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희기 대한설비공학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대한설비공학회는 1971년 건축설비와 산업설비의 기계, 에너지, 환경 및 자동제어분야에 관한 학문 연구와 기술발전 및 기술자의 지위 향상을 기함으로써 국민복지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설비 기술력을 확보하기까지에는 그 동안의 설비공학회 회원들의 수많은 연구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해 설비공학회의 수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하는 홍희기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를 만나 설비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설비공학회를 이끄는 소감과 포부는

1971년 학회 창립 후 회원수 8,000명을 넘는 명실상부한 대형학회로 성장했다. 2021년이면 학회 창립 50주년이다. 1986년에 학회 회원으로 가입한 후 학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럼에도 이러한 학회를 이끌 입장이 돼 기쁘면서도 적지 않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취임 후 바로 50주년 준비위원회가 발족한다. 축제의 장이 되는 50주년이 돼야 한다. 앞으로 3년이 남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충실히 준비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설비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첫 해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국내외 산학 기관 및 단체가 대거 참여하는 성대한 국제학술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설비분야가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의 한 축으로 정당한 대우와 인식이 기대치에 많이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총 에너지의 1/3 이상을 소비하는 건축기계설비 및 플랜트설비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2016년에 기계설비의 날이 제정되고 비로소 정관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기계설비산업진흥법 및 기계설비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로서 학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좋은 인재들이 대학에서 양성되고 좋은 직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갖춰 나가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를 위해 회원사와의 산학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임기 중에 이의 터전을 갖추도록 하고 싶다.

Q. 에너지 변화 준비와 대안은

오래 전부터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해 왔기 때문에 원전 일변도의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새정부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탈원전·탈석탄을 추구하면서 장기적인 에너지 수습계획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결국 LNG와 신재생에너지를 대안으로 취해야 하는데 발전 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우려스럽다. 지금까지 저렴한 전력요금을 토대로 산업이 형성됐는데 급격한 상승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국가 총에너지 소비량을 감소시킬 수는 있지만 에너지를 획득할 수 없는 시간대가 존재하는 만큼 설비용량에 포함시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 설비공학회 입장에서는 에너지의 합리적인 사용을 추구한다. 즉 고효율에너지시스템의 개발 및 보급, 유지관리를 통해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으며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사업분야로서 그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신재생열에너지 역시 우리 학회에서 중시 여기는 분야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등 에너지 관련법을 새롭게 다져야 한다. 너무나도 에너지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설비공학회에서는 그동안 실험에 대한 학술적 논문만을 발표했는데 이제부터는 정책적 논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정책의 조언자이자 감시자의 역할을 하겠다.

Q. 자연E 열원 히트펌프 신재생E기기로 인정 이유는

일정 성능 이상의 히트펌프는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난방기기보다 더 많은 열을 발생시킨다. 즉 화석연료를 전기로 변환하고 이를 히트펌프 압축기 동력으로 사용해도 자연으로부터 흡수한 열이 가미돼 난방기기보다 더 많은 출력을 보인다.

지금 우리 상황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높여야 한다. 대규모 기술개발 없이 단기적, 획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열히트펌프뿐만 아니라 자연에너지를 열원으로 하는 모든 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기기로 인정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외돼 있는 하수, 하천수, 공기 등의 자연에너지를 열원으로 이용하는 모든 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기기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는 국제적인 추세이다.

유럽 국가 및 일본에서는 이미 공기열원 히트펌프도 신재생에너지기기로 인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CO₂ 저감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판명된 상태이다.

겨울철의 평균 발전효율이 39.7%이므로 이의 역수인 2.52보다 큰 성적계수를 갖는 히트펌프는 이 요건을 만족하게 된다. 지열 및 수열원(해수표층) 히트펌프만 신재생에너지기기로 인정하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에 맞지 않는다. 유럽과 일본, 중국과 같이 공기열원은 물론 모든 자연에너지 열원의 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기기로 인정해야 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에는 산업부 신재생에너지과가 우수 인재로 조직개편이 된 것은 고무적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기대된다.

Q. 2018년 새해, 하고 싶은 말은

기계설비산업진흥법 및 기계설비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서 조속히 발효됐으면 한다. 설비산업의 불황과 더불어서 대학의 설비분야의 학부 및 대학원이 매우 위축된 상태이나 위기감을 그다지 느끼지 못 하는 듯하다.

좋은 인재가 지속적으로 배출돼야만 관련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이 토대를 기반으로 외국 기술과 국내외에서 경합을 벌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건설·설비 관련 학과가 존폐 위기에 닥쳤다. 이미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 전공교수의 연령이 높아지고 있지만 젊은 전공교수 유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전문인력이 충원돼 그 전문인력이 다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무너졌다. 국내외 빠른 산업 변화로 나노, 바이오 등 일부 신산업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와 관련한 분야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에 기존의 학문인 건설·설비분야의 연구비 지원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도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학문을 좀 더 넓일 수 있는 기회인 대학원으로 진학하기 보다는 바로 사회로 진출하려고 한다. 학생들에게 대학원의 필요성이 약화됐다. 산업계에서도 석사 출신을 우대하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학생들이 잘 모르고 있다. 보다 많은 학문적 경험을 가지면 더 많은 방향으로 진출할 수 있는데 안타깝다.

현재의 한정적인 석사 우대는 전문인력 양성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인력에 대한 우대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전문인력 배출이 중요하다. 이러한 전문인력이 산업 기반을 굳건히 다지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국가의 경쟁력 강화다. 이러한 이유에서 관련법의 제정이 절실하다. 학문은 한번 붕괴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이러한 계획과 노력으로 설비인이 정당한 대접을 받기 시작하는 뜻 깊은 해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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