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권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녹색E전략연구소 연구원.
[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일본 농촌은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약 200만명으로 나타나지만 향후 20년 이내 약 125만명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농촌에 청년 인구 유입은 그 비중이 크지 않아서 농촌에는 일손 부족, 영농 후계 문제, 경제적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의 농지 면적은 약 450ha로 나타나고 그 중 약 423,000ha는 농작물이 1년 이상 재배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 즉 휴경지이다.

도쿄도 면적의 약 2배에 상당하는 면적이 농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인구 23,000명의 소도시인 이시카와현 하쿠이시는 시 면적의 40% 가까이가 논이다. 넓은 경지면적을 기반으로 농업이 활발한 지역이지만 지금은 농가 감소로 경작 유휴지가 증가하고 있다.

하쿠이시 내에 있는 50의 농업지구에서 약 90%가 경작 유휴지이다. 또한 사가현도 농가 감소로 농촌에 젊은이들이 부족해 농가 후계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지역의 농업조합은 농가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경작 유휴지를 활용하며 나아가 농촌 활성화를 위해서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산간지대에 계단식 논 상단에 태양광을 설치해 벼를 재배하면서 태양광전력을 생산하는 이른바 쌀과 발전 이모작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휴경지를 활용해 재생에너지와 농업의 공존을 도모하는 프로젝트는 농촌 활성화에 상당한 의의가 있고 농사를 지으며 태양광발전으로 수익이 증대될 수 있다면 많은 젊은이가 농촌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의 영농형 태양광 프로젝트와 비슷한 프로젝트가 우리나라에서도 추진 중이다. 이른바 농가 태양광-국내 태양광 보급용량 중 대부분이 농촌지역에 설치되고 있기에 농촌 태양광보다 농가 태양광이란 용어가 적합-이다. 농업인이 참여하는 태양광사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농가소득 증대를 달성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농업인이 참여하는 태양광사업은 장점이 많다. 먼저 태양광 설치에 필요한 부지 확보가 용이하고 지역사회의 반대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수용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또한 태양광발전에 따른 이익이 농업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소득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재 농촌 경제는 시장개방, 식생활 변화, 농촌 인구 감소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쌀값 폭락으로 정부가 농가에 지급할 변동직불금 총액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정한 허용보조 규모를 초과했기 때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변동직불금을 지급할 경우에 WTO로부터 제소를 당할 수 있어 그것마저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만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어렵지 않게 들리고 있다. 농촌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고령의 영세한 농업인들의 사회 안전망도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농가 태양광사업을 통해서 농업인들이 농업 외에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면 사회 안전망으로서도 충분한 기능을 할 수 있다.

아울러 농가 태양광사업은 재생에너지(태양광) 산업 확대와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먼저 농가 태양광을 통해 태양광 보급이 확대되면 국내 태양광산업의 생산, 부가가치, 고용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농가 태양광설비 시공 및 유지관리를 위한 지역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농가 태양광 확대로 일본 영농형 태양광시스템과 같이 농업 공존형 태양광 기술개발과 공간 집약적 설계 및 시공기술 개발 및 상업적 확대를 촉진할 수 있다.

▲ 전세계 태양광 보급 현황.
햇빛 농사, 이른바 태양광발전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다. 2015년에 전세계 태양광은 약 51GW가 추가됐고 2016년에는 사상 최대치인 75GW가 설치됐다. 이는 매 시간 당 31,000개 이상의 태양광패널이 설치된 것과 비슷한 수치이다. 현재 전세계 태양광 용량은 약 303GW에 이른다. 2004(3GW)과 비교하면 약 100배가 증가한 수치이다.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0년 이후 세계 태양광시장은 연 100~150GW, 금액으로는 약 1,500억달러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역시 태양광 보급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2015년에 처음으로 1GW 넘는 양이 보급됐고 총 태양광 용량은 약 4.1GW에 이른다.

태양광 보급이 일찍이 발달한 유럽 국가들은 농업인 혹은 농업인조합이 태양광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농업 외 소득을 높여 전체적인 농가 소득을 증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2015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의 약 11%를 농업인(개인 및 농민에너지회사)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부분의 태양광설비가 농촌 지역에 설치됐다. 연간 6,000~7,000여개의 태양광발전소가 주로 농촌 지역에 설치됐지만 농업인이 직접 사업을 주도하여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주로 외지 기업이나 개인 주도로 추진됐고 농업인들은 주로 외지인에게 부지임대를 통한 간접적 태양광사업에 그쳐 소득증대 효과는 미비했다. 또한 농가 태양광사업이 무분별한 농지 난개발, 농지잠식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역주민의 반감과 민원이 증가하고 있고 해당 지자체에서는 재생에너지 설비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농가 태양광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에는 제도, 금융, 기술, 민원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먼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농가 태양광 사업의 현황과 그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가소득 증대 효과를 위한 사업의 애초 의도와는 달리 정보력에서 유리한 외지인들에게 수익구조가 더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금도 농촌 지역에는 태양광이 고수익을 보장하고 은퇴 후 노후대책 상품 중 최고라고 홍보하는 업체가 많다. 심지어 한전 변전 용량 확대 발표 이후 일부 사업자들이 접속보장제를 앞세워 조만간 발전사업이 진행된다고 홍보하며 부동산 분양부터 시도해 금융피해를 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전기사업허가를 받은 태양광 부지를 모든 인허가 협의가 완료된 것처럼 속여서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사업도 일종의 사업이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위험성이 당연히 존재한다. 특히 농가 태양광의 주요 대상인 고령의 농업인들은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크게 노출돼 있다. 농가 태양광 관련된 여러 참여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앞선 문제들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서로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더불어 시민들의 에너지전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농촌에서도 재생에너지 정책 및 태양광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지면 태양광은 급속하게 확대될 것이다. 지금 농지 난개발과 농지잠식을 막기 위한 제도 및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향후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가 엄청난 골칫거리나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어떤 정책이나 제도든 초기에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일찍이 농촌 지역에 태양광을 보급한 주요국들의 제도 추진 배경과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해외사례는 산지 비중과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여건이 다를 수 있지만 농촌 지역에서 주민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해당 정부나 지자체에서 어떠한 노력을 하는 지를 본다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농가 태양광은 주민참여형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농업인들이 중심이 된 햇빛 농사가 부디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좋은 사례들이 많이 창출돼서 주민들이 참여하고 중심이 되는 바람 농사 혹은 그 이상까지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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