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31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2명이 폐가스에 중독 사망하는 사고를 시작으로 올해 발생한 가스보일러에 의한 CO중독사고는 총 5건. 5건의 사고로 인해 10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온수를 공급해주고 집안의 난방을 도맡고 있는 가스보일러는 우리 일상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오랜 기간 자리잡아 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칫 치명적인 인명피해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관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스보일러 사고현황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집계한 사고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가스보일러와 관련사고는 무려 204건에 달한다. 95년 27건, 96년 52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가스보일러 사고는 97년 41건, 98년 25건, 99년 11건, 2000년 18건, 2001년 9건, 2002년 10건, 2003년 6건 등으로 전체사고의 감소 추세와 함께 꾸준한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스보일러 사고는 여느 사고와 달리 건 당 가장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며 가스사고 중에서는 여전히 가장 위험스러운 사고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연료가격의 상대적인 차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우 LPG에 비해 도시가스시설에 널리 보급되면서 전체사고의 68.1%가 도시가스시설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LPG시설에서의 사고는 전무한 가운데 도시가스시설에서의 사고가 집중되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가스보일러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자가 126명, 부상자가 218명으로 특히 사망자의 경우 전체사고에 의한 피해자의 약 40%를 차지할 만큼 피해가 큰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이유로 최근 한국가스안전공사는 도시가스시설에 설치된 보일러를 총망라하는 방대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가스보일러의 정확한 사용실태를 파악함으로써 관련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가스보일러 보급현황

전국 32개 도시가스사의 가스보일러 설치현황을 집계한 결과 도시가스 사용시설에 설치된 가스보일러수는 총 769만3,586여대(2004년 5월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재 LPG사용시설에 설치된 보일러가 약 70만대로 정도라고 추산할 때 무려 10배가 넘는 수치다. 또 도시가스 보일러중 86%인 659만411대가 경동, 귀뚜라미, 대성, 대우, 롯데, 린나이 등 현재 보일러를 제조중인 6개사의 제품으로 확인되고 있다. 나머지 14%인 110만3,175대가 SK, 삼천리, 로켓트, 코오롱, 해태, 현대, 로봇, LG, 한국린나이, 동양, 대원, 후지카, 대일, 제일, 동성, 임코, 썬웨이, 탐탐, 한샘, 라니, 삼성, 바일란트, 신진기계, 듀발, 신태양, 인터가스, 서웅정밀, 도모애, 융커스, 대한, 하이맥스, 미조사, 수국, Raypak, 금호, 서울, 한성, 비크림, Bayd, 스탬라드 등 기타제품으로 보일러의 본격적인 보급 붐과 함께 생성됐던 제품이거나 수입된 제품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제조사별 보급현황을 보면 전체적인 보급 현황에서는 린나이가 181만6,682대로 가장 많은 보급대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귀뚜라미가 163만7,027대, 경동 127만6,151대로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대성 73만4,912대, 롯데 65만9,895대, 대우 46만5,744대 기타 110만3,175대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설치된 5년 미만의 보일러의 보급현황에서는 오히려 귀뚜라미가 85만3,391대로 린나이를 앞서며 수위를 차지했다. 이어 린나이가 72만3,929대, 경동이 71만3,820대, 대성이 29만6,504대, 롯데가 27만6,125대, 대우 13만86대, 기타 26만5,486으로 순위가 다소 역전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최근 보일러의 전체 보급통계를 두고 각 사간의 다소 의견차이는 있으나 현재는 경동, 귀뚜라미, 린나이 등 3개사가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스보일러의 증가추세

80년도를 시작으로 가스보일러의 설치추세는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다 2002년을 기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가스안전공사가 집계한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한 연도별 증가현황에 따르면 80년 3만3,004대(누계치, 미확인 보일러 제외)던 가스보일러는 81년 50대, 82년 13대가 증가한데 불과했으나 83년을 기점으로 CF+Fan과 FE, FF형식의 보일러가 고른 형태로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낸다.

83년도 2,403대, 84년 1,271대, 85년 2004대, 86년 1,424대, 87년 2,529대, 88년 6,788대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왔으며 이후 88년 올림픽을 지내면서 89년 1만3,881대, 90년 2만7,742대, 91년 5만3,292대 92년 9만532대 등으로 급격한 증가 양상을 이어오다 93년을 기점으로 한 해 20만 여대에 가까운 폭발적인 보급확산의 시대를 맞게된다.

93년 18만8,164대를 시작으로 94년 22만5,717대, 95년 71만4,998대, 96년 44만5,454대, 97년 61만7,838대, 98년 78만5,491대, 99년 72만5,276대, 2000년 69만1,842대, 2001년 77만316대, 2002년 91만9,327대 등 꾸준한 증가세를 달려 왔다.

하지만 이같은 증가세도 지난해 들어 건설경기의 침체와 어려운 경제 여건에 따른 교체 수요의 정체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03년도의 보급대수는 전년보다 3만2,000여대가 감소한 73만5,385대로 감소했으며 올 5월까지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설치된 보일러수는 14만2,471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설치된 가스보일러 형태별 설치수량을 보면 FF가 591만1,943대로 전체 7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뒤를 이어 FE가 169만9,181대(22%), CF+Fan이 3만8,811대(0.5%), CF가 3만2,505대(0.4%), 기타 1만1,146대(0.1%)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95년까지는 FE보일러와 FF보일러가 함께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냈으나 96년 이후부터는 FF보일러가 압도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내며 최근 변모한 가스보일러의 사용실태를 반증하고 있다.

CO사고 취약시설

가스보일러 사고를 원인별로 보면 전체사고의 51.9%가 시설미비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39.7%가 제품불량으로 전체 91%의 사고가 시설 또는 제품의 이상에 의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CO중독사고가 123건으로 가스보일러사고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보일러의 지속적인 성능개선으로 폭발 및 팽창탱크파열이나 화재, 누출 등의 사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됐지만 여전히 CO중독으로 인한 사고피해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반증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사고가 설치위치 불량이나 배기연도의 이탈·이상 등이 주된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

보일러의 급·배기 형식별 사고현황을 보면 CF보일러에 의한 사고가 전체 88건으로 4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FE가 62건(30.3%), FF가 46건(22.5%), 형식불명이 8건(0.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CF 및 FE보일러 사고가 급감하고 있는 반면 FF보일러 사고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가스보일러의 안전상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노후 보일러와 설치장소의 부적합에 의한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노후보일러의 경우 자칫 가동중단이나 제품이상 등이 발생할 경우 보일러의 사용자에게 곧 치명적인 사고의 위험성이 있는 상황이라 조속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5∼10년 사이에 설치된 보일러가 328만9,057대로 전체 4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5년 미만이 323만9,341대(42%), 10∼15년이 58만5,447(8%)대, 15년이상된 보일러도 6만3,367대(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년도도 불명확한 보일러도 48만6,374대(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가스보일러의 적정사용기간을 7∼10년이라고 추산할 때 현재 상당수 보일러에 대한 조속한 시설점검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임을 나타낸다.

또 설치장소에 있어서도 문제점은 크다. 전체 보일러중 불과 35.3%인 271만6,197대와 50.2%인 386만504대가 전용보일러실과 다용도실 또는 베란다 등 비교적 안전한 장소에 설치된 것으로 집계됐으나 나머지 보일러는 주거공간인 거실·방(31만688대, 4%) 또는 밀폐된 공간인 화장실·목욕탕(2만1,616대, 0.3%)에 설치된 것으로 확인돼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론

이같은 이유로 최근 가스안전공사는 가스보일러 제조사와의 간담회를 통해 분석된 자료를 각 사에 제공키로 하고 시급한 과제로 15년 이상 노후보일러 5만6,907대와 사고개연성이 높은(FF 제외) 화장실/목욕탕(2,015대) 및 거실/방(1만6,947대)에 설치된 보일러를 우선적으로 점검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동시에 제조사의 전문인력을 파견, 각 도시가스 지역관리소 및 사용시설 안전점검원에 대한 특별교육을 실시해 줄 것도 부탁했다.

결국 위험성이 높은 보일러에 대해 우선적으로 제조사를 통한 B/S를 통해 관련사고의 개연성을 점차 줄여간다는 포석이다. 또한 향후 지속적으로 관련 데이터를 보완함으로써 보일러제조사와 공급자 스스로가 가스보일러 사고에 대한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예전과 비교해 현재 가스보일러의 보급은 점차 둔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최근 건설경기의 침체와 전반적인 경제여건의 어려움이 바로 시장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관련사고에 대한 불안감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그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보다 안전한 제품, 보다 편리하고 보다 효율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고 철저한 관리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국내 보일러 시장은 현재의 수요감소의 국면을 면치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통계를 통한 분석에서도 보여지듯이 아직까지도 국내 가스보일러의 시장은 잠재적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단순한 측면에서 분석해 봐도 전체 보급된 보일러중 약 58%가 서울과 경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많은 인구수의 영향이 적지 않겠지만 아직까지도 가스보일러의 보급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중된 현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지방권을 중심한 보일러의 추가보급의 여지가 많다. 결국 업계 스스로가 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서비스와 질 좋은 제품, 지속적인 수요처의 관리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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