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산업부

[투데이에너지 조재강 기자] 지난해는 신고리 원전 5,6기 공사 재개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시험대에 오른 해였다. 그 결과 탈원전·탈석탄을 지향한 문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에너지업계의 가장 큰 이슈가 됐다.

더불어 수혜자로 예상됐던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에 대한 전망이 종잡을 수 없는 등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문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통해 2018년 천연가스의 위치를 살펴보고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탈원전·탈석탄

지난해 6월19일 개최된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중요한 발언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원전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동시에 원전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에너지정책의 큰 변화는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정의된다. 신정부는 두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방안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들었다.

기존 원전과 석탄화력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신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발전량 20%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의 재건설로 신정부의 에너지정책의 수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력한 탈원전·탈석탄 의지를 대선 공약부터 이어온 터라 원전의 재건설은 신정부의 에너지정책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5,6호기 건설을 재개하되 단계적인 탈원전·탈석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한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자칫 에너지정책의 변화를 보여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기존의 정책을 고수하겠단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며 문 대통령이 공약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도 정부와 여당이 탈원전·탈석탄 에너지정책을 중장기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정부에서는 석탄화력의 비중 축소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후속조치로 2030년까지 오염물질을 50%까지 감축하기 위해 기존 석탄화력의 대대적인 성능개선과 환경설비 개선계획을 중장기 목표로 추진해왔다.

환경설비 개선계획의 조기추진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한전과 5개 발전사들은 향후 5년간 7조5,000억원을 투자해 석탄화력발전으로 인한 미세먼지를 50% 이상 감축한다는 고강도 대책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최성수 가스공사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석탄화력 발전량의 감축 방침과 맞물려 중단기적으로 천연가스 발전설비의 역량증대로 연결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출처: 산업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지난해 12월29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예상처럼 원전과 석탄의 발전 비중은 줄어든 반면 신재생, LNG 등의 발전 비중은 증가했다.

이번 8차 수급계획은 최근 전기사업법 개정 취지를 감안해 환경성·안전성을 대폭 보강·수립한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설비믹스와 관련해 원전·석탄은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친환경에너지를 대폭 확대한다.

원전에 대해서는 신규 6기 건설 백지화, 노후 10기의 수명연장 중단, 월성 1호기의 공급제외 등을 반영했다.

노후석탄발전소 10기를 2022년까지 폐지하고 당진에코파워 등 석탄 6기는 LNG로 연료 전환하는 석탄발전 감축계획도 마련했다.

한편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풍력을 중심으로 47.2GW의 신규 설비를 확충해 2030년 58.5GW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LNG 발전량의 증설이다. 이번 8차 수급계획에는 설비운영과 관련해 경제급전과 환경급전의 조화를 통해 석탄 발전량을 줄이고 LNG 발전량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LNG 발전은 2017년 37.4GW → 2022년 42GW → 2030년 44.3GW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급전순위 결정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 등 환경비용을 반영해 석탄과 LNG발전의 비용 격차를 줄이고 유연탄 개별소비세 인상 및 세율의 추가적인 조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018년 4월부터 석탄 개별소비세 6원/kg 인상을 시행할 예정(2017년 12월1일 개소세법 통과)이다. 발전량의 증가도 눈에 띈다. 정부는 2023∼2030년까지 당진에코 1·2호기, 태안 1·2호기, 삼천포 3·4호기를 LNG로 연료전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 결과 증가한 LNG 발전량만 2.1GW에 달한다.

▲ 출처: 가스공사

■세계적 추세는

대체에너지가 원전과 석탄화력을 대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천연가스의 발전비중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낙균 가스공사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주요 국가의 천연가스 확대 추이를 토대로 천연가스 발전비중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천연가스 확대가 눈에 띈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오바마 지우기 행보와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하는 등 기존의 정책과 연속성이 단절된 상태다.

그럼에도 지난해 1월 기준으로 석탄발전과 천연가스발전의 발전량이 약 110TWh로 비슷한 상황이다.

김낙균 연구원은 “미국 발전시장의 천연가스 확대는 환경을 위시한 정책·구제뿐 아니라 셰일가스 혁명에 의한 천연가스 가격하락이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정부에서도 천연가스의 경제성 격차 개선 요인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는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을 갖고 있는 요건 특히 셰일가스의 생산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상승을 들 수 있다.

환경적인 영향보다는 경제성이 커지면서 석탄화력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경우는 미국보다 천연가스 발전 미래가 안개 속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일단 EU는 대폭적인 석탄화력 감축 및 신재생, 천연가스 확대 의지를 비치고 있지만 석탄화력의 감축과 증설 계획이 동시에 발생, 유로국가의 에너지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다.

중국의 석탄발전 축소 정책 역시 큰 관심사다. 중국은 2020년까지 석탄화력 설비용량 추가를 180GW로 제한하는 등 석탄 일변도의 발전정책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석탄을 중심으로 원전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전원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최근에는 전체 신규사업 중 약 1/3에 해당하는 200GW의 석탄화력이 보류 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문제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낙균 연구원은 “중국은 대기오염 해소 등을 위해 신규 탄광 개발사업 승인 중단, 노후 탄광 폐쇄 등을 이미 실시하고 있다”라며 “다수의 석탄화력이 사업보류 상태에 놓인 것도 이러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정부 탈원전·탈석탄에 LNG 발전 비중 늘려
발전단가
·불합리한 세제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

■발전단가 차이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에 따라 천연가스발전 비중의 증가는 다소 긍정적이다. 앞서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재개에도 기존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데는 변함없는 의지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실제 이번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천연가스의 비중이 증가했다. 최성수 연구원은 “이번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했다”라며 “이는 문 정부의 공약대로 에너지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전기요금 인상이 그렇다. 국내 천연가스는 거의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아시안 프리미엄으로 인해 수입 가격도 비싼 편이다. 

여기에 유가 의존도 단점이다. 향후 유가가 오르게 되면 LNG 가격의 동반 상승은 분명하다. 에경연은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따라 LNG발전 비용이 종전대비 11조원 더 들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그나마 이마저도 2016년 평균 유가(배럴당 43.4달러)를 적용한 것이다. 만약 유가가 70달러로 오른다고 하면 이보다 4조원이 더 들어간다.

문제는 앞으로다. 2025년 기준으로 가스공사의 중장기 계약 중 상당 부분이 종료된다.

2025년 이후 국내 LNG물량이 크게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협상 개시부터 실제 도입까지 5~7년이 걸리다 보니 LNG의 안정적인 수급에 대한 장기계획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가스 도입 시 국제 시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단가에 도입하는 등 문제가 있다”라며 “공급 부족에 대응하는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발전용 연료별 과세 형평성에 있어서도 해법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발전단가의 경우 미국처럼 셰일가스 등 자국 생산물량으로 인한 발전단가경쟁이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통용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천연가스 발전비중의 확대가 한계가 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2016년 한전 연료별 발전단가는 1kWh당 원자력이 67.91원, 유연탄이 78.05원인 반면 천연가스는 100.09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쌌다.

또한 동일한 발열량 기준으로 발전용 세제 비교 시 천연가스가 100일 때 유연탄은 54로 친환경 연료인 천연가스에 비해 저렴했다.

조세 형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천연가스에는 관세와 수입부가금, 안전관리부가금 등이 추가로 부과된다. 반면 유연탄은 개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만, 원전은 관세는 물론 개별소비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 출처: 가스공사

■외부비용 반영 변수

이에 최근 이슈가 되는 것이 ‘외부비용의 반영’이다. 이는 환경비용, 안보비용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원전, 석탄화력의 경우 외부비용을 적용 시 큰 폭의 발전단가 증가가 예상된다.

해외 주요국들의 경우 전원계획 수립 시 외부비용이 반영된 설비투자 결정을 함으로써 미래 적정 에너지믹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외부비용을 고려한 환경세 강화 방향이 그렇다. 반면 우리나라의 발전원가 산정에는 일정부분 외부비용을 반영하고 있지만 전원별 외부비용 수준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대기오염 등 환경피해 비용면에서 원전과 석탄화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이에 관한 근거와 적용기준 등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강조한다.

나궁윤 가스공사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전원계획 수립 시 발전원가를 공정하게 평가하지 못 할 경우 전원구성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에너지믹스 최적화를 위해 외부비용 내재화가 필요하다”라며 “국내 현실에 적합한 비용을 도출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실증 분석방법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추세에도 좀처럼 연료별 세제 개편은 쉽지 않아 보인다.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식적으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차별적인 세제 개편을 손보지 않으면 천연가스 비중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중론이다. 이로 인해 올해에도 연료별 세제 형평성 논란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방향

이번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이를 토대로 짜여질 13차 장기천연가스 수급계획에서 가스공사와 정부는 천연가스물량의 안정적 확보와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향후 대안 찾기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