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며칠 전 아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만남의 주인공은 십 수년전부터 필자와 면식이 있던 분이었고 그 분이 저술한 ‘천직’이라는 책도 이미 읽어보았기 때문에 내 깐에는 그 분의 많은 부분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박 2일간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그 분에 대한 필자의 사전지식이 얼마나 제한적이고 일방적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에게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오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직원 식당의 밥은 맛있는지, 직원 개개인의 신상에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은지, 소비자들이 어떤 불편을 느끼는지 하는 일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일이 내 일입니다”라는 말 속에서 그 분의 경영 철학과 인생관을 느낄 수 있었다.

“매출이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지, 수금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하는 일은 내가 확인하고 챙기지 않아도 모두들 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직원의 행복과 소비자 만족은 내가 챙겨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경영자 중 한 명인 필자에게 그 분의 이야기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하는 날카로운 채찍처럼 들려왔다.

혹시 나는 그동안 경영을 하면서 본질은 보지 못하고 맹목적 쇼비니즘(Chauvinism)에 빠져 성장 지상주의만 외치며 우리 신문 소비자인 독자들과 나의 가족인 직원들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또는 잠시의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같은 야합을 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좋은 기회였다.

삼육대학교 원예학과 한상경 교수님은 ‘아침 고요 산책길’에서 만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많은 이들과 만났어도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수많은 이들과 사랑했어도 잊혀지지 않는 얼굴이 있다. 만남은 마음에 심는 것. 사랑은 가슴에 뿌리박는 것”

그 분과의 만남을 통해 내 가슴과 내 영혼이 정화되고 맑은 눈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나에게는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라는 항해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고 한다. 오르막만 있는 인생은 없으며 언젠가는 반드시 내리막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오르막만 생각하고 정상에 올라가면 모든 것을 성취한 양 착각하기 쉽다.

소설가 공지영 님은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에서 “절벽을 올라가는 일은 내려가는 일보다 수월했다.

두 손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기는 어디에서든 올라가는 일보다 내려가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등산이 그렇고, 명성이 그렇고, 삶의 오르막과 죽음의 내리막이 그렇다”라며 인생의 오르막이 전부가 아님을 경계하며 진정한 성공은 내리막을 제대로 잘 내려온 뒤에야 완전한 인생임을 강조했다.

“골프장을 만들려고 하니까 우리 계열사 사장들이 모두 반대를 합디다. 그래서 내가 골프장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자수성가를 하는 동안 많은 분들이 나를 도와준 덕에 지금의 나와 우리 회사가 있다.

그런데 도와준 분들께 보답할 수 있는 것은 그 분들의 자제들이 혼인할 때 부조금을 남보다 조금 더 내는 것과 가끔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를 도와준 고마운 분들을 초청해 좋은 공기 마시고 운동하면서 그 분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골프장을 만들려고 한다 하니까 모두들 반대하지 않습디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멋지게 연출하는 그 분과의 만남은 행복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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