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정부가 마련한 가스산업구조개편 방안이 가스요금 인상 가능성, 수급불안, 기존 도입·수송계약의 민간승계 어려움 등 수많은 우려와 논란속에서 지난해 기본방향이 수정됐다.

당초 설비부문을 민영화하고 도입도매부문을 3개사로 분할, 매각하겠다던 정부의 방침은 설비부문에서 공기업체제를 유지하고 도입도매부문에 대해 분할방식과 신규진입방식 등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쪽으로 선회했었다.

특히 정부가 마련했던 가스산업구조개편 관련 법안은 제 16대 국회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된다.

지난 2002년 10월 정기국회에서 구조개편 법안심의가 보류된 이후 정부도 구조개편 추진속도를 늦춰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 17대 국회 개원이후 가스산업구조개편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6월말까지 가스공사와 가스공사 노조가 의견을 모아 가스산업구조개편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이지만 가스공사와 노조간 일치하는 방안이 마련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에 본지에서는 최근 구조개편과 관련된 주요 이슈를 점검해 보고 가스산업구조개편의 경쟁도입방안인 분할방식과 신규진입방식의 장단점을 살펴봄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자가용 LNG 직도입

가스산업구조개편에의 가장 큰 변수는 LNG 직도입과 PNG 사업의 추진여부이다.

최근 가스산업구조개편 입법이 장기화되면서 도입판매사업에의 진출을 희망하던 기업들은 자가용 LNG 직도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첫 단추를 끼운 것은 포스코와 SK. 2005년부터 연간 115만톤의 LNG를 도입키로 인도네시아 탕구프로젝트와 가계약을 체결하고 조만간 본계약 서명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전력산업구조개편으로 분리된 발전자회사들도 공동으로 LNG 직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6월말까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경제성 검토, 요금체계 등에 대한 용역을 의뢰해 최종결과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발전사업과 도시가스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LG측도 올해들어 한국가스공사측에 설비공동이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직도입을 위한 여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같은 민간기업들의 LNG 직도입은 도입부문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향후 판매부문까지 자연스럽게 경쟁체제로 진입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직도입의 혜택이 해당사업자에게만 귀속된다는 점과 공급자 선택권 확대에 의한 최종소비자 후생으로 귀결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직도입을 우려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양질의 수요패턴을 지닌 발전용의 수요이탈을 가속화시켜 수급 불안을 가중하고 기존 도입계약 물량 처리 실패로 인한 TOP 발생 우려를 가중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발전용의 수급조절 기능 상실로 하절기 기존 도입계약 물량저장을 위한 설비 증설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국책사업으로 추진중인 러시아 PNG의 물량처리가 어려워져 PNG사업 추진이 곤란할 수도 있다.

△PNG 사업 곤란

현재 추진중인 러시아 PNG 사업은 가스산업구조개편 추진과 직결되어 있다.

PNG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신규 LNG 도입 규모가 축소될 뿐만 아니라 자가소비용 직도입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르쿠츠크 PNG 도입물량이 연간 700만톤으로 월평균 약 60만톤임을 감안할 때 수급에 많은 영향을 미칠수 있는 요소이다. 더구나 PNG 도입물량은 동절기 수요가 편중된 도시가스용에 부적합한 반면 발전용에 적합한 수요패턴을 보이고 있어 도입시 발전용 위주 공급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물론 PNG 도입성사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지만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정책 보완 문제

이와 같이 LNG 직도입과 PNG 사업추진은 가스산업구조개편을 추진하면서 반드시 고려해야할 대상이며 정부의 정책적 보완대책이 시급한 사안이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기존물량 안정처리와 시장혼란을 방지하고 향후 구조개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포스코, SK에 대해 일정기간 자가용 직도입자로 국한시키고 수급안정 및 PNG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발전자회사의 자가용 직도입 허용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규 직도입물량에 대해 기금부과와 같은 정책수단을 통해 기존 도입계약 물량의 가격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한 주장이 특정기업의 입장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물량 처리와 안정적 수급관리에 차질이 없는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제한적, 단계적으로 직도입을 허용하는 요건을 설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발전용, 산업용과 같이 수요패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용도의 경우 수요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요금체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PNG물량의 경우 발전용으로 공급될 경우 LNG 경쟁도입 대상물량이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해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발전자회사들이 어떠한 정책을 펼칠지 6월말 용역결과와 상황을 주시해봐야 알겠지만 기존의 교차보조식 요금체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요금체계를 수립해 발전용 요금이 경쟁력을 가질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PNG 도입물량을 발전용 위주로 공급한다는 원칙을 정하되 필요시 발전자회사들이 PNG 컨소시엄에 참여함으로써 직도입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을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경쟁도입 방안 추이

정부의 가스산업구조개편 기본방향은 ‘설비부문은 현행 공기업체제를 유지하고 도입도매부문 경쟁도입은 분할과 신규 진입방식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결정’ 한다는 것이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에너지산업의 구조개편 민영화는 외국사례 등을 깊이 연구해 추진하고 노조 등 이해관계자와의 신뢰확보와 인식공유가 중요하므로 충분한 설명 및 협의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시한 내용이 경쟁도입방안을 마련하는데 지침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노사정(산자부·가스공사·가스공사 노조)이 공동 해외조사를 마쳤으며 가스공사가 딜로이트 컨설팅과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직도입 대책, 분야별 집중과제 분석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노사 워크숍이 진행중에 있다.

이러한 논의의 핵심은 역시 가스산업 경쟁도입 방안의 틀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이다. 즉 경쟁도입 방안을 분할방식으로 할 것인가, 신규진입방식으로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6월말까지 노사가 합의한 방안을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가스공사의 입장에서는 양자택일을 하든, 보완방안을 제시하든 선택 해야할 입장이지만 노동조합은 여전히 두가지 방안 모두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노동조합측은 전국교수노동조합에 7월말까지 ‘21세기 한국가스산업발전을 위한 정책 대안’이라는 내용으로 용역을 의뢰해 놓고 용역결과를 토대로 방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6월말까지 노사 합의 방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분할방식

분할방식은 지난 99년 11월 확정된 구조개편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가스공사의 도입도매부문을 3개 자회사로 분리, 2개사는 조기매각하고 1개사는 경쟁환경이 조성되는 시점을 감안해 매각하는 방안이다. 호주와 아르헨티나가 정부 재정난 등으로 부실화된 공기업을 수개로 분할·매각한 사례가 있다.

이 방식을 채택할 경우 사업자 구도는 도입부문에 3개 도입사와 직도입자(포스코·SK)가 공존하게 된다. 또 도매사업자의 판매부문에 3개 판매사와 설비부문에 가스공사, 직도입자(저장부문)가 소매사업자의 판매부문에 지역별 도시가스사, 신규진입자, 설비부분에 지역별 도시가스사가 사업자로 공존하게 된다.

장점으로는 설비와 판매부문의 법적 분리를 통한 경쟁도입의 기본 원칙에 충실할 수 있고 3분할을 통해 경쟁도입 초기에 시장점유율 면에서 공정한 경쟁여건의 외형적인 틀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기존 가스공사 도입계약물량의 처리가 상대적으로 쉽고 독점 기업의 비효율을 신속하게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도입·수송계약의 승계 협상 등 분할매각이 장기화되고 도입판매사의 이윤 보장 등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3개사의 수직계열화에 의한 과점화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구조개편 초기부터 규모가 비슷한 3개사의 자율적 수급조절 기능이 성공할 가능성은 미지수이며 가스공사가 제외됨으로써 PNG사업의 컨소시엄 재구성 등 PNG 사업주체에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신규진입방식

신규진입 방식은 가스공사의 현행체제를 유지하면서 독점상태인 도입판매부문의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사실상 구조개편이라기 보다는 규제완화에 가깝다.

수급불안 요인을 완화하고 가스공사의 기존 도입계약물량의 안정처리를 위해 신규수요 발생분에 한해 경쟁을 도입하는 방식이다. 즉 발전용 직도입을 시작으로 발전용, 대량산업체, 소량산업체, 가정용 등의 순으로 단계적으로 경쟁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방식의 경우 영국,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등 EU국가들이 시장단일화를 목표로 상호연결된 배관망의 공동이용을 전제로 자국의 가스시장을 개방해 천연가스 수급안정과 회원국간 가격차이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했으며 미국과 일본이 점진적 천연가스 시장 진입을 위해 규제완화차원에서 도입했다.

사업자구도는 도입부문에서 가스공사, 직도입자, 신규진입자로 구성된다. 도매사업의 판매부문에서는 가스공사, 신규진입자로 형성되고 설비부문에서는 가스공사, 신규진입자, 직도입자로 형성된다. 소매사업에서는 판매와 설비부문이 분할방식과 동일할 것으로 분석된다.

도입판매 및 설비부문 개방 등 법적 요건완화를 통한 경쟁도입으로 이행과정이 분할방식보다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즉 계약승계 동의 절차가 필요없고 승계비용, 도입판매사 이윤 보장 등 추가비용 발생 가능성이 낮으며 매각에 따른 특혜시비가 없고 특정기업의 수직계열화 및 과점화 가능성도 낮다. 이와 함께 구조개편 이행과정상 가스공사에 의한 적기 필요물량 확보와 수급조절도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분석되며 PNG사업도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기존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과다해 시비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고 기존 가스공사의 도입계약 물량 처리가 곤란할 경우 TOP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기존 물량과 신규 물량과의 가격차이가 발생하고 수요패턴이 양호한 발전 및 산업용이 이탈되며 인위적인 요금체계 개선과 저장설비의 증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행 가스공사의 설비, 도입판매 통합체제를 유지할 경우 설비공동이용의 불공정성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검토 과제

이같이 분할방식과 신규진입방식의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는 모두 개괄적인 방향만 있고 각 방안에 대한 세부 경쟁시장 설계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분석하는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앞서 밝힌대로 분할방식은 경쟁도입 초기에 어느 정도의 공정경쟁을 위한 여건조성이 가능하지만 그동안 국회와 노동계 등 이해관계자들이 지적했던 많은 문제점이 해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가 기본계획을 고수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신규진입방식의 경우에도 이행과정이 분할방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신속 용이한 측면이 있지만 신규 사업자와 기존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고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도입방안을 이분법적으로만 보면 신규진입방식이 훨씬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스산업구조개편의 변수가 될 수 있는 자가용 LNG 직도입, PNG 사업 추진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 실질적으로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여건이 보장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분할방식과 신규진입방식중 신규진입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예상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서 한국의 가스산업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이번 방안을 마련하면서 정부는 또다시 16대 국회에서 보여줬던 ‘무성과’를 17대 국회에서 재연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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