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건물 에너지 절약을 위한 설계 3단계 기법
[시평]건물 에너지 절약을 위한 설계 3단계 기법
  • 투데이에너지
  • 승인 201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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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일 교수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투데이에너지]남아메리카 칠레 본토로부터 서쪽으로 약 3,200km 동남 태평양 한 가운데 위치한 이스터섬(Easter Island)은 1722년 4월5일 네덜란드 항해인에 의해 부활절에 발견됐다고 해 이스터섬이라고 불리게 됐다. 전체 면적이 166km2(서울 면적 605km2의 약 1/4)인 작은 이 섬은 모아이(Moai)라고 불리는 약 900여개의 석상으로 유명한데 이 중 일부는 높이 10m, 질량은 90 ton에 이르는 거대한 조형물이다.

쾌적한 아열대 기후와 자연만물이 풍족해 한 때 2만명이 거주하던 파라다이스로 알려진 이 섬이 발견 당시에는 2,000명으로 인구가 감소됐고 나무와 숲이 거의 없는 황폐하고 쓸모없는 불모지가 돼 있었다. 이 섬이 급속하게 황폐해진 이유는 자연 자원의 무분별한 이용에 있었다고 한다.

자연은 작은 외란에는 잘 견디고 다시 원상태로 회복하는 기능이 있으나 작은 외란이 지속적으로 쌓여 큰 외란이 되면 급속하게 무너지는 특성이 있다.

18세기 중반 산업혁명 인류는 연간 약 600Mtoe(1Mtoe = 1,000,000toe, toe는 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사용했으나 170여년이 흐른 2017년 현재에는 약 1만3,000Mtoe를 사용해 무려 22배나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천연자원을 마구 소비하는 이스터섬 같이 급속하게 환경 파괴가 진행될 수 있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면 산업 57%, 건물 21%, 수송 20%, 기타 2%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해 사무실 건물의 경우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50%가 공조용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건물의 공조용 에너지의 절약이 에너지원의 약 97%를 수입하는 국내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이다.

건물의 공조용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는 3단계 설계가 필요하다. 그 중 첫 번째는 공조용 에너지의 60%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인데 이는 건물이 위치하는 지역의 기후와 지형 특성이 반영된 설계로 건물의 형태, 방향, 외피 색상, 단열, 외부 차양 장치, 벽체 구성 재료, 기밀성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외피는 열손실을 초래하므로 날씨가 무척 추운 지역에서는 체적대비 외피 표면적을 가장 작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 알래스카 에스키모인들은 구 형태의 이글로를 짓고 살았는데 혹독하게 추운 지역의 특성을 주거 형태에 잘 반영해 외피에 의한 열손실을 최소화했다.

중동 지방은 공기 중 습도가 낮아 일사량 차단 및 보온 효과가 낮아 낮에는 무척 덥고 밤에는 온도가 급격히 저하한다. 이 지역의 건물들은 두꺼운 하얀 색 벽체에 작은 면적의 창을 사용하며 옥상은 평편하게 하고 건물들을 군을 이루게 한다.

흰 색은 일사량의 반사율을 높여 열의 유입을 막고 두꺼운 벽은 열용량이 크므로 낮의 열 침입을 축열 효과로 지연시킨다. 밤에는 선선한 외기와의 열교환으로 열을 방출시켜 자연적으로 실내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시킨다.

작은 창은 일사량을 최소화해 냉방부하를 감소시키지만 태양빛이 강해 작은 양의 빛으로도 실내 자연 밝기에 충분하다. 밤에는 선선하므로 평편한 옥상은 외부 활동 또는 수면 취하기에 적합하다. 건물들을 가까이 배치해 서로 그림자를 만들어 일사량을 저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무덥고 습도가 높은 동남아 지역에서는 천장과 창을 높게 해 자연환기를 최대화하는 설계가 요구된다. 공기는 온도가 상승하면 부력에 의해 위로 상승하는데 천장과 창 높이가 크면 부력에 의한 자연환기가 증대된다.

두 번째 설계 단계는 수동적 건축기법이며 공조용 에너지의 20%를 결정짓는다. 여기에는 겨울철에는 일사량의 극대화하는 기법, Trombe wall과 같이 낮에는 일사 에너지를 벽에 축열했다 밤에 실내로 방출, 일사 에너지를 공기에 축열하는 태양공간 등이 포함된다.

여름철에는 증발냉각, 온도가 낮아진 야간 공기에 의한 건물 냉각, 중간기의 외기냉방, 지중 냉각을 이용하는 냉각관 등이 포함된다.

세 번째 설계 단계는 기계적 설비이며 기기 각각의 성능과 효율이 중요함은 물론 시스템으로서의 통합 제어 기법에 따라 공조용 에너지 사용량이 크게 좌우된다. 만약 1단계와 2단계 설계가 최적으로 이뤄졌다면 세 번째 설계 단계에서는 공조용 에너지의 5%가 좌우된다.

건물의 공조용 에너지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3단계의 설계가 순차적으로 수행되면 안 되고 처음부터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의 소중한 후손들을 위해 이스터섬이 주는 교훈을 잘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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