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여년도 훨씬 지난 오래전 얘기지만 경기도 안양에 있는 냉동관리업소로서 당시에 어지간히 건실하다는 소문도 있었고 규모도 컸던 B회사 간부로부터 그 회사만의 독특한 사고예방 캠페인을 얘기듣고 참으로 흥미롭고 효과적인 방법이로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

유독 봉급일 다음날이면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다른날보다 지각이나 결근도 많아 이를 조사해보니 그 모든 것의 원인이 술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한달 월급을 지금처럼 예금통장에 입금시켜 주던 때가 아니라 현금을 봉투에 넣어 직접 본인에게 지급해주던 그런 시절이라 봉급날이면 너도나도 주머니 사정이 두둑하다보니 월급쟁이 남자들 기분내는 날처럼돼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한잔, 두잔이 일차, 이차로 이어지고 도를 지나쳐 급기야는 이튿날 회사업무에도 지장을 초래하게 되자 회사 간부회의에서 비상대책을 세우기에 이른 것이다.

간부회의의 첫번째 결정은 봉급날 오후 기혼자 부인들을 회사에 초청해 회사소개와 시설견학도 시키고 구내식당에서 다과를 대접한 다음 봉급탄 남편들과 함께 귀가하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일부 직원들은 불평불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반응이 대체로 괜찮은 편이었고 매달 부인들의 호응은 절대적이었다.

간부회의의 두번째 결정은 봉급날 저녁 과장급이상 간부직원은 물론 사장과 임원진까지도 회사근처 술집을 한집씩 맡아 골목을 지키고 섰다가 술집을 찾아오는 직원들을 설득시켜 귀가시키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도 일부 술집에서는 영업방해라고 항의하는 집고 있고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주는 직원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비교적 성공적이라 그렇게 몇달을 지난 결과 봉급뒷날 안전사고는 물론 지각과 결근이 거의 사라지고 직원들의 음주횟수나 음주습관까지도 좋은 방향으로 변하게 되더라는 얘기였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 조사에 의하면 폭음하는 사람들이 직장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특히 안전업무에 종사는 사람들에게 각별한 관심과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지난 91년부터 98년까지 5백개 회사 1백14개 업종의 종업원 1만4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음주로 인해서 일어나는 문제중 상당부분이 밤늦도록 아니면 새벽까지 폭음, 통음하는 근로자나 낮술을 마시는 간부들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폭음이나 통음이 원인이되어 안전사고를 일으키거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이유는 알코올의 진정효과가 인간의 최적의 숙면상태인 렘(REM)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술이 덜깬 상태이거나 지친 상태로 출근한 사람이 일의 집중력이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따라서 사고를 유발시키거나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술이 이렇게 나쁜 점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잔술에 정도 넘치고 친목도 인화도 거기서 나올 수 있고 요즘같은 세상에 쌓이는 스트레스 푸는데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벗일 수 있다.

그러나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고 했다. 항상 적당한 정도와 절제가 필요하고 아쉬운 것이다. 특히 안전을 천직으로 삼고 눈뜨면 점검하고, 검사하고 새벽같이 사용시설에 가스를 공급하고 용기를 체결해 주는 사람들의 음주습관이야말로 각별히 신경을 써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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