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LPG체적거래 추진 실적은 식품접객업소 47.8%, 공동주택 54.4%, 단독주택 1.2%.

정부가 체적거래제 의무화 시한을 3년씩 연장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체적거래제를 갈망하는 우리로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가듯 답답하기만 하다.

과연 3년후에는 국내 모든 LPG판매시설이 체적거래설비로 교체, 완료되는가. 누구 하나도 책임있는 주체로서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주기를 꺼려한다.

체적거래제는 지난 96년 LPG공급방식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판매업소의 공동화 및 집단화와 함께 추진됐다. 그러나 최근 공정거래와 규제개혁이란 시장논리로 공동화 정책에 대한 정부지원의 사슬고리가 끊어지면서 그야말로 체적거래제는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체적거래제 성공의 열쇠는 누가 뭐라고 해도 판매업계가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 업계, 소비자 모두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체적거래제에 대한 특별한 대안이 없는 정부에서도 체적거래제 시행을 위한 판매업계의 건의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先 공동화·지역제한, 後 체적거래제'. 판매업계의 정부에 대한 건의는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이러한 판매업계의 주장은 시장원리라고 하는 현실 흐름과는 상충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한편 판매업계에서는 체적거래제는 단순한 공급시설로 볼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안전시설로 간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소비자 '안전'을 시장논리로 풀 수 있는가라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체적거래제의 성공적 시행을 만들어 줄 '요술램프'는 없다. 이에 체적거래제 시행의 열쇠를 거머쥔 판매업계의 주장을 소개하고, 정부의 입장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후속조치 및 대안도 전혀 없이 ‘연기'(年期)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체적거래제의 실패 원인으로 몇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그 중 정부의 소신있는 정책과 일관성 결여를 첫 번째로 꼽는 데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판매업계 내부의 과열경쟁이라든지, 4조원이상을 육박하는 체적거래설비자금 역시 추진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준비된 정부라고 한다면 이에 대한 대책 역시 마련돼야 했다.

관련업계 및 정부 관계자들 역시 체적거래제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서는 적정한 규제 내지는 강제력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소비자의 안전 확보는 결코 시장논리로 풀 수 없다는 것이다.

김수방 가스판매업연합회 회장은 8일 본지 주최로 열린 ‘밀레니엄시대 LPG산업의 발전 방향'이란 좌담회에서 “체적거래시설은 규제대상이 아닌 안전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용어선택의 오류로 인해 일반시설로 규정됨으로써 규제대상에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체적거래시설 개선이 답보상태에 머문 이유를 몇 가지로 분석했는데, 먼저 사용자 측면에서는 시설개선 비용부담 문제와 LNG는 안전하고 편리하며, LPG는 위험하고 불편하다는 잘못된 의식구조에 비롯된다고 말했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체적시설개선에 따른 후속조치인 신규진입 억제와 행정권역내 판매 및 투자보장책이 미흡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행정적인 측면에서는 정부의 후속대책마련 결여와 무모한 정책 추진에 따른 LPG유통단계별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들었다.

이미 판매업계에서는 허가권역내 판매와 공동화가 전제될 경우 단독주택 및 공동주택의 체적거래시설을 전액 공급자 부담으로 교체한다는 ‘先 공동화·지역제한, 後 체적거래제'를 결의한 바 있다.

한편 체적거래제 부진의 일등공신(?)인 정부측 역시 전혀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현재 (가칭)체적거래제 추진위원회 구성을 준비중에 있으며, LPG의 편리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순회교육 및 홍보활동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또 체적거래제 활성화를 위한 소형저장탱크 보급 방안 및 법적 근거 확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액법 개정 적극 검토돼야

산업자원부는 최근 체적거래제 조기 시행 차원에서 신규허가 및 변경허가를 받은 판매업자에 한해 체적거래(판매)제를 의무화하는 허가조건을 명시하는 방안에 대해 ‘조건부 가능성 여부'와 ‘기존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소급적용 가능성'에 대해 전문법률회사의 자문을 받았다. 자문내용을 보면, 먼저 조건부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신규 또는 변경허가를 신청한 사업자의 경우에도 액법 시행규칙 부칙에서 허용한 유예기간 동안에는 기존 사업자와 동등하게 체적거래에 의하지 않은 방법에 의한 동등한 판매 조건이 적용돼야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액법 시행규칙 부칙의 유예규정에 예외조항을 신설, 신규허가 또는 변경허가를 신청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유예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근거를 마련할 경우 조건부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둘째로 기존사업자와의 형평성문제는 현행 액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경우 신규허가 또는 변경허가를 신청하는 사업자에 대해 체적거래방법에 의한 판매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셋째로 소급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소급적용을 강제하는 것은 많은 민원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판매사업자에 대해 법률의 명시적인 규정없이 시행규칙 부칙의 개정만으로 소급적용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법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LPG업계에서는 더이상 정부의 힘만으로는 체적거래시설 개선의 한계가 있는 만큼 LPG유통단계별 사업자들이 상호 신뢰를 통해 불신을 해소하고, 공동의 관심속에서 체적거래제를 추진한다면 희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라는 낙관적 견해를 펴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는 시행 과정상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 행정적,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첫 단계는 바로 체적거래제 시행을 위한 정부의 확고한 자세와 의지표명이다.


고영규 기자 ygko@en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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