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LNG 직도입 정책

자가소비용 LNG 직도입이 사실상 전면 허용됨으로써 국내 천연가스산업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11월 5일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에 장기 LNG 직도입 계약 조정방침을 통보했다. 도시가스사업법 제18조의 2, 제18조의 4, 제39조의 5 및 제40조에 근거해 도입물량의 TOP 방지를 위해 장기 LNG 수급계획상 도입필요물량인 연간 500만톤 규모에서 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향후 한국가스공사와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등 4개 발전회사들의 도입계약 협상건 중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평가기준은 추후 통보 예정) 복수의 우수한 계약건을 선정해 최종 승인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며 계약협상건 제출기한을 올해 1월10일까지로 했다.

이는 포스코, SK(케이파워), LG그룹(LG칼텍스정유, LG파워, LG에너지)에 LNG 직도입 추진을 허용한데 이어 내려진 조치여서 사실상 자가소비용 LNG 직도입을 전면 개방했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더구나 한국가스공사가 2008년이후 필요한 약 600만톤의 LNG에 대해 장기계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내려진 조치여서 천연가스시장에서 경쟁조성에 대한 산업자원부의 강한 의지를 엿보게 한다.

물론 산업자원부는 한국가스공사와 한전 발전자회사들이 동시에 LNG를 도입할 경우 국가전체적으로 2008년이후 LNG 도입물량이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상 도입가능물량(연간 약 500만톤 규모)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발전사에게 가스공사가 이미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공급계약건에 대해서는 과당경쟁으로 인해 국민경제적 불이익이 초래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도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자부의 이번 조치는 9월20일과 21일 남부발전(300만톤), 중부·동서발전(150만톤), 서부발전(120만톤)이 제출했던 총 570만톤 규모의 LNG 직도입 추진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그동안 한국가스공사가 누려왔던 도입독점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앞으로 요건을 갖출 경우 누구든지 자가소비용 LNG 직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8월 산자부로부터 승계조건부로 장기 LNG 도입추진을 승인받아 현재 러시아 사할린 Ⅱ, NWS, YLNG, MLNGⅢ, 이란LNG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고 이중 2~3개의 최종공급자를 선정해 내년 2월에 본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산업자원부의 조치로 한국가스공사와 한전 발전자회사들의 경쟁이 불가피해 졌으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장기 LNG 도입계약 협상에서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LNG 직도입 사업자

이번 산자부의 한전 발전자회사들에 대한 자가소비용 LNG 직도입 추진 허용으로 그동안 도입 독점을 유지해오던 한국가스공사 이외에 산자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LNG 직도입을 추진하는 회사는 모두 9곳으로 늘어났다. 포스코, 케이파워, LG칼텍스정유, LG파워, LG에너지, 남부발전, 중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이 그들이다.

현재 포스코의 경우 7월 1일 탕구 LNG프로젝트와 LNG 도입계약 조인식을 갖고 2005년부터 20년간 매년 55만톤의 LNG를 도입키로 했으며, 케이파워의 경우 탕구 LNG 프로젝트와 8월 31일 도입계약을 체결하고 2006년부터 20년간 매년 평균 60만톤 규모의 LNG를 공급받고 2010년까지 매년 20만톤 규모의 구매 옵션권(Option)을 행사키로 했다.

LG그룹(LG칼텍스정유, LG파워, LG 에너지)은 7월8일 산자부로부터 2008년이후 LG칼텍스정유 여수 정유설비 유틸리티 공급용과 LG파워 및 LG에너지 전력생산용으로 연간 총 150만톤의 LNG 직도입 추진을 승인받아 LNG 터미널 건설을 모색중이다.

이밖에 LNG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대림산업과 부하패턴이 양호하고 효율이 우수한 발전사(例: 신인천, 서인천 등)도 LNG 직도입 추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LNG 직도입 허용은 이미 신규진입방식에 의한 경쟁이 시작됐고 한국가스공사의 도입판매 독점구조의 실질적인 해체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 LNG 도입계약

장기 LNG 도입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와 발전 4社 사장단은 지난 11월 26일 산업자원부의 조정하에 장기 LNG 도입계약과 관련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에서는 우선 한국가스공사가 협의중인 판매사중 더 이상 추가 물량이 없는 판매사에 대해서는 발전회사들이 협상을 하지 않도록 하고, 가스공사는 제안된 물량이외에 여유물량이 있는 공급선에게 발전회사의 협상을 어렵게 하는 어떤 직간접적인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도록 했다. 또한 국내 천연가스시장의 수급안정을 위해 상호 노력하며 1월10일까지 산자부에 제출토록 되어 있는 계약 협상건 제출시한을 철저히 이행한다는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합의서가 체결된 것은 산자부의 직도입 허용 조정 방침 결정이후 가스공사와 발전회사들이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쌍방의 협상력이 약화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12월에는 한국에 LNG를 공급하길 희망하는 각국의 협상단과 가스공사 및 발전회사들이 가격 및 공급조건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는 등 막바지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LNG 장기계약과 관련 가스공사와 발전회사의 경쟁, 공급선간의 경쟁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단지 1월10일 제출되는 계약 협상안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기준을 통해 가장 최적의 도입선이 선택되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천연가스산업의 변화

이같은 LNG 직도입의 확대는 TOP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저장탱크 추가 건설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요금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즉 직도입 참여사들이 증가할수록 저장탱크가 부족해져 TOP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현재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양질의 수요인 발전용 수요가 이탈함으로써 저장탱크를 추가로 건설해야하며 이로 인해 도시가스용과 발전용의 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가스공사의 연구용역에 따르면 포스코와 SK(케이파워)가 직도입을 할 경우 TOP발생가능성은 낮지만 저장탱크추가 투자비는 506억원에 달하고 2015년기준으로 도시가스요금은 1.39원/㎥, 발전용은 0.94원/㎥ 인상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포스코, SK, LG그룹, 대림산업이 직도입을 할 경우 TOP발생 가능성은 다소 낮지만 저장탱크 추가 투자비가 2,872억원으로 증가하고 2015년기준 도시가스용 6.21원/㎥, 발전용 5.26원/㎥이 증가한다고 분석됐다.

여기에 신인천, 서인천 등 부하패턴이 양호하고 효율이 우수한 발전사가 참여할 경우에는 저장탱크 건설 지연으로 2008년 약 1,142억원의 TOP가 발생하고 저장탱크 추가 투자비도 9,710억원으로 증가하며 2015년 도시가스용 17.99원/㎥, 발전용 16.27원/㎥가 인상된다는 것이다.

수급리스크보다 도입가 인하효과가 커 경제적 동기에 의해 모든 발전사가 참여할 경우에는 저장탱크 건설 지연으로 2008년 약 1,604억원의 TOP가 발생하고 저장탱크 추가투자비가 1조234억원에 달하며 2015년 도시가스요금도 23.60원/㎥이 인상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LNG 직도입 확대가 TOP 발생을 야기시켜 가스산업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한국가스공사측의 일방적인 견해에서 나온 것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직도입에 따른 제도개선과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가스산업구조개편 영향

자가용 LNG 직도입은 규제완화 차원에서 도입독점 해소를 통한 경쟁도입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LNG 직도입 허용은 현재 한국가스공사에 의한 통합적인 수급관리체계에서 점차 개별 수급관리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복수 도입사업자의 등장으로 한국가스공사의 도입 승인과 직도입자의 도입 신고과 혼재해 일관된 수급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또 기존 물량과 직도입물량의 현격한 가격차이로 인해 발전용 및 산업용 가격에 대한 변화도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존 도입물량의 안정적 처리를 위한 가격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LNG 직도입자의 수급상황에 따라 과부족물량이 발생하면 직도입자간 또는 직도입자와 기존 사업자간 물량거래가 나타나 수급관리를 어렵게 하고 가격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따라서 가스수급관리 및 가격체계 등 국내 가스산업 전반에의 충격에 사전 대비하고 소비자 및 기타 사업자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PNG 사업 직격탄

한전 발전자회사의 LNG 직도입은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르쿠츠크 PNG사업에는 직격탄이다.

PNG의 특성상 주수요처가 발전용 또는 산업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자가용 직도입 참여가 늘어나면 PNG 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고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가스수급조절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다.

그러나 이번 산업자원부의 발전자회사 LNG 직도입 추진 허용은 최근의 이르쿠츠크 PNG 사업 추진이 상당히 불투명해 졌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PNG 사업이 가시화될 경우 연간 700만톤 규모이 도입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PNG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정책적인 조정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최근에는 PNG 대상수요인 발전용, 산업용 수요처를 대상으로 컨소시엄 참여를 유도하고, 잠재 직도입자가 PNG를 자가용 직도입에 대한 대안으로 고려토록 정책적인 배려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신중한 설비공동이용 필요

설비공동이용은 현행 석유사업법에 의한 직도입자의 저장설비 보유조건에 따라 저장탱크를 제외한 모든 생산, 배관망 설비에 대해 설비여유 범위내에서 한국가스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가능토록 하고 있다.

설비공동이용에 있어서 가장 우선 협의중인 포스코의 경우 지난 2002년 12월 산자부 공동이용 허용 조정결정이후 계량시설 등 광양터미널 건설에 대해 한국가스공사와 협의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아직 공동이용에 따른 기술적 문제, 설비이용요금, 추가설비 비용부담 등 세부 이용조건에 대해서는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를 포함한 자가소비용 LNG 직도입의 증가는 직도입자의 해당설비 뿐만아니라 한국가스공사의 설비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

결국 LNG 직도입의 증가는 직도입자들의 개별 사안 및 조건에 따라 설비공동이용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이며 설비공동이용에 따라 국내 천연가스 공급체계에도 큰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라지는 요금체계

자가용 LNG 직도입 추진은 그동안 독점 도입을 해오던 한국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요금구조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도록 유인한다.

한국가스공사는 현재의 평균원료비 적용방식을 수요특성을 반영한 원료비 적용방식으로 전환해 직도입자들의 LNG 도입을 억제하려 할 것이다. 도입과 저장탱크의 상관관계를 반영해 광의의 수급조절비용을 수요패턴에 따라 배분함으로써 실질원가부담원칙을 적용하는 방안이 적극 모색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현재의 요금체계는 연중 균등한 수요를 갖고 있는 발전용 수요자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반면 요금체계를 개선하면 도입과 저장탱크의 상관관계가 반영되기 때문에 실질원가부담에 따른 원가배분으로 발전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발전용 요금의 인하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발전회사들의 LNG 직도입에 부정적인 한국가스공사로서는 원료비 요금을 인하하는 방법을 통해 민간 또는 한전 발전자회사들의 LNG 직도입 유인을 완화하는 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요금체계 개선만으로 발전용, 산업용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보완적 정책으로 기금제도를 도입해 점진적으로 시장개방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기존물량의 안정적인 처리와 발전용 원료비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한국가스공사의 LNG 직도입 확대에 대비한 기본 전략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가스공사의 전략이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미 포스코와 SK(케이파워)가 LNG 도입계약을 체결했고 LG그룹(LG칼텍스정유, LG파워, LG에너지)이 직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발전자회사들의 LNG 직도입 추진 의지도 매우 거세기 때문이다. 더구나 산업자원부가 자가용 LNG 직도입 추진을 사실상 허용한 상황에서 요금조정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산업자원부가 한국가스공사의 정책을 어느선까지 수용할지도 의문이다.

시장 환경의 변화

포스코, SK(케이파워)를 제외한 LG그룹, 발전자회사, 대림 등은 아직 직도입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2006년 12월 한국가스공사와의 수급계약이 종료되는 민간사들이 많아 LNG 직도입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아울러 시장 자유화와 경쟁진전으로 인해 LNG 수요의 불확실성과 변동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절대적 에너지 수입의존국이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천연가스의 장기·안정적인 확보와 계절간 원활한 수급조절은 필수적이다.

에너지원간 경쟁이 심화되고 가스 및 전력의 수렴화가 진전되는 것은 물론 종합에너지 서비스기업의 출현과 해외기업의 국내 진출은 경쟁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LNG 직도입으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부정적 요인들을 정책적인 보완을 통해 해소해 나가지 않으면 시장에서의 실패를 불러올수도 있다.

대량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경쟁촉진의 긍정적 효과라는 장점과 달리 국가적 손실과 국민부담 가중이라는 부담이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가스산업구조개편 정책과 아울러 LNG 직도입 정책에서 있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올바른 정책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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