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경기북부와 강원일부지역 몇개 시·군을 휩쓸고 지나간 집중호우 피해가 천재(天災)였느냐 인재(人災)였느냐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그것이 천재이건 인재이건 여러 측면에서 전문가적인 접근과 조사, 분석을 통해 가려지겠지만 얼핏보아도 하늘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96년 98년에 있었던 수해와 이번의 수해를 비교해 보면 한 서너가지 닮은 점이 있어 그 까닭을 금방 알 수 있다.

그 첫째가 발생시기가 기상당국이 사실상의 장마가 끝났다고 한 뒤인 7·8월이었다는 점이며 두번째가 똑같은 지점에 쏟아진 집중호우였다는 점이고 세번째가 유감스럽게도 당국이 약속한 ‘철저한 대책’수립으로 다시는 그와 같은 재난이 없도록 예방하겠다는 점이며 아울러 그와같은 굳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임진강에 댐을 쌓는다든지 둑을 높인다든지 저지대 주민의 이전이라든지 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될 수도 없고 될 일도 아니라는 것을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예산도 있어야 하고 시간도 충분히 있어야 한다.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근본대책의 실현은 말과 같이, 떡먹듯이 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강물의 범람과 침수를 미리 막지 못할 망정이라면, 최소한 주민의 신속한 대피를 위한 경보체제라든지 이재민이 대피할 장소, 피난처에서 당장 입고, 먹고, 자는데 필요한 생필품들의 비축은 되어 있었어야 마땅한 노릇이었다.

물난리에 마실 물 걱정까지 해야되고 담요 한장, 라면 하나, 분유 한통이 제때제대로 지급되지 못한대서야 96년, 98년의 쓰라린 경험과 교훈이 헛된 일이었고 결국은 소잃고 외양간 조차 고칠줄 모르는 행정당국이 아니었나 싶어 답답하고 원망스러운 것이다.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다는데 TV화면에 비춰지는 피해 양상이 1년전, 3년전의 필름을 재방송이라도 하는듯 그때 그것과 너무도 똑같아 한심스럽다.

그나마 지난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대통령이 취약지역의 경우 호우가 예보되면 식수와 구호물자를 미리 해당지역에 비축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기존 재해대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이번에야 말로 확실한 수해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이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기대를 걸게한다.

각설하고, 이제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 잠시 대피해 있던 주민들이 너도나도 자기집을 찾아 들어 복구에 임할 것이다.

주민들이 집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전기와 수도 그리고 가스, 즉 불이다. 마실 물 한잔을 끓이기 위해서도 그렇고 빨래를 삶거나 취사를 위해서도 불의 사용은 제일 먼저다.

따라서 흙탕물에 잠겼던 압력조정기는 물론 연소기를 그 무엇에 앞서 손봐주어야 하며 비틀린 호스등 배관을 바로잡고 이음매 부분을 빈틈없이 살펴 가스사고라도 없도록 해야 한다.

여러차례 경험한 침수지역 점검을 통해 무엇이 필요하며, 어디를 살펴줘야 할지를 누구보다도 잘알고 신속히 대처하고 있을 가스공급자와 안전공사 점검봉사자들의 노고와 정성에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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