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지역관리소는 도시가스사의 얼굴이자 안전관리 및 고객만족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탁지역관리소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도시가스사들의 전향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관리소의 현황을 짚어보고 발전방향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매년 물가, 자재비 등은 상승하고 있는 데 위탁업무수수료는 수년 째 동결입니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레인지 연결 등 민원수입도 대폭 감소해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합니다”

도시가스사 위탁지역관리소들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이같이 직원들의 월급을 제때 못 주는 지역관리소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가스 안전관리 및 고객관리의 전초기지인 지역관리소들이 무너지면 결국 본사(도시가스사)에 치명타를 안겨줄 수 밖에 없다. 지역관리소의 경영환경과 업무환경의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도시가스협회가 발간하는 도시가스사업편람(2004년)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전국의 지역관리소는 직영 24개소, 위탁(자영) 306개소 등 총 330개소다. 이 중 수도권은 직영 16개소, 위탁 188개소 등 204개소로 전국 지역관리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평균 관리세대수는 수도권은 3만5,145가구, 지방은 2만6,907세대다.

▲지역관리소 실태는

한국도시가스지역관리업협동조합(이사장 이광세)은 지역관리소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외부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후 지난해 7월 연구용역(도시가스지역관리소 실태분석 및 발전방안)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용역이 전국 도시가스 지역관리소의 실태를 전적으로 말해준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먼저 본사와의 계약조건의 경우 대부분 도시가스사(갑)와 지역관리소(을)의 관계는 철저한 수직관계를 보이고 있으며 의무와 권리의 균등한 배분 및 호혜평등주의에 입각한 일반적인 상계약과는 거리가 먼 일방적인 계약인 것으로 지적됐다.

자세히 들어가면 지역관리소는 보통 50∼70개 항목의 평가기준에 의해 도시가스사의 지도감독을 받아야 하고 40여가지가 넘는 제재항목 때문에 지역관리소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밖에 없다. 위탁관리 계약갱신 기간도 과거 5년에서 3년으로, 최근에는 1∼2년으로 짧아지는 추세여서 마음 놓고 지역관리소를 운영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

이는 최근 도시가스사들의 내부적인 구조조정 및 퇴직자 예우 차원에서 본사 근무자(임직원)들에게 지역관리소 운영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모 도시가스사의 경우 47개 지역관리소 중 31개소(66%)가 본사 임직원 출신이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의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하청·협력업체 대표자에게 정년제를 적용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연구보고서는 근무연한 및 기여도에 따른 적절한 해지보상방안 및 업소에 일정 기간 근무한 직계존속에 대한 승계허용 방안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검침비, 고지서 송달비, 안전점검비, 체납금 책임수수료 등 위탁업무수수료의 현실화가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지역관리소의 수입구조는 전체 매출액 중 본사에서 받는 수수료가 66.87%, 소비자 A/S수입이 31.09%, 기타 수입 1.9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역관리소 수입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본사 수수료는 지난 96년 이후 계속 동결돼 왔다는 것이다. 지역관리소 직원 복리후생 및 양질의 기술인력 채용 등 지역관리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선 위탁수수료의 인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지역관리소들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소비자 A/S 수입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아파트 빌트인(붙박이) 가스기기 시공 등 주택건축 및 분양방식의 변화, 단독 및 원룸 등에서 보일러, 레인지 설치 후 임대 등 주택 임대방식의 변화, 경기하락으로 인한 재사용(퓨즈콕, 호스 등) 확대 등으로 이 부분의 수입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지역관리소의 소비자 A/S 요금이 일반가전제품, 배송업체 등 타 서비스 분야보다 매우 낮게 책정돼 있어 A/S 요금의 현실화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연구보고서는 이밖에 지역관리소는 가스사고보험에 가입은 하고 있지만 사고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설비업자의 보일러 무단연결 사용에 대한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고 안전점검 부재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후생복리를 신경 쓸 여유도 없다. 잦은 숙직, 공휴일 근무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비해 보수는 적고 단순반복 업무에다 장기근속 및 승진 등 처우개선 등 미래에 대한 비전을 찾기 어려워 직원들의 이직율이 높다. 신규직원 채용시 60∼70%가 1년을 못 넘기고 그만 둔다는 것이다.

임금의 경우 검침·점검원의 급여는 제수당 및 식대, 휴대폰지원비를 합해서 70∼9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A/S 기사는 제수당 및 숙직비를 포함해 100∼130만원 수준이라는 것. 이처럼 지역관리소에서 10여년간 근무한 중견간부의 급여가 도시가스사 신입사원의 급여 수준 밖에 안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주요 산업별 임금과 비교해도 근로시간은 길면서 가장 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연구용역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또한 지역관리소 직원들은 과다한 업무량으로 어려움이 많다. 기본적인 개별 업무 외에도 각종 잡무가 많고 이사철, 동절기 등에는 업무의 폭주로 퇴근시간이 따로 없는 실정이다.

체납관리에 대한 애로도 만만치 않다. 야반도주, 경매 등의 악성체납금까지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가스를 독점으로 공급하면서 레인지 연결, 철거 등 서비스요금 징수는 부당하다는 소비자의 불만도 이들의 애로사항이다.

한편 한국도시가스지역관리업협동조합은 연구용역결과를 토대로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을 건의했지만 산업자원부는 이 연구용역이 지역관리소 업계의 의견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의견을 보이면서 이 연구용역은 참고 수준 자료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역관리소 발전방향

지역관리소가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본사의 전향적인 지원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관리소는 도시가스사의 얼굴이자 고객만족과 안전관리의 파수꾼이기 때문이다. 또 지역관리소 운영은 도시가스사와의 계약 관계에 있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에서 관여할 수 도 없다.

지역관리소가 이같은 막중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수 년째 변함이 없는 위탁업무수수료 현실화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본사(도시가스사)의 협조 없이는 개선되기 힘든 부분이다.

위탁업무수수료와 관련해 연구용역 보고서는 도시가스 공급비용 및 기본요금, 도시가스사의 재정, 소비자의 반발 등을 감안해 일시적으로 수수료 현실화를 실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연차적으로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연구보고서는 퇴직하는 본사 임직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 위탁관리 세대수를 경제성 단위 이하로 분할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관리소당 관리 세대수가 최소한 3만전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게 연구보고서의 결론이다.

지역관리업은 법적(제도적) 근거가 명확하지 못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지역관리소의 생각이다. 도시가스지역관리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도시가스사업법에 지역관리소의 법적 근거(지위)를 마련하는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모든 도시가스사들이 지역관리소의 업무환경 개선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은 아닐 게다. 나름대로 고민은 하고 있지만 본사의 경영여건도 예전보다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도시가스 공급 정체, 타 연료와의 경쟁 심화 등 매년 도시가스사의 성장률이 하락하는 추세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남에너지 등 지역관리소 환경을 개선하는 도시가스사들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역관리소들도 무조건 본사의 지원만 기다려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지역관리소도 나름대로 비용절감 등 자생력(경쟁력) 키우기에 노력해야한다는 것. 또 도시가스사 일각에서는 본사에서 지급하는 수수료가 현실화될 경우 소장들에게서만 끝나지 않고 지역관리소 직원 개개인에게까지 투명하게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느냐를 반문하고 있다.

도시가스사와 지역관리소가 상생하기 위해선 양자가 서로를 존중해주는 마인드를 갖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