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보일러 업계가 三重苦에 빠졌다.

지난해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보인 업체가 대다수일 정도로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가장 큰 보일러업계의 골칫거리다. 이러다보니 국내 제조업체들의 시설투자가 없어지고 한편에서는 국내의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여기에 산업용보일러 업계가 3D업종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직원 구하기도 어렵고 구한다해도 오랫동안 근무하는 사람도 없다.

그나마 국내 산업용보일러 업계는 관류보일러와 진공온수보일러 등 중소형보일러 업계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대경기계기술, 강원보일러, 동보중공업 등 대형 온수보일러를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대형보일러업계는 국내시장에 있어 아직도 찬바람이다. 이와 더불어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으나 이도 쉽지 않다. 그나마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서 빛을 보고 있기도 하다. 또 열병합발전, GHP 등 보일러 대체 산업의 급성장으로 인해 더욱 입지가 악화되고 있다.

◇ 현 보일러 시장

현재 보일러 시장은 중소형과 대형시장이 대조적이다.

전체적인 경기 부진으로 인해 산업용보일러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이 극히 미비하다. 일부 업계에서는 2~3년내에 산업용보일러 전반적으로 시장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동일보일러 등 중견 보일러업체들의 부도를 맞는 등 경영상태가 양호한 업체는 드물다는 것이다.

현재 보일러사들 중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면서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는 관류보일러로 대표되는 부스타나 미우라, 콘덴싱보일러는 대열보일러, 대림로얄보일러, 한신보일러 등 고효율에너지기자재 등록을 마친 업체들 위주다.

이처럼 전반적인 경기부진으로 경영악화가 지속되다 보니 업체에서는 기술개발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기술개발은 뒷전이고 당장 수주하고 보자는 영업전략이 판을 쳐 이는 결국 전체 보일러사의 경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연속이 되고 있다.

관류보일러 시장은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부스타와 미우라로 대표되는 관류보일러 업체는 매년 10% 이상 꾸준하게 매출 실적이 늘고 있다. 특히 부스타(대표 임기석 www.booster.co.kr)는 중소형보일러 업체 중 최초로 매출 5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부스타는 관류보일러와 진공온수보일러 전문업체답게 지난해까지 진공온수보일러 누적판매대수 5,000대를 넘기는 등 산업용보일러업계 중 가장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또 관류보일러업계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한국미우라공업(대표 송호길 www.miura.co.kr)도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300억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성장을 바탕으로 두 관류보일러업체들은 기술개발을 통한 신제품 출시도 가장 활발하다. 인공지능 개념을 도입해 사용자의 편리성을 강화하고 제품 안정성을 개선시키고 있다. 부스타는 ‘뉴런’, 미우라는 ‘AI’, ‘EZ’ 등 인공지능 시스템이 도입된 제품 출시로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대형 노통연관식보일러 등 교체시장에 관류보일러를 2대이상 연결해서 설치하는 다관시스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당분간 관류보일러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통연관식보일러 중 유일하게 고효율기자재 획득이 가능한 콘덴싱보일러에 대한 보일러사의 관심도 높다. 초기 고효율에너지기재 제도 시행때는 대열보일러, 대림로얄보일러 등 일부 업체에 한정돼서 형성되던 시장이 최근에는 삼호보일러, 한신보일러, 삼양보일러, 동일보일러(2003년부도) 등 대다수 보일러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어 가장 활발한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가장 치열한 분야이기도 하다.

또 최근에는 에너지절감과 더불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쓰레기 등을 소각 처리해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폐열보일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폐열보일러의 경우 초기 동보중공업이나 강원보일러 등 플랜트 전문업체들의 틈새시장이었으나 최근에는 중소형보일러 업체들의 시장진입이 늘고 있다. 반면 플랜트 업체들의 경영악화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해외수출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시장이 이라크 전쟁 등 불완전요소에 의해 축소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라크 전쟁이 종료되면서 중동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았으나 최근 다시 불붙은 전쟁으로 인해 이도 쉽지 않다.

◇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산업용보일러 등록업체는 약 100여개사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보일러社가 존재할 수 있는 배경에는 분업화와 신고제를 들 수 있다. 특히 신고제는 한번 부도난 업체에서 대표자나 회사명을 바꿔서 신생보일러사를 탄생시키고 신규보일러사는 당장 영업을 위해 우선 수주하고 보자는 정책으로 인해 전체 보일러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것이 보일러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신규로 시장에 진입한 보일러사의 경우 보일러 기술력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그들의 가장 큰 장점이랄 수 있는 ‘저가수주’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실적을 쌓는데 혈안이 되어 있어 저가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현행의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꾸고 보일러 생산에 필요한 장비나 기술력을 겸비하고 있는 업체에 한해 보일러 제조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일부 보일러업계의 목소리도 있다.

기술개발이 일부 품목에 집중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에서도 중대형보일러 등 전반적인 에너지산업의 중추산업이랄 수 있는 산업용보일러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개발이 부진한 가운데 일부 품목에 한정된 지원이나 보일러를 대처할 수 있는 열병합발전, GHP 등에 대폭적인 지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현재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에너지절감이 우수한 제품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위해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는 일부 관류보일러나 노통연관식보일러의 대표주자격이랄 수 있는 콘덴싱보일러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에너지절감이라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라며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 일부 한정된 제품에 대한 한정된 기준을 가지고 정책을 운영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소형플랜트 업체들의 업역이랄 수 있는 시장에 대형플랜트업체나 중공업체들의 시장잠식도 중소형플랜트업체들의 고민거리다. 기술경쟁력이나 가격경쟁력이 뒤질 수 밖에 없는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형플랜트업체들의 중소기업의 영역 침해를 자제해 주길 원하고 있으나 시장경쟁원리상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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