40-50년인 전력, 산업, 건물, 수송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핵심 수단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감축 잠재량을 산정하여 시나리오별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원자력 발전과 석탄화력 발전에 대한 논쟁은 현 정부의 임기 또는 2030년까지 매우 제한적인 기간에 맞추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2050년 또는 그 이후를 고려해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친환경성과 경제성에 대한 논쟁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안보 측면의 논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차 에너지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그 이용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에너지 인프라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논리적인 접근이다. 

태양광과 풍력을 위주로 하는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전기-열-연료의 에너지 스플리트 중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핵심 수단이다.

재생전력의 변동성을 억제하는 유연성 확대기술과 재생전력을 열과 연료로 바꾸는 전환기술이 함께 할 때 진정한 저탄소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연료전지 기술개발과 보급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바로 위에 언급한 모든 요소들을 다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연료전지 보급정책을 살펴보면 연료 다변화를 추구하는 일본의 에너팜 제도, 수요지 온싸이트 발전을 통해 피크부하를 저감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SGIP (자가발전 인센티브 제도), 재생전력을 보완하는 열에너지 공급을 위한 열병합 발전을 시도하는 EU의 에너필드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보급되는 연료전지의 설비용량도 수백 W에서 수십 MW에 달해 설비용량에 관계없이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는 연료전지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  

SGIP는 수차례 대규모 순환정전을 경험한 캘리포니아주가 피크부하를 저감하기 위해 자가발전에 강력한 인센티브을 제공했지만 지난 18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 오염물질 배출량, 그리고 에너지 효율 등의 기준을 도입하면서 지속적인 보완을 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모니터를 통한 사용실적을 토대로 보조금을 차별화하는 차등 인센티브 제도(performance-base incentive system)를 도입해 연평균 이용율이 80% 가까울 정도로 높은 활용도를 보여주고 있다.

에너필드는 재생전력 확대에 따른 그리드 변동성 억제를 위한 백업 발전과 열에너지 공급 수단으로 연료전지 열병합 시스템을 평가·분석하는 시범사업이다. 반면 일본의 에너팜 제도는 2030년까지 530만대의 가정용 및 건물용 연료전지 보급을 통해 수입에 의존하는 연료를 다변화하여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에너팜 제도를 주목하는 것은 2030년까지 최소 4GW 이상의 그리드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는 국가 전력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가 분산발전 용량의 확대, 국가 에너지 효율향상, 송배전 인프라 투자 저감과 미래 수소 인프라의 부분적인 구축이라는 다양한 파생효과가 기대된다.

만약 국토 전역에 고루 분포한다면 평소에는 개별 소비자의 이익을 위하여 작동하지만 국가적으로 또는 지역적으로 필요한 경우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용량’을 발전하여 광역 또는 지역 그리드의 유연성 확대에 동원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에너팜 제도 하에서의 연료전지 경제성 향상 거동을 국내 정책과 비교하여 분석해 보면 정책 입안자들이 보급정책의 틀을 만들 때 시장 규모와 성장률을 고려해 산업생태계를 육성해야 새로운 산업을 훨씬 효과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새 정부의 야심만만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설비용량 확대에 거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용률을 자랑하는 재생에너지 기반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기를 바라면서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전력이 전기로만 머물지 않고 에너지 스플리트 전반에 기여하는 진정한 재생에너지로서 가치네트워크 확장의 기반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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